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진행된 고 송국현 3주기 추모제. 한 장애인이 헌화를 하고 송씨를 추모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2014년 4월 17일. 지금으로부터 딱 3년 전,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던 한 뇌병변장애인이 화마로 중태에 빠져 사투를 벌이던 중 숨졌다.

숨진 이는 송국현. 화재가 발생해 대피하거나 구조요청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장애가 심했으나 3급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었다.

17일 광화문 광장에는 국현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인의 넋을 기리는 3주기 추모제를 개최했다. 하늘에서도 국현씨의 죽음을 애도하듯 비가 쏟아졌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에 따르면 국현씨(뇌병변장애 5급, 언어장애 3급)는 스물네살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병변장애인이 됐다.

국현씨를 부양할 수 없었던 가족은 그를 장애인 수용시설로 보냈고 시설에서 지역사회와 분리된 채 살았다. 28년이 지난 2013년. 마침내 국현씨는 수용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게됐다.

지역사회에 나온 국현씨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했다. 움직임에 제약이 있던 그가 일상생활을 홀로 영위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격은 1~2급 중증장애인이었고 3급 중복장애인이던 국현씨는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국민연금공단에 등급 재판정을 신청하고 검사를 받았지만 결과는 기존 등급 그대로였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한 국현씨는 본인의 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숨졌다. 그는 사고 당시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고 결국 중환자실에서 투병을 하던 중 사고발생 4일만에 세상을 떠났다.

국현씨의 죽음을 접한 장애계는 분노에 휩싸였다. 보건복지부 장관 항의집회, 각종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등급에 따른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자격을 비판했다. 장애계는 "등급제가 송국현을 죽었다"면서 등급에 따른 신청자격 폐지를 요구했다. 여기에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도 촉구했다.

국현씨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여전히 활동지원서비스의 신청은 장애등급에 따라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격은 여전히 중증장애인(1~3급)까지이고 국현씨를 죽음으로 몰아간 근본적인 원인인 장애등급제도는 '건실하게' 존재하고 있다.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제공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유사중복사업의 명목으로 제한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사진 왼쪽)과 꽃동네 탈시설 장애인 모임 더플라워 윤국진 활동가(사진 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송국현은 시설에서 30년 가량 살다가 50살 무렵에 지역사회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나왔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해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했지만 3급으로 재판정 받았고 서비스를 받지 못해 화마로 죽었다"면서 "송국현은 등급제에 의해 희생됐다. 등급제 때문에 죽어야 했던 송국현의 죽음의 진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꽃동네 탈시설 장애인 모임 더플라워 윤국진 활동가는 "국현씨는 사람을 좋아했다. 우리집에만 오면 잠을 푸욱 잤다. 활동보조인이 있었다면 본인의 집에서도 잠을 잘 잤을 것"이라면서 "빨리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좋을 세상을 많이 봤을텐데 아쉽다. (등급제를 폐지하고 자립생활을 하기)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다. 하늘에서 우리의 투쟁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고 송국현 3주기 추모제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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