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점자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오는 5월30일 본격 시행될 시각장애인 문자 향유권 보장을 위한 ‘점자법 시행령안’이 반쪽짜리로 남았다. 시각장애계에서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점자 전문인력인 점역·교정사 분리와 국가자격 인정 등에 대해 “단기간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결국 ‘빈 칸’으로 남긴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15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점자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 자문회의 등을 거쳐 완성된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점자법’은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로,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내용으로, 5년마다 점자발전기본계획 수립, 점자사용 실태조사, 점자교육의 기반 조성, 점자문화의 확산 등의 조항이 포함됐다.

하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법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구체적 하위법령의 제정이 필요, 문화체육관광부는 시행령 초안을 마련해 1,2차 자문회의를 거쳐 이날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후 3월초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5월말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조선대 특수교육과 김영일 교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전 정책실장.ⓒ에이블뉴스

■3년 주기 점자 실태조사, 점역 교과용 도서는?=이날 발표된 시행령안 속 ‘실태조사 및 점역 교과용 도서 범위’ 분야는 대체적으로 ‘만족’ 수준이지만, 명확한 부분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행령안을 살펴보면, 먼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3년마다 시각장애인의 점자사용능력, 점자에 대한 인식, 점자 사용 환경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실태조사에는 시각장애인의 점자 사용능력 뿐 아니라 국민의 점자에 대한 의식 등 포괄적으로 담겼다.

조선대학교 김영일 교수는 “점자법에서는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란 부분이지만, 시행령에서는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진일보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점역 교과용 도서의 범위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사용되는 도서로, 학생용 또는 교사용 서책, 음반, 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이다.

이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 강완식 전 정책실장은 “실태조사 기간이 3년인 것은 최근 점자 정보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에 맞춘 타당한 부분이다. 적극 찬성”이라며 “조사 내용도 국민 인식도 등까지 포괄적으로 담은 것도 타당하다. 다만, 조사방법이나 구체적인 절차, 누가 어떻게 조사를 실시할지 등에 대한 사항도 함께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전 정책실장은 “점역 교과용 도서는 좀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사용되는 도서로 한정하는 경우 교과서를 말하는 것인지, 지도서를 말하는 것인지 그 모든 것을 다 포함한 포괄적 의미인지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시각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상장애인복지관 김호식 관장, 서울점자도서관 김두현 관장,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에이블뉴스

■전문인력, “단기간 해결 어려워” 유보=‘점자출판 시설 지원 기준 마련 및 점자 전문인력 양성’ 분야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먼저 시행령안 속 점자출판 시설 기준은 장애인도서관, 점자도서관 점자도서 및 녹음서 출판시설 등으로 한정했다.

하상장애인복지관 김호식 과장은 “이현재 점자출판을 하는 특수학교, 장애인복지관, 비영리법인 및 단체 등이 점자출판이 가능하지만, 점자출판이 주요 사업이라기보다 일부라서 점자출판시설로 보기 어렵다”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이미 예산 지원을 받고 있으므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점자출판시설은 국가공인민간자격을 취득한 점역‧교정사 1명 이상이 상근, 점역 편집과 점자 인쇄에 사용할 컴퓨터를 2대 이상, 점자 인쇄기 또는 점자제판기 1대 이상 등을 갖추도록 했다.

반면, ‘점자 전문인력’의 경우 시행령안에서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채 빈 칸으로 남겼다. ‘점자 관련 전문인력의 자격 종류, 자격 요건, 자격 부여 방법 등은 관련 연구와 협의를 거쳐 따로 정한다’고 유보한 것.

현행 점자 관련 자격제도는 한시련이 복지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관리하고 있으며, 국가공인민간자격제도인 점역‧교정사 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시각장애인계에서는 업무 차이가 있는 점역‧교정사를 분리하자는 주장을 제시했으며, 지난해 11월 한시련표 점자법 시행령안에 이를 담기도 했다. 자격 부여 방법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국가자격으로 변경돼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였다. 현재 점역·교정사 자격은 복지부가 한시련에게 위탁한 국가공인민간자격이다.

김 관장은 “전문인력 부분은 문체부에서도 자문회의를 거치면서 논의를 했지만 약간의 이견이 있어 지금 구체화하는 것보다는 앞으로의 상황, 연구 등을 거치면서 구체화시켜가자고 정리한 부분”이라며 “향후 관련 단체와 전문가, 현장의 깊은 연구 등을 거쳐 추후 시행령 개정 시에 반영되길 바란다. 정확한 시기 또한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점자도서관 김두현 과장은 “점역‧교정사는 이원화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점자법에 의거해 점자 출판 및 대체자료 제작에 적합한 전문이력을 국가자격으로 조속히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준비과정상 즉시 시행하기에 모색할 시간도 필요하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시형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시행 방법이 기술돼야 하는데 임시적 조문으로 남았다”며 “점역‧교정사는 업무가 완전히 다르므로 분리돼야 하는 의견들이 대다수지만 수요도 많지 않은데 또 다시 세분화하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고양시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이연주 센터장은 “시행령에서 점자인력 부분이 명확히 명시돼야 하는데 기간도 정해지지 않은 채 추후 협의를 한다고 하는 부분이 속된 말로 ‘글자 장난’ 수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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