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친족 간 재산범죄의 면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친족상도례의 형을 면제하는 규정을 폐지하고 인적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 등 규정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가족 사이의 문제는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도록 만들어진 이 법은 오늘날 시대에 맞지 않고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친족에 의한 피해자를 계속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는 14일 오후 2시 ‘장애인 경제적 착취, 친족상도례 적용 타당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황용현 변호사. ⓒ유튜브 캡쳐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황용현 변호사는 친족상도례의 규정과 위헌성,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 등을 발표했다.

발제에 따르면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에 발생한 재산범죄의 경우 형을 면제하고 그 외 친족의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형법상의 특례규정(형법 제328조)이다.

친족상도례는 고대로마법 원리 ‘법은 가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입법취지로 1953년 형법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다.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한 재산 범죄 일체 법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범죄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이 유지될 뿐 아니라 신규로 신설된 범죄에 대해서도 친족상도례가 그대로 적용돼 오히려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 범죄 비교.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친족 장애인 학대 가해자의 면죄부 ‘친족상도례’

현재 삼촌과 숙모에게 경제적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청구인)의 공공후견인과 대리인단은 이 친족상도례가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한다고 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황 변호사는 “친족상도례는 재판절차진술권, 재산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청구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 특히 재판절차진술권이 제한돼 아무리 본인이 가해자에게 엄벌을 원한다고 말하고 싶어도 말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과거의 가족 관념에 기초한 이 사건 조항은 현대사회의 변화한 가족의 형태와 의미 속에서 더는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될 수도 없다”며, “국가는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의 경우 누가 이들을 도와줄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의 배신, 재산의 손실, 처벌불가의 삼중고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정민 변호사. ⓒ유튜브 캡쳐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정민 변호사는 “경제적 착취 등 장애인 학대 피해자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해자는 피해자들과 가까운 관계에 있는 친구, 이웃, 선후배, 지인, 고용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가족, 친인척 등 피해자가 믿고 의지하던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렇게 가족, 친족에 의한 경제적 착취 피해를 본 많은 장애인은 믿었던 가족이 나를 배신했다는 점에 크게 상처받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재산이 없어진 상황에 또다시 좌절한다. 또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기가 너무나도 어렵다는 점에 절망하고 대응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민사로 해결하라는 이야기는 일견 타당하지만 많은 수의 피해자들은 피해를 인지하고 고소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어렵게 고소했는데도 그 의사가 무시되거나 고소능력이 부인되는 상황에 당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연 민사법원은 고소능력을 부인 받는 피해자들의 소송능력을 인정해 줄 것인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친족상도례 변화, 치매 노인 권익 신장 지름길

중앙치매센터 김기정 변호사. ⓒ유튜브 캡쳐

중앙치매센터 김기정 변호사는 “가족관계가 단절된 자녀로부터 치매노인의 수급비나 예금 등이 착취된 정황에 대해 문의가 오거나 과거 함께 살았던 형제자매들이 치매노인의 재산을 가로챘다는 상황이 발생한다”면서 “하지만 친족상도례 관련 제도상 치매노인을 위해서 수사기관을 통한 지원은 어렵고 사실상 치매노인을 위한 구제방안을 추진하기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대가 변화하면서 가족의 역할이 바뀌었고 친족상도례가 이와 같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히려 장애인, 치매 환자,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국가의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공공후견인의 지원을 받는 치매 어르신의 경우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치매 노인들은 친족상도례 제도가 변화된다면 이를 통해 국가기관으로부터 관련 범죄 발생 시 조력을 받을 수 있어 치매 노인의 권익 신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발달장애인 자기 결정권 부정하는 친족상도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사무처장. ⓒ유튜브 캡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사무처장 “가해자가 피해자의 장애를 악용해 경제적으로 착취한 사건으로 당연히 손해는 보상돼야 하고 가해자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나 친족상도례라는 시대착오적인 규정으로 가해가 가해가 아니라고 법은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학대 처벌실태 연구 보고서(2020)에 따르면 전체 학대 피해자 중 지적장애인 피해자가 74.6%로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학대 유형별로 보더라도 피해자 중 지적장애인의 비율이 신체적 학대에서는 59.4%, 성적 학대에서는 76.6%, 경제적 착취에서는 77.1%로 모든 유형의 학대에서 지적장애인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본인의 의사가 존중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1차적 지원은 친족 등 가족이 담당하고 있다. 사회의 배제로부터 1차 적인 안전망이 되어야 할 친족 등 가족이 이를 악용해 경제적 착취의 도구로 삼는다는 것은 친족상도례가 아닌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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