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산1동 제4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는 와상장애인 김율만씨.ⓒ에이블뉴스

“투표 당일에 직접 가서 해야죠!” 장애가 심해 거소투표를 신청했을 것이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손발을 쓸 수 없는 와상장애인 김율만씨(36세, 뇌병변1급)는 재활원에서 퇴소한 이후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해왔다.

제19대 대통령선거에도 당연스럽게 김 씨는 투표를 위해 매일 매일 선거공보물은 물론, 각종 기사와 방송토론을 빠짐없이 챙겨봤다. 단순히 한 표의 의미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간절한 소망이었다.

“저는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 중 부양의무제 폐지를 관심 있게 지켜봤어요.”

지난해 1월 부양가족인 김 씨의 여동생이 만 18세가 넘어서며 활동지원제도 취약가구 혜택에서 탈락, 서비스 시간이 대폭 감소했다.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 동안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여동생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다행히 이번 대선 후보자 모두 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다. 세부적 내용을 보고 또 살펴서 신중히 후보자를 선택했다.

(위)투표를 위해 외출 준비하는 김율만씨(아래)발산1동 제4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었다.ⓒ에이블뉴스

서울 발산1동 수명산파크1단지에 거주하는 김 씨의 투표소는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했다. 오전 10시 30분경 김 씨의 자택을 찾았다. 김 씨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침대형 휠체어에 탔다. 체온 조절을 위해 담요를 여러 겹 덮고, 목에 스카프까지 둘러서야 외출 준비 완료다. 엘리베이터로 내려와 2~3분 거리에 위치한 발산1동 제4투표소를 찾았다. 오전 10시 55분경 투표소는 비교적 사람들로 북적였다.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 임시 경사로를 통해 투표장에 방문하자, 투표사무원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김 씨에게 꼼꼼히 물었다. 첫 번째 관문, 본인 확인을 위한 지장은 활동보조인과 사무원이 도와주며 무사히 마쳤다.

(위)본인확인을 위한 지장을 찍고 있는 김율만씨(아래)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대로 이동!.ⓒ에이블뉴스

투표용지를 받아든 김 씨 일행은 투표소 한 켠에 마련된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기표대를 안내받았다. 침대형 휠체어도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 이 안에서 활동보조인은 김 씨에게 미리 귀띔 받은 후보에게 도장을 찍었다. 동행한 투표사무원이 투표용지를 접기 전, 꼼꼼한 김 씨는 “투표용지를 보여 달라”며 마지막 확인까지 마쳤다. 시선 집중된 가운데,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으면서 김 씨의 한 표 행사는 끝이 났다.

투표소 편의는 불편함이 없지만 장애가 심해 비밀투표가 안 돼서 아쉬움이 많다는 김 씨.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한 명이어서 미리 활동보조인에게 귀띔할 수 있었지만, 기초자치단체 선거 때는 찍어야 할 용지가 많아서 컴퓨터로 미리 작성해 활동보조인에게 몇 번이고 알려줬다. 김 씨는 “내가 스스로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활동보조인, 투표사무원의 도움을 받아 기표대에서 투표하고 있다.ⓒ에이블뉴스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 씨는 오는 6월 사회복지실습에 나갈 예정이다. 김 씨는 차기대통령에게 이 말만큼은 꼭 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지난 9년 동안 사회복지정책이 많이 후퇴돼서 마음이 슬프고 아팠습니다. 차기 정부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세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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