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서울특별시협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도?중증장애인 일상복귀 재활시스템 구축’ 토론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중도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한 프로그램 ‘일상홈’의 제도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다시금 터져 나왔다.

“30년 전후 중도장애인 재활체계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쓴소리부터 “일상홈이 보다 더 일상화돼서 많은 분이 혜택을 받아 자신의 꿈을 펼치셨으면 좋겠다”는 당사자의 소망까지 더해져 정부와 국회를 압박한 것.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서울특별시협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중도․중증장애인 일상복귀 재활시스템 구축’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도장애인은 어느 시기까지는 비장애인으로 살아왔지만, 어느 순간 사고나 질병 등에 의해 장애를 가지는 사람으로, 전체 장애인 250만명 중 약 200만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들은 재활을 통해 일상의 삶을 꿈꾸지만, 실제 재활은 ‘병원 탐방’, ‘희망 고문’, ‘재활 난민’에 처한 현실이다. 실제 척수장애인은 평균 29개월 정도 병원생활을 하고 있다.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박종균 외래교수.ⓒ에이블뉴스

“저는 내년이 되면 척수장애인 된 지 30년이 됩니다. 진짜 안타까운 것은 제가 다쳤던 30년 전과, 지금 30년 이후 중도장애인 재활체계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박종균 외래교수)

중도장애인의 가장 좋은 사회복귀는 원직장 원직무로, 대부분 선진국에서 추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박 교수는 간단히 “의료재활에서 바로 직업재활로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의료재활은 상당히 잘 돼 있는데, 바로 직업재활로 건너뛴다는 것이 문젭니다. 교육재활 통해서 장애를 배우고, 심리재활 통해서 장애 수용하고, 사회재활 통해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가는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그런데 장애 잘 모르고, 갑자기 직업재활 넘어가려다 보니 저항이 생기고 소극적입니다. 30년 동안 반복된 문제입니다.”(박종균 교수)

이에 박 교수는 사회복귀를 위한 전환재활서비스 제도화 필요성을 피력했다. 전환재활서비스는 의료재활과 지역사회복귀의 중간단계로 심리재활, 교육재활, 사회재활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영국, 스위스, 미국, 뉴질랜드 등이 재활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병원 퇴원이 목표인 나라인데, 사실은 병원 퇴원이 아닌, 장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도장애인이 직업을 통해 세금 내는 당당한 시민이 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었으면….” (박종균 교수)

일상홈 프로그램 입소자들의 일상훈련 모습.ⓒ에이블뉴스DB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별도의 재활체계 없이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서울특별시협회 자체적으로 중도 중증장애인의 일상의 삶 복귀 프로그램(일상홈)을 운영하고 있다.

척수장애인의 준비된 사회복귀를 위해 주거공간에 입주, 일대일로 일상생활 코치를 배치해 4주간 일상훈련(트랜스퍼, 옷 갈아입기, 가사, 위생관리), 여가(공공장소 방문, 여행)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1~3차년도 입소생 24명 기준 50%가 취업에 성공했다.

휠체어댄스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는 채수민 씨.ⓒ에이블뉴스

실제 ‘일상홈’을 통해 사회복귀에 성공, 휠체어댄스 스포츠 선수로 활동하는 채수민 씨는 “일상홈을 통해 생활을 한 번 더 꿈꾸게 됐고, 계속하고 싶었던 꿈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낙상사고로 척수장애인이 된 채 씨는 아주대학교, 국립교통재활병원을 거쳐 국립재활원에서 휠체어댄스를 알게 됐다. 이후 사회복귀가 막막했던 그는 일상홈 프로그램을 알게 된 후 혼자서 할 수 있는 활동 범위가 넓어졌다고. 채 씨는 “일상홈이 보다 더 일상화돼서 많은 분이 혜택을 통해 자신의 꿈을 펼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채수민씨가 일상홈 입소 당시 일상생활코치였던 최혜영 의원 모습.ⓒ에이블뉴스

중도장애인 일상복귀를 위한 프로그램 ‘일상홈’과 관련, 토론자와 자리에 함께한 국회의원도 필요성에 동의했다. 특히 척수장애인인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의 경우,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채수민 선수의 일상홈 일상생활코치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최혜영 의원은 "2013년도 협회에서 뉴질랜드를 다녀온 후 다음년도부터 사업(일상홈)이 진행됐는데, 10년이 다 돼도 여전히 토론회를 한다는 자체가 안타깝다"면서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아무리 현장에서 외쳐도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국회에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만의 우물 안의 개구리지 않을까 해서였다. 앞으로 제도화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대한작업치료사협회 이지은 부회장(오)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에이블뉴스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이지은 부회장은 "우리나라 의료재활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신체기능에서 장애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어떻게 일상생활 기능으로 연결하는지 관심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각자 필요한 기회 제공보다는 먹는 것, 씻는 것 등 제한된 훈련을 하고 있고, 그조차도 병원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진짜 집으로 돌아갔을 때 고립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상자 중심으로 실제 24시간 살면서 일상을 경험하는 일상홈은 병원을 벗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게끔 하는 진짜 통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일상홈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신용호 과장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시설보다는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가 복지부장관님의 브랜드 사업으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소득과 직업이 있어야 지역사회에 함께 사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영국에는 커뮤니티코치를 배치한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을 활용해서 어떻게 같이 녹아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겠다. 전달체계는 척수장애인 재활지원센터를 컨트롤타워 역할로 하든지, 해외사례를 주시면 적극 확보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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