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생명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장애인에게 보험회사가 합리적인 통계 원칙, 수긍할 만한 의학적·과학적 진단 결과 없이 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됐다.

10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서울특별시장애인인권센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제3부(항소, 재판장 신헌석)는 장애를 이유로 한 보험 가입 거부가 장애인 차별이라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위자료 지급 소송을 제기한 장애인에게 원고 패소 판결한 제1심을 뒤집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원고는 어린 시절 뇌성마비로 다리에 장애가 발생했고, 뇌병변장애가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분류되기 전인 1988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으로,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배우자와 세 자녀를 부양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 보험회사에 원고 본인을 피보험자로 해 10년 만기의 생명보험 가입을 청약했다.

피고가 원고의 장애를 이유로 청약을 거절하자 원고는 이의신청을 해 피고가 파견한 간호사에게 건강검진을 받고 직장 건강검진 결과도 제출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건강 진단 결과 뇌성마비 지체장애 2급으로 다리를 절뚝거리고, 고도장해 발생자의 사망률이 미발생자보다 18배 높다는 통계가 있으며, 자문 의사의 소견은 뇌병변 2급 장애의 경우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의 보험 가입을 최종 거절했다.

원고는 이에 납득하지 못하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했으나 제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특별시장애인인권센터는 이 같은 행위가 명백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하고 피고가 제시한 근거는 차별의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항소심 사건을 수임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별행위를 당한 사람이 증명하고, 그러한 차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것은 그 상대방이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차별행위의 정당한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중증장애인의 사망률이 18배 높다는 증거의 진정 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뇌병변 장애인의 사망률이 높다는 통계에 대해서도 원고와 무관한 뇌혈관질환과 고령층에 대한 비중이 커서 주로 아동기 이전에 발생하는 뇌성마비가 이 사건 보험이 보장하고 있는 40~50대 중년 남성의 사망률에 영향을 끼친다는 근거로 보기 어렵다고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한 재판부는 건강검진 결과 장애로 인한 파생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고, 뇌성마비는 비진행성 질환이며, 보행에 불편함이 있는 것 이외에 건강 지표상 별다른 특이사항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최근의 치료이력 등 원고의 실제 상태나 건강상의 위험도를 구체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원고의 장애급수에 2015년 장애등급판정기준을 일률적으로 대입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것처럼 판단한 것은 합리적인 의학적 과학적 자료에 근거했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의학적·과학적 진단 결과 없이 보험 가입을 거부한 것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 판결은 피고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되었다.

소송을 진행한 김동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장애인의 보험 청약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려면 보험의 보장 내용에 따라 명확한 의학적·통계적 근거를 통해 위험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판결”이라면서 “개인에 장애와 건강 상태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장애등급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하던 보험회사의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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