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지 약 4년이 지났지만 장애인정책 국정과제 이행이 지지부진하자, 장애계가 탈시설지원법을 포함한 ‘장애인권리보장법’ 풀세트 제정을 압박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6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먼저 ‘장애인권리보장법’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롯한 장애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한계에 따라, 사회적 모델에 입각한 새로운 장애에 대한 정의부터 탈시설 및 자립생활 지원체계 구축,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주거 지원, 문화향유, 건강 및 안전, 소득보장, 학대 및 인권침해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2012년 대선, 2017년 대선, 20대 총선 등에 공약으로 발표된 바 있으나 큰 진전은 없었고, 지난 20대 국회에 발의됐던 3건의 법안도 이미 자동폐기된 상태다.

지난해 8월부터 정부가 장애인권리보장법 민관협의체 TF를 구성, 올해 장애인권리보장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이는 만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중심으로 충분한 예산이 반영된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압박이다.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보장법’ 풀세트.ⓒ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방향은 기존의 방대한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이 아닌, 기본법 개념의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 장애인복지법을 전부 개정한 ‘장애서비스법 제정안’,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탈시설지원법 제정안’ 등과 장애 관련 일부개정안 4~5건 등 일명 ‘장애인권리보장법 풀세트’다.

특히 내국세의 일정비율 또는 국민건강보험의 장애보험료 신설을 통해 확보하는 등 별도의 재원 확보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사진 왼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심신장애자복지법이 만들어진지 40년이 지났다. 장애인을 제도적으로 등록하는 최초의 법률인데 쓰레기법이다. 그때 만들어진 심신장애자의 날은 시혜와 동정으로 불쌍한 장애인을 바라봤고, 지금까지 시혜와 동정이 아닌 권리의 땅으로 가자는 내용으로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등급제 폐지했지만 반쪽짜리 폐지였고, 반쪽짜리 폐지가 아닌 완전한 폐지가 바로 권리보장법이다. 우리가 원하는 복지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반문한뒤 "비록 힘들고 고행길이 되겠지만, 우리의 권리중심, 지역사회에서의 삶, 진정한 복지완성을 위해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하라’ 피켓을 든 장애인활동가.ⓒ에이블뉴스

‘장애인권리보장법 풀세트’ 안에 함께 담겨 제정을 촉구하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장애인탈시설지원법)은 지난해 12월 10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으로, 10년 내 모든 장애인 거주시설 폐지를 비롯한 탈시설 지원 서비스 제공, 인권침해실태조사 및 제재 등 탈시설 지원의 공적 체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문재인정부가 국정과제로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환경조성’ 채택했지만, 퇴임 1년을 앞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해, 독자적인 법 제정 필요성에 따라 해당 법안이 제출된 것.

탈시설과 관련된 직접적인 예산 또한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사회전환지원센터(탈시설지원센터)’ 1개소 설립 책정이 유일하다.

장애인의 자립생활 영위와 지역사회 통합이 가능하도록 탈시설 체계를 구축하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필요하다는 주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의 발언 모습.ⓒ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장애인은 시설에 수용돼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지난 연말에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됐지만, 지금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에 의해 또다른 거주시설법이 마련되고 있다. 시설들은 절대 그들이 갖고 있는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장애인을 가둬두고, 통제시켜 그들만의 사회를 만드려고 한다"면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시설에 가지 않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투쟁으로 만들어진 탈시설지원법, 권리보장법을 꼭 지켜서 제정시켜야 한다"고 제정 의지를 피력했다.

탈시설장애인당 이동권 부문 서울시장 후보인 최영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는 "저 역시 탈시설장애인 당사자로 20여년간 규모가 큰 꽃동네에 살았다. 20년간 살면서 답답할 뿐 아니라 외출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곳은 산들이 많아서 이동하기 어려웠고, 수동휠체어로 나가야 했으며, 외부인은 별로 못 만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시설은 장애인을 가둬두고 외부인과의 만남을 차단하고 있으며,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더 많이 죽어나가고 있다. 탈시설지원법이 필요하다고 코로나가 알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탈시설지원법 제정의 필요성을 함께 피력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의 발언 모습.ⓒ에이블뉴스

국회에서의 연대 목소리도 이어졌다. 결의대회에 함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탈시설지원법을 함께 발의한 60여명의 의원 중 하나다.

장혜영 의원은 "문재인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국민명령 1호로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했지만, 예산을 늘리지 않고 폐지를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장난"이라면서 "등급제 폐지는 장애인복지 기본 체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인복지법만으로는 명확한 한계를 갖고 있다. 시설을 운영하는 법이면서 권익옹호를 한다는 것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굉장히 모순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을 정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냈고, 권리보장법에 대해 다시 한번 소리 높이고 있다. 장애인이 온전한 권리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길 위해 저의 몫을 다하겠다"고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전장연은 일단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까지 농성을 1차로 진행하며, 상황에 따라 농성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마련된 천막농성장.ⓒ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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