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 B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 이런저런 안부 이야기를 하다가 아버지가 황반변성이라고 했다.

필자 : “시각장애인이에요?”

B 씨 : “아닌데요?”

눈의 안쪽 망막의 중심부에 위치한 신경조직을 황반이라고 하는데, 시각세포의 대부분이 이곳에 모여 있고 물체의 상이 맺히는 곳도 황반의 중심이므로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황반이 노화, 유전적인 요인, 독성, 염증 등에 의해 기능이 떨어지면서 시력이 감소되고, 심할 경우 시력을 완전히 잃기도 하는 질환이 황반변성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황반변성이 시각장애의 요인이므로 필자는 황반변성이라고 하면 시각장애인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B 씨는 아니라고 했다.

B 씨 : “병원에서는 황반변성이라고 했는데, 조짐이 온답니다. 그러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하면 몇 달은 괜찮다는데 오래 지속되면 시각장애가 올지도 모르지요.”

B 씨는 아버지에게 황반변성이 온 지 2~3년 됐는데 아직 보는 데는 별문제가 없어서 운전도 잘하신다고 했다.

황반에는 시각세포 중에서도 사물의 색과 윤곽을 뚜렷이 구별하게 해주는 원추세포가 밀집해있는 곳으로 중심시력을 담당한다. 원추세포가 손상되거나 변성이 일어나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을 황반변성이라고 하는데 황반변성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황반변성으로 시각장애 1급을 받은 A씨. ⓒYTN

며칠 전 뉴스에 운전을 하는 시각장애 1급이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되었다고 했다.

A 씨는 지난 2005년 안구 안쪽에 이상이 생겨 바로 앞에 있는 사물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심각한 황반변성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시각장애 1급이라면 운전이 불가능하지만 A 씨는 예전에 받았던 운전면허로 능숙하게 주차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고 한다.

A 씨의 황반변성은 안구 질환이 심하지만, 안경을 쓰면 일상생활이 가능한 흔치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시각장애 1급은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지만, A 씨는 장애판정을 받기 전에 따놓은 면허증으로 직접 차를 몰고 다니며 방충망 설치와 노점상을 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시각장애인이라 각종 보조금으로 1억 원이 넘는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이러한 A 씨의 장애인 행세는 이웃 주민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다.

휴대전화에서는 여행지에서 경치가 좋다고 말하는 영상이 담겨있는 등 시각장애 1급이라고 볼 수 없는 증거들이 발견됐다. A 씨는 수사 대상에 오르자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경찰은 A 씨처럼 운전이 불가능한 장애등급을 받고도 면허증을 유지하는 경우가 더 있을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도로교통공단이 시각장애인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YTN 뉴스에서 발췌.

주민 신고로 적발 된 A씨. ⓒYTN

필자는 이 뉴스를 접하고 뉴스를 취재한 기자를 찾아보았으나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관할경찰서로 연락을 했다.

A 씨는 무슨 죄목으로 적발된 것일까요?

사기죄와 장애인연금법 위반 등인데 아직 수사 중이라 자세한 것은 말 할 수 없다고 했다.

보조금 1억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내역을 알 수 없을까요? 그것은 구청에 물어보라고 했다.

구청으로 문의를 했다. 구청에서도 사건을 수사 중이라 신문에 난 것 외에는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5조 운전면허 적성기준에 의하면 교정시력이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잰 시력이 0.5 이상일 것. 다만,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쪽 눈의 시력이 0.6 이상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의 등급기준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시각장애 6급과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정상시야의 50% 이상 감소한 5급2호 뿐이다. 운전면허에서 시야기준이 있을 때는 5급 2호도 운전면허가 불가했지만, 현재는 시야기준이 없어졌으니 운전면허는 가능하다.

시각장애 6급의 경우 나쁜 눈의 시력이 0.02이하라면 좋은 눈의 시력은 0.6 이상일 것이므로 운전면허가 가능하지만, 시각장애 5급 1호 ‘좋은 눈의 시력이 0.2 이하인 사람’은 운전면허가 불가하다.

시각장애인 기준. ⓒ법제처

그런데 7월 1일부터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등급 대신 장애정도라고 표시가 된다. 장애등급이 폐지된 장애정도의 시각장애인 기준을 보면,

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

1) 좋은 눈의 시력(공인된 시력표로 측정한 것을 말하며, 굴절이상이 있는 사람은 최대 교정시력을 기준으로 한다. 이하 같다)이 0.06 이하인 사람

2)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5도 이하로 남은 사람

나.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1) 좋은 눈의 시력이 0.2 이하인 사람

2) 두 눈의 시야가 각각 모든 방향에서 10도 이하로 남은 사람

3) 두 눈의 시야가 각각 정상시야의 50퍼센트 이상 감소한 사람

4)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

장애판정기준에서 1~6급으로 구분했던 장애등급을 기존의 1~3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으로, 그리고 4~6급은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으로 이등분 했을 뿐이다.

현재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45조(자동차 등의 운전에 필요한 적성의 기준)에서 시력 관련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6. 11. 29.>

1. 다음 각 목의 구분에 따른 시력(교정시력을 포함한다)을 갖출 것

가. 제1종 운전면허: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잰 시력이 0.8 이상이고, 두 눈의 시력이 각각 0.5 이상일 것. 다만,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보통면허를 취득하려는 경우에는 다른 쪽 눈의 시력이 0.8 이상이고, 수평시야가 120도 이상이며, 수직시야가 20도 이상이고, 중심시야 20도 내 암점(暗點) 또는 반맹(半盲)이 없어야 한다.

나. 제2종 운전면허: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잰 시력이 0.5 이상일 것. 다만,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쪽 눈의 시력이 0.6 이상이어야 한다.

시각장애인 장애정도 기준에서 운전면허가 가능한 사람은 ‘장애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장애인’ 중에서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 뿐이다. 한쪽 눈 실명자는 좋은 눈의 시력에 따라서 1종도 가능하다.

미래에는 시각장애인도 운전을 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가 등장한다지만, 현재 시각장애인과 운전면허는 양립할 수 없다. 단 ‘나쁜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은 제외하고.

그러나 현재는 뉴스에서 제시한 것처럼 보건복지부의 시각장애인등록과 도로교통공단의 운전면허 정보가 공유되고 있지 않으므로 이처럼 사건이 일어나서 표면으로 드러나야 알 수가 있다.

얼마 전에는 미국에서 시각장애 1급이 되어서 돌아온 사람에게, 국제면허를 갱신하라는 연락이 왔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혹시라도 시각장애인 등록을 한 사람(예전의 시각장애 6급은 제외)이 예전에 받은 것이라도 운전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도 인해 이러한 가짜 장애인 사례는 더욱 증가할지도 모른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보다 더 신중하고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를 거쳐야 할 것 같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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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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