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 본인부담금 폐지를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대표. ⓒ에이블뉴스DB

보건복지부가 올해 장애인활동지원 본인부담금 부과 ‘꼼수’를 부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종합조사 수급자에 대해서만 ‘활동지원급여 단일화’를 적용해 인하된 본인부담금을 부과, 종전 인정조사 수급자는 혜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인 것.

앞서 지난해 4월 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본급여+추가급여에서 단일급여 종합점수 체계로 변경함에 따라 본인부담금 부과기준을 단일화했다.

장애등급제 폐지 전후 본인부담금 개편 상황.ⓒ국민연금 장애인활동지원 홈페이지

기존 활동지원 본인부담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기본급여 6~15%, 추가급여 2~5%를 적용했던 것을, ‘활동지원급여’로 단일화해 4%, 6%, 8%, 10%로 개정한 것. 여기에 상한선이 없는 추가급여에 대한 본인부담금은 삭제됐다.

이에 복지부는 본인부담금이 평균 약 4.03%에서 약 3.35%로 인하되고, 상한제 적용에 따라 본인부담금 최고금액이 현행 32만2900원에서 15만8900원으로 감액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본인부담금 인하 혜택이 장애등급제 폐지 후 적용된 ‘종합조사’를 받은 신규 또는 재갱신 수급자만 해당된다는 점이다. 3년이 도래하지 않아 재갱신을 하지 않은 기존 인정조사 수급자는 올해도 여전히 무거운 본인부담금을 내고 있다.

활동지원 수급자에게 복지부가 보낸 본인부담금 안내 문자. 12월 26일 첫 문자에는 ‘본인부담금 부과기준 단일화’ 조치를 안내했다가, 30일 ‘단일화 조치가 잠정보류’라고 번복했다.ⓒ에이블뉴스

지난달 26일 복지부는 활동지원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활동보조 시간당 단가 인상(1만2960원→1만3500원) 및 본인부담금 부과기준 단일화에 따른 조치’에 따른 본인부담금 내역을 보냈다, 몇일 뒤인 30일 ‘본인부담금 부과기준 단일화 조치가 잠정보류 됨’이라며 본인부담금 내역을 재공지했다.

중증장애인 배재현 씨의 경우 지난해 기준 10만2100원의 본인부담금이 첫 문자(12월 26일 발송)에서는 ‘8만5300원’으로 공지됐다가, 두 번째 문자(12월 30일)에서는 ‘10만6300원’으로 되려 인상됐다. 배 씨는 “대통령께서도 본인부담금 경감조치 했다고 했는데, 몇 일 사이에 올라간다는 것이 어이없다”고 황당해했다.

지난달 19일자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개정 등에 따른 본인부담금 변경 안내 등 협조 요청‘ 공문.ⓒ에이블뉴스

왜 이렇게 몇 일 사이에 ‘확’ 바뀌었을까? 복지부는 거듭 ‘문자를 잘 못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있다.

본지가 확인한 지난달 19일자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개정 등에 따른 본인부담금 변경 안내 등 협조 요청‘ 공문에 따르면, 종전 인정조사 수급자에게도 본인부담금 부담률을 신규 수급자 수준인 4~10%로 단일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추가급여에도 상한액을 적용해 2020년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또한 공문 속에는 지자체에 12월 26일 본인부담금 변경내역에 대한 문자메세지를 발송하도록 안내했다. 문자 예시 또한 수급자들이 받은 문자와 동일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전송된 문자 내용과 같이 ‘본인부담금 부과기준 단일화 조치가 잠정보류’됨에 따라, 기존 기본급여(6~15%)+ 추가급여(2~5%)의 본인부담금을 적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자 속 '본인부담금 부과 기준 단일화 잠정보류' 부분에 대해서 “문자를 잘 못 보낸 것”이라면서도 해당 공문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본인부담금 부과기준 단일화는 종합조사 수급자에 대해서만 적용하며, 기존 인정조사 수급자의 본인부담금 부과 형태는 달라진 게 없다. 시간당 단가 인상(4.2%)에 따른 인상률만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부회장은 “특히 중증일수록 추가급여가 많이 부과되는데, 추가급여는 상한액도 없어서 부담이 높다”면서 “인정조사에서 종합조사로 넘어가라는 협박과 같은데, 많은 장애인들이 시간이 떨어질까봐 갱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3일 복지부의 세 번째 문자 발송.ⓒ에이블뉴스

한편, 복지부는 3일 활동지원 수급자를 대상으로 ’본인부담금 부과기준 단일화 조치 잠정보류에 따른 본인부담금(한도액 정정분 반영)‘이라는 내용으로 본인부담금 안내 문자를 세 번째 발송한 상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강민 조직실장의 지난해 기준 16만100원인 본인부담금은 19만2700원(12월 26일), 19만1900원(12월 30일), 16만6400원(1월 3일)으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최 실장은 “기존 받은 문자보다 깎인 상태지만, 또 바뀔 것 같아서 믿을 수가 없다”면서 “최저임금 수준인 임금에 비해 본인부담금은 여전히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3일 서울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활동지원법을 개정해 본인부담금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3일 서울 나라키움 저동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활동지원법을 개정해 본인부담금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본인부담금 폐지를 촉구하며 총 272명이 집단진정을 제기했지만, 아직 정책 권고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자리에서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준우 소장은 “활동지원 시간과 내 소득은 변동이 없는데, 본인부담금은 여전히 오르고 있어 부담스럽다. 1년간 500만원 수준이다. 제 지출 중 가장 부담스럽고, 식비보다 더 많이 차지한다”면서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생존권이지만, 정부는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의 권리만 보장해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인정조사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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