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재판정 탈락 후, 우여곡절 끝에 자폐성장애로 새롭게 등급을 받게됐다. 사진 속은 주인공인 윤승상 군.ⓒ에이블뉴스DB

‘승상이 엄마입니다. 어제 저녁에 결과 받았습니다. 자폐 3급으로 결정되었어요. 모두 도와주셔서 잘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2일 오전, 기자에게 반가운 문자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지난 여름, 학교 졸업과 동시에 갖고 있던 장애등록이 취소된 윤승상 군의 어머니인 이혜진 씨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화를 걸어 그간의 상황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답답했는데, 길이 또 생기네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밝았습니다.

승상 군 가정과 인연을 맺은 것은 6월 초였습니다. 지적장애 재판정에서 탈락 후 이의신청을 넣고 기다리고 있다는 부모님은 ‘무엇을 위한 장애재판정 인가요?’ 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습니다. 간절한 목소리를 담아 기사화 한 후, 경기도 부천에 있는 자택을 찾아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7월 31일 “장애재판정 탈락, 끝나지 않은 싸움”으로 인터뷰 기사가 나갔습니다.

올해 20살이 된 승상 군은 2008년 만 6세 당시 지적장애 3급 판정 이후, 2012년 재판정으로 똑같이 지적장애 3급을 받았는데, 올해 초 실시한 장애재판정 결과에서 갑작스러운 ‘등급 외’ 판정을 받았습니다. 학교 졸업과 동시에 장애등록이 취소되며, 장애인 볼링 국가대표의 꿈도 멈춰야만 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눈도 못 마주치고, 소통도, 의사소통도 안되는 아이가 장애가 아니라니. 부모는 장애검사에서 ‘처리속도’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등급 외’ 처분이 높게 나온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 이의신청도 기각된 그들은 행정심판을 준비하다가, ‘승상이가 자폐인 것 같다. 자폐성장애로 다시 장애등록을 해보자’는 조언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가 있던 날, 첫 상담을 받았고,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자녀의 장애재판정 이후 탈락했다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메일을 여러통 받기도 했습니다. 그들 역시 행정소송, 이의신청을 준비하며, 승상 군의 이야기를 궁금해했습니다.

“검사받는 것도 오래걸렸고, 서류를 보충하는 것도 오래걸렸습니다.”

승상군 부모는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로부터 ‘지적이 아니라 자폐성향이 더 많은데, 왜 자폐검사를 하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전문의가 지적장애라고 하니까, 그런줄 알았을 뿐, 장애에 대해 무지했던 부모는 의사의 말만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어진 것이죠.

결국 전체적인 검사를 다 받은 후, 진단서를 받아 10월 국민연금공단에 자폐성장애로 장애등록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서류가 더 부족하다는 말에, 추가적으로 생활기록부, 진료기록, 도움반 기록 등의 서류를 첨부해 11월 다시 보충 제출했고, 그리고 12월 21일에서야 최종 자폐성장애로 판정이 난 겁니다.

멈췄던 볼링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꿈은 내년쯤 다시 이뤄질 것 같습니다. 내년초 선수 등록 후, 1~3월 국가대표 선발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래가 어두웠던 전공과 취업 또한 순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혜진 씨는 “한시름 놨어요, 너무 감사합니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갑작스럽게 경계성으로 내쳐진 아이와 그 가족의 고통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장애재판정에서 탈락했다는 부모들의 이메일을 읽으며, 마음이 쓰렸습니다.

정말 아이는 장애를 극복해 비장애인이 된 건가요? 아이의 치료와 재활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장애재판정을 위한 행정소송의 금액과 고통스러운 시간은 너무나 버겁습니다. ‘누구를 위한 장애재판정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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