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1일 온라인을 통해 ‘2021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 캡쳐

검찰과 법원이 장애인 학대와 차별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를 성찰하고 개선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장애인 차별의 현실이 변화할 수 있도록 ‘장애인 인권침해 조장하는 법원 판례 바꾸기 운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가 31일 온라인을 통해 개최한 ‘2021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에서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선고된 장애 관련 판결에서 선별된 120여의 판결 중 장애·인권·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 8명이 선정한 디딤돌 판결과 걸림돌 판결, 주목할 판결을 발표했다.

디딤돌 판결이란 장애 인권 향상에 도움을 준 판결이며 걸림돌 판결은 장애 인권 향상을 방해하는 판결이다. 또한 주목할 판결이란 디딤돌·걸림돌 판결에는 선정되지 못했지만, 장애 인권에 대해 시사점이 있는 판결이다.

2021년 장애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와 법무법인 디라이트 표경민 변호사 연구소 박정규 변호사는 보고회를 통해 각각 디딤돌 판결과 걸림돌 판결, 주목할 판결을 소개했다.

디딤돌 판결에는 ▲뚜렛증후군 장애인 등록 거부 기각 사례 ▲건강한 사람이 입대 후 정신질환이 발생한 경우 입대 전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훈대상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처분을 위법하다 한 사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 등이 뽑혔다.

걸림돌 판결은 ▲청각장애인인 원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입증 책임을 요구하면서 신체 상이와 직무수행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한 사례 ▲건물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시설인 구조부에 장애인등편의법상 문턱, 출입문, 손잡이, 점형블럭을 배제시킨 사건 등이 선정됐다.

주목할 판결으로는 장애자녀를 출산한 여성에게 산업재해 인정해준 사건과 지적장애인 여동생의 명의를 도용하여 체결된 분양계약을 의사무능력을 이유로 무효라 한 사례, 지적장애인의 장애로 인한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신빙성을 낮추는 요소로 보지않고 성폭력 피해를 인정한 사례가 소개됐다.

31일 온라인을 통해 개최된 ‘2021년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 보고회’에서 장애 관련 판례의 흐름과 동향에 대해 발표하는 공익인권법재단 염형국 변호사. ⓒ유튜브 캡쳐

장애인 인권침해 조장하는 법원 판례 바꾸기 운동 ‘제안’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장애 관련 판례의 흐름과 동향을 발표했다.

염 변호사는 “법원에서 뚜렛증후군에 대한 장애 인정 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시행령상의 장애범주는 그대로 두되 기존 장애범주에 장애유형 6가지, 질환 8가지를 추가해 신체적 장애인에 대한 장애 인정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딤돌 판결의 정신장애인 사례들은 조현병 발생의 군 복무 간의 인과관계를 실질적으로 판단한 사례과 공무원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유는 그 자체만으로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해임 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은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당한 편의 제공 범위 확대되는 등 이러한 긍정적 변화가 있었지만 장애인 등 편의법의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주목할 판결에서 지적장애인에 관한 판결은 지적장애인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었으나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을 인정하지 않아 딜레마가 여전히 존재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염 변호사는 “장애인 인권에 관하여 법원이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당사자가 소송을 계속해서 제기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과 학대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가 이를 계속 접하고 고민하면서 차츰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지난 2006년 진행된 성폭력을 조장하는 대법원 판례바꾸기 운동의 실천이 거대한 사회변화를 일궈낸 것처럼 피해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등 움직임을 통해 검찰과 법원이 장애인 학대와 차별에 대한 기존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를 성찰하고 수사와 재판을 통해 조금씩 장애인차별의 현실을 바꾸는 작은 실천이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장애인 인권침해 조장하는 법원 판례 바꾸기 운동을 제안했다.

피한정후견인 장애인의 우체국은행 이용 관련 장애인차별구제소송 중 신청한 임시조치의 일시와 내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 위한 장애인차별구제소송 ‘임시조치’ 13년간 고작 1건

원곡법률사무소의 최정규 변호사는 장애 인권 향상을 막는 판결에서의 사례가 아닌 소송 과정에서의 장애인 인권에 대한 사안을 소개하며 장애인차별구제소송에서의 임시조치 문제를 발표했다.

장애인차별구제소송에서의 임시조치는 법원의 적극적 구제조치 규정이다. 당사자가 소송기간 중 차별을 견디는 것은 너무 가혹할 수 있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소송제기 전 또는 소송제기 중에도 장애인차별행위의 중지 등 그 밖의 적절한 임시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법원에 부여하고 있지만, 2008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법원에서 임시조치 명령이 내려진 건 1건에 불과하다.

최 변호사는 “직접 진행한 소송에서 장애인차별구제소송에서의 임시조치를 신청했을 때 관할, 사건번호 부여 등에 대해 각급 법원이 통일된 입장을 보이지 않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상황에서 결국 장애당사자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은 장애인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규정된 구제조치 권리를 보호,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이 어느 법원에 관련 요청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공지, 사건이 이송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관련 신청이 들어올 경우 사건번호를 어떻게 부여해야 할지를 사전에 정해 절차 지연을 방지할 의무를 다해 사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인차별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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