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허울뿐인 장애인복지 희생자 합동분향소 설치 및 추석연휴 농성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에이블뉴스

“굶어 죽고, 혼자 죽고, 맞아 죽게 만드는 허울뿐인 장애인복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10일 오후 5시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박 2일 추석연휴 투쟁에 들어갔다.

‘장애인활동지원, 주간활동지원, 장애인연금’ 개인맞춤형 3대 정책 예산,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조작 방지 및 장애인활동지원 24시간·주간활동 8시간 쟁취와 함께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촉구하기 위한 것.

전장연에 따르면 ‘31년만의 장애인정책 변화’라고 문재인 정부 스스로 자평한 ‘장애등급제 폐지’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빈곤문제 1호 과제이자 문재인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단계적으로 이행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등급’이 ‘장애정도’로 무늬만 바뀐 채 장애인복지예산의 확대 없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가짜’에 불과하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포용국가’의 비전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임기 절반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지 못한 채 ‘굶어 죽고, 혼자 죽고, 맞아 죽는’ 참극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관악구 한부모 가정 탈북민 어머니와 장애인 아들 아사 후 두 달 여 지나 발견(7월 31일), 관악구 50대 장애인 고독사 후 2주 지나 발견(8월20일), 강서구 80대 노모와 50대 중증장애인 아들 피살.(9월 1일)

전장연은 관악구 모자와 고독사한 장애인, 그리고 강서구 모자의 경우도 받을 수 있는 복지제도를 몰라서 참변을 당한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회보장 제도와 복잡하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수급신청 과정이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이라는 입장이다.

10일 서울역에서 열린 '허울뿐인 장애인복지 희생자 합동분향소 설치 및 추석연휴 농성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장, 강희석 나야장애인인권교육센터 상임활동가, 정성철 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 상임활동가가 발언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 자리에서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장애인이 죽어도 언제 죽었는지조차 모른다. 정부의 사회안전망이 구멍났다"며 "한국에서 살겠다고 찾아온 어머니와 아들이 아사했다. 부양의무가 있는 동생이 무참히 형을 때려죽였다. 어김없이 장애인은 가족의 짐이었다"고 분노했다.

강희석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상임활동가는 "탈북민들이 남한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했다. 그래서 관악구 탈북 여성의 죽음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며 "그들이 죽어가는 동안 '포용국가'라고 하는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죽어간 이들 모두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성철 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 상임활동가는 "제도의 변화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죽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소외된 자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 언제나 확실하게 폐지하지 않고 '단계적'이나 '협의'라는 단어로 뭉뚱그리기 때문에 제도 변화가 절실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장연은 기자회견 후 서울역 대합실에 관악구 모자와 고독사한 장애인, 강서구 모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제를 가진 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죽어간 죽음들을 귀성객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여기에 11일 오전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귀성 인사에 맞춰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사과 메시지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

장애계의 요구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민주당 차원의 TF가 구성돼 6월 간담회를 진행했고, 여기서 진정한 맞춤형 지원을 위해 무엇보다 내년 예산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TF 차원의 발표를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TF는 유명무실한 상황이며 자연증가분 수준에 불과한 장애인복지 예산이 정부예산안으로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이해찬 대표가 추석 민심을 읽으려 한다면 우리와 이야기해야 한다"며 "지난 간담회에서 민주당 TF는 우리의 요구를 반드시 챙기겠다고 면전에서 이야기했다. 그 이후로 아무런 대답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평등권이라고 하는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명이다. 그런데 권력자들은 우리를 굶어 죽게 만들고, 고독사하게 만들고, 하찮게 여긴다"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관악구 탈북민 모자 아사', '관악구 50대 장애인 고독사', '강서구 80대 노모와 50대 중증장애인 아들 피살'로 사망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10일 서울역에 마련한 합동분향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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