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시험에서 최종 탈락한 윤태훈씨가 국가를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 윤태훈(만 28세, 뇌병변1급)씨가 국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지난 2014년 광주광역시 특수교사 임용시험 장애인구분모집에서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나, 면접에서 불합격한 장혜정(35세, 뇌병변1급)씨에 이은 두 번째 불합격 처분 취소청구 소송이다.

서강대학교 경제학과와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한 윤태훈씨는 손 장애, 언어장애로 대학 졸업 후, 대기업을 포함 일반기업에 지원했으나, 서류를 통과해도 매번 면접에서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지난해 5월, 본격적으로 공무원시험에 도전장 냈다. 공무원 시험은 국가에서 시행하기에 일반기업보다는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희망에서였다.

하지만 공무원시험도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윤 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손 장애가 있는 뇌병변장애인 응시자를 위한 계산과정 대필지원이었다. 지난해 공무원 시험 당시 인사혁신처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당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긴급구제 진정과 행정소송 끝에 계산과정 대필지원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냈다.

이어 올해 윤씨는 ‘2016년도 국가공무원 세무직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 지난 5월24일 합격최저점수 266.56점보다 31.45점이 높은 298.1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하지만 문제는 6월25일 2차로 시행예정인 면접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다. 2차 시험은 20분의 자기기술서 작성과 5분간의 스피치 과정으로 진행됐다. 손 장애가 있는 윤 씨는 미리 인사혁신처에 자기기술서 작성 등의 과정에 대한 대필을 요청했지만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도움을 받아 인사혁신처에 공문을 발송, 대필지원을 요청한 이후에 고사장에서의 노트북 지원과 대필지원 등 정당한 편의 제공이 가능하다는 조치를 통보받았다. 이후 큰 문제없이 면접시험을 치른 윤씨. 안정적인 합격선의 필기시험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앞으로의 공무원 생활을 준비했다. 하지만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윤 씨의 이름은 없었다.

“왜 면접시험에 탈락했는지 명확한 절차와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윤 씨는 지난 13일 서울행정법원에 인사혁신처와 국가를 상대로 불합격 처분 취소청구 소송장을 제출한 상태다. 2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3개 단체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 씨의 행정소송 사안을 알렸다.

22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3개 단체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필기시험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실력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면접은 일하고자 하는 의지와 꿈을 이야기 하는 자리다. 왜 번번이 장애인은 면접에서 떨어져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효율성과 편리성만을 판단한다면 장애인이 계속 실망과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상임대표는 “이번 소송을 통해 왜 실력을 갖췄는데 떨어뜨렸는지 명확하게 들어야 할 것 같다. 중증장애로 떨어진다면 일반기업과 다를 바가 없다”며 “장애인이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계속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는 “윤 씨는 손 장애와 언어장애가 있어서 자기기술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노트북을 사용한다해도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스피치에서도 언어장애가 있어 모든 걸 펼칠 수 없었다”며 “장애인에 대한 간접 차별이다. 법원이 면밀하게 판단해서 개선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장을 제출한 윤씨는 “앞으로도 (국가공무원 시험) 공부 하던 거 해야 한다. 9급과 7급 공무원 도전을 계속해나갈 것”이라며 “정의로운 재판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태훈씨의 불합격 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취지를 설명하는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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