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종로구 효자동파출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광화문역 지하농성 4만 3680시간, 1820일.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3대 적폐, 이젠 끝내야 합니다.”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은 14일 종로구 효자동파출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장애인수용시설 완전폐지’를 촉구하는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산하에 국민인수위원회를 둬 국민들의 정책제안과 의견을 수렴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수십만 건에 이르는 국민제안을 검토해 국정과제를 작성했고 지난 7월 19일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20대국정전략·100대국정과제를 제시했다.

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국정목표의 하나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표방하고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전략으로 제시하며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세부적인 과제로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을 제시했다. 모든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빈곤문제의 최우선 과제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됐던 부양의무자 기준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선언에 가까운 언급만이 됐다.

또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포함됐지만, 의료·생계급여는 2019년부터 노인·중증장애인 가구에 한해 폐지하는 것 이후의 단계적 목표는 제시돼 있지 않다.

지난 7월 24일 취임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취임식에서 단계적 폐지 입장을 밝혔으나 임기 내 완전폐지 계획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이 자리에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장애를 넘어서 함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장애등급제 폐지가 필요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야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얼마나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지 못했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 말처럼 장애인은 이제까지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했다. 이런 현실을 안다면 이제부터라도 장애인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기준, 장애인거주시설 정책 폐지해야 한다"면서 "이 3가지 적폐 해결을 위해 협의회도 동지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애인야학 박명애 대표는 "춥고 더운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투쟁을 한지가 5년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바꾸겠다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장난에 놀아나면 안된다. 더 이상 양보도 못하겠고 기다리지도 못하겠다"고 토로했다.

또한 "또 다른 대통령이 나와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장난으로 시간 끌어서 넘어가고 그런 것을 한두번 본게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후 "이런 거짓말에 속아 내 나이가 이제는 64살이 됐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있을 때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 폐지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공동행동 회원들은 노숙농성을 하기 위해 청와대 앞으로 행진을 하려고 하던 중 경찰의 제지로 막혔고 현재 종로구장애인복지관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 앞으로 행진을 하려는 장애인들이 경찰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노숙농성을 위해 종로구복지관 앞에 마련된 천막.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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