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시 장애인의 안전 문제가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수면위로 떠올랐다.ⓒ에이블뉴스

지난달 29일, 2016년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 재난 대책 마련이 담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새누리당 이종명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장애인, 노인 등이 안전취약계층으로 정의되며,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 속 안전취약계층 안전관리대책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했다. 또 안전문화 활동도 적극 추진, 안전취약계층 특성 반영한 표준화된 매뉴얼 개발 등도 담겼다.

그동안 재난안전에서 소외된 장애인 안전대책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만세!”를 부르며 환영해야 할 부분이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조금 냉정해져야 한다. 정부가 어떻게 정책 속에 녹아낼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연맹(DPI)는 재난안전 관련 토론회 개최, 정책 반영 시 고려점 등을 의견 수렴했다.

이날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이종명의원실 강윤묵 보좌관은 “장애인 안전대책을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 포함시키게 된 것은 큰 성과다. 장애유형에 따라 재난 발생 시 대처방법이 달라져야 하는 등 보다 세심한 준비를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며 “매뉴얼 개발에 있어서 장애계 다양한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명의원실 강윤묵 보좌관, 도시삶연구소 권영숙 선임연구위원,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에이블뉴스

재난정보 획득에 어려움이 있는 청각장애인, 시야 확보가 어려운 시각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지체장애인 등 특성에 맞게 재난대처 자료의 준비, 피난계획, 안전관리 지침의 비치 및 활용, 경보 전파 방법 등을 담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강 보좌관은 “당사자 뿐 아니라 반드시 동거가족, 활동보조인, 이웃, 구급대원 등 관계 공무원의 교육과 훈련도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국민안전처의 후속 조치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한 사항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도시삶연구소 권영숙 선임연구위원은 개정안 속 ‘매뉴얼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력자'라고 강조했다.

권 선임연구위원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실정에서 불이 났을 때 장애인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 결론적으로 매뉴얼을 만드는데 있어서 국가적으로 해야 하는 문제는 조력자"라며 "소방관은 자신이 머무는 곳에 장애인이 몇 명이고, 어떤 유형인지 등의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권 선임연구위원은 "독일 매뉴얼을 보면 평상시 구난을 수행하는 구조자와 장애인이 함께 대피 교육을 진행하며 유대관계를 갖는다. 일상생활 속에서 장애인과 친분을 갖고 믿음이 생기도록 유도하는 등의 아주 잘 돼 있는 부분"이라며 "매뉴얼은 개발에서만 끝나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과 문제점 보완까지 연구도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재난 상황에 대비한 ‘장애인안전체험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장애인들은 소방 장비를 본적도 만져본 적도 없고 단 한 번도 대피훈련이라고 해 본적이 없다면 결과는 뻔하다. 각 장애유형별로 체험을 통해 재난의 상황을 예견하고 방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총장은 광나루안전체험관에 있는 시설들을 체험해 본 결과 완강기는 시각, 뇌병변장애인은 가능하지만 척수장애인은 불가능하다. 승강기 피난기 역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불가능하다”며 “장애인 전용 재난 체험관을 건설해 의무적으로 체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한국장애인연맹 주최 ‘장애포괄적 재난안전 위기관리 시스템 현황과 과제 토론회’ 모습.ⓒ에이블뉴스

한편, 지난 4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초고층 건축물의 재난상황에 대비한 ‘민관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 속 아쉬운 장애인 대피 부분도 언급됐다.

동원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최규출 교수는 “롯데월드타워 대피 계단이 세 사람이 내려갈 수 있는 계단으로 비교적 폭이 넓다. 재난 시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가 힘들어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도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며 “만약 휠체어를 타시는 분이 계단으로 내려가면 비장애인들까지 뒤섞여 잠깐 대기하는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것들이 없었다”며 “미국처럼 이런 대기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계속 건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국민안전처 안전정책실 안전기획과 김광용 과장은 “일단 올해 4월달에 장애인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단 장애인분들이 얼마나 재난에 위험한지 통계부터 만들고, 매뉴얼과 더불어 장애인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행동요령을 만들 계획이 포함될 예정”이라며 “관계부처, 장애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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