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논현역 고은기 역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에이블뉴스

“아이고 이제 화장실 가려고 개고생 안 해도 됩니다” 7호선 논현역 장애인 화장실 이용을 두고 지난 3년간 줄기차게 지적해왔던 굿잡자립생활센터 김재익 소장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좋아하시는 모습에 저희 또한 뿌듯합니다”라고 고은기 역장도 화답했다.

지난해까지 7호선 논현역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에게 ‘고행의 장소’였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엘리베이터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 역사를 빙빙 돌아야 했다. 논현역에는 지하3층 승강장에서 지하2층 맞이방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3대, 맞이방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1대가 운행 중이다. 문제는 화장실이 지하1층에만 마련돼 있었다.

즉,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역에 도착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지하3층에서 지하2층 맞이방으로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온 후, 화장실이 있는 지하1층까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 두 번을 거쳐 올라가야 한다. 볼일을 마치면 역시 또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 맞이방으로 내려와 지상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했다. “화장실 가려다가 싸겠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이는 에이블뉴스에서 지난 2014년, 2015년 두 차례에 걸쳐서 보도한 내용이다.

이에 김 소장은 논현역에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하1층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해 달라”고 줄곧 요구했지만, 역과 논현역을 관할하는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설계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힘들다”는 난색을 표해왔다.

그렇게 김 소장의 불만이 몇 년째 이어질 무렵,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김 소장이 원했던 지하1층 엘리베이터 설치 대안으로 지하2층 맞이방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을 별도로 설치한 것. 지난해 시 추경예산으로 반영돼 8월말 설치를 준비, 11월말 장애인 전용 화장실 설치를 완료했다. 구조상 맞이방에 정화조를 만들 수 없는 위치였지만, 담당부서의 노력으로 펌프를 이용,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했다.

지하2층 맞이방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 설치 모습. (위)경사로를 통해 접근이 용이하다(아래)화장실 안 설치 모습. 김 소장은 “설치가 잘 돼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에이블뉴스

12일 김 소장과 함께 방문해보니, 맞이방 위쪽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이라고 적혀 있어 위치를 찾기 쉬웠다. 남녀 장애인화장실 각각 1곳씩 배치됐으며,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 접근이 용이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입니다’라는 팻말을 통해 비장애인의 이용도 통제했다.

화장실 안에는 전동휠체어를 돌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은 물론, 손잡이, 등받이, 비상버튼, 휴지걸이가 잘 설치돼있었다. 또한 샤워기까지 설치해 간단한 샤워도 겸할 수 있도록 했다. 화장실을 둘러본 김 소장 또한 “화장실 설치가 참 잘 돼 있는 수준이다. 우리집 보다 좋다”며 큰 만족을 표했다. 다만 화장실 앞에 팻말 속 ‘일반인은 윗층 화장실을 이용하십시오’ 문구에 비장애인으로의 표기를 제안하자, 고 역장 또한 “그건 역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김 소장은 논현역 장애인화장실 설치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며 고 역장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전달했다. 고 역장은 “원래 화장실을 설치하기 힘든 구조였지만, 장애인분들의 불편한 의견을 받아 설치를 완료했다. 좋은 의견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역 이용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면 얼마든지 의견을 달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제 화장실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면서도 “화장실 이용은 해결됐지만, 카페나 미용실이 있는 지하1층을 이용하려면 여전히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물론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어렵다고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추후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2층 맞이방 위쪽에 표시된 장애인 전용 화장실.ⓒ에이블뉴스

김 소장의 전동휠체어를 돌릴 수 있는 면적의 장애인 화장실.ⓒ에이블뉴스

지하2층 맞이방에 장애인 전용 화장실 설치 모습.ⓒ에이블뉴스

여전히 지하1층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 하는 현실. 지하1층에는 장애인 비장애인 화장실, 미용실, 까페 등이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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