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점 주인의 꾐에 넘어가 불량스쿠터를 구입하고, 이에 항의하자 도리어 폭행까지 당한 뇌병변장애인의 끔찍한 악몽. 4년간의 길었던 판매점과의 악연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내며 끊어졌다.

유 씨의 꼬이고 또 꼬인 기막힌 사연은 지난 2013년 11월부터 시작된다. 당시 A스쿠터를 사용하던 유 씨는 병원에 가다 교통사고를 당해 스쿠터 앞부분이 심하게 망가졌다. 판매점 주인 안 모 씨에게 수리를 의뢰했지만, 안 씨는 “파손정도가 심해 수리가 어렵다”며 관악구청의 지원을 받아 새 전동스쿠터를 구매할 것을 권유, 유 씨는 B스쿠터를 월 10만원 임대료 지급 조건으로 임차했다.

하지만 B스쿠터 또한 3개월도 채우지 못한 채 조작과정에서 파손, 120만원의 수리비까지 지출했다. 이에 유 씨는 결국 또 다른 신제품 스쿠터를 230만원에 구입하기로 하고, 구청에 지원금을 신청, 206만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제품을 받기 위해 안 씨의 판매점을 방문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거부당했다.

그 길로 2개월이 흘렀다. 기다림에 지친 유 씨는 B스쿠터를 타고 판매점을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판매점 직원은 ‘스쿠터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직원은 유 씨가 구입하려던 스쿠터보다 성능이 좋고 비싼 286만원의 C스쿠터를 살 것을 권유했다. 임대료가 부담됐지만 딱히 방법도 없던 유 씨. 결국 잔금 80만원은 추후 지급하기로 하고 C스쿠터를 구입하고 말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3개월 후인 2014년 7월, 판매점 안 씨는 3개월 전 유 씨가 타고 왔던 B스쿠터를 갖고 몰래 유 씨의 집 앞에 찾아와 C스쿠터와 바꿔치기하고 달아났다. 하루아침에 스쿠터가 없어진 유 씨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당장 스쿠터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또 다른 업체로부터 D스쿠터를 임대할 수밖에 없던 것.

다음날 모든 범행을 눈치 챈 유 씨는 안 씨에게 찾아가 항의했지만 외려 전치 2주의 폭행까지 당해야만 했다. 뇌병변장애인인 유 씨는 수차례 발로 짓밟히고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목까지 졸렸다. 안 씨는 이 범행으로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반전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C스쿠터는 지난 2013년 경기지방식품의약품 안전청으로부터 ‘판매중지 명령’이 내려진 불량 제품이었던 것. 안 씨는 모든 사실을 숨긴 채 유 씨에게 팔았던 것이다. 실제로 유씨는 C스쿠터 사용 한 달도 되지 않아 스쿠터 설계상 하자 때문에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출입문을 통과하지 못해 끼이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너무나 억울한 유 씨는 결국 안 씨를 상대로 지난 2015년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안 씨 또한 반소를 통해 팽팽히 맞대응 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조정, 화해를 유도했지만 유 씨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를 거부, 판결을 받기로 했다. 판결 결과, 유 씨는 패소했다.

이에 유 씨는 지난해 3월 서울시복지재단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도움으로 항소를 제기했으며, 소송대리인인 김도희 변호사의 열정으로 2심에서 전부 승소로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민사부(심규홍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안 씨에게 부당이득 206만원, 권리행사방해 행위 100만원, 치료비 손해배상 115만3124만원, 위자료 300만원 등 총 721만3124원을 지급토록 한 것.

다만, 재판부는 유 씨가 월 10만원으로 임대했던 B스쿠터의 임대료 총 40만원을 미지급한 점, B스쿠터 파손에 대한 수리비 총 120만원 중 50%만을 인정해 100만원을 안 씨에게 지급토록 했다.

재판부는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사고방식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졌으며, 장애인을 상대로 전동차를 대여하는 업종에 종사하면서 자신의 고객에게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비난가능성이 높다”며 “유 씨가 느꼈을 수치심과 굴욕감이 상당했지만 안 씨는 뉘우치기는커녕 유 씨를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유 씨의 평소 건강상태, 상해 정도 등 사정을 종합했을 때 안씨의 위자료 액수는 3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담당한 김도희 변호사는 “1심에서 워낙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아서 2심에서 뒤집을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사건을 맡으며 판매한 스쿠터 자체에 결함이 있어 회수 조치 제품이라는 점, 원하지도 않은 모델을 강권하는 행태를 보며 분노했다. 판결문에서도 판사의 분노가 느껴진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게 돼서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사건 속 판매점이 구에서 지정한 전문 지정업체였다. 정식으로 지정받은 업체조차 안 좋은 관행을 일삼는 모습을 보고 보장구업체들에 대한 공공에서의 관리감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음지에 머무는 보장구 수리시장의 관리감독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2심 판결에 대해 안 씨는 판결문을 송부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으며, 이를 포기할 시 판결은 확정된다. 현재 김 변호사와 유 씨는 혹시 모를 3심을 대비해 철저히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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