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거주하는 이광섭씨는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소위 최중증장애인이다.ⓒ에이블뉴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거주하는 이광섭(45세, 지체1급)씨는 꾸준히 에이블뉴스와 소통하는 독자이자, 소위 말하는 ‘최중증 장애인’입니다. 광섭씨는 제보를 통해 임대아파트의 편의시설 문제, 그리고 최근 활동지원제도 가산 수당 문제를 지적한 바 있는데요. 한 달만에 다시 에이블뉴스 신문고를 두드렸습니다.

“기자님, 60만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참 답답해서 전화했어요.”

전화를 통해 잠깐 털어놓은 광섭씨의 토로만으로도 억울함이 밀려옵니다. 일단 만나봐야겠습니다. 대학로 근처에서 만난 광섭씨의 사연은 이러합니다.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광섭씨는 전동휠체어에 ‘콘트롤러 브라켓’을 달아서 턱을 이용해 운전을 하고 있는데요. 지난 4월22일경 ‘똑’ 부러지고 만 겁니다. 1년 6개월 정도 사용했지만, 워낙 장치가 약하다보니 평소에도 불안했다는데요. 그 불안이 실제로 일어난 셈이죠.

아예 분리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완전 수리가 필요했던 상황, 구매한 업체에 우선 문의했더니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광섭씨가 보기엔 똑같은 제품으로 하면 또 다시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불안함이 있었죠. 그래서 2~3군데 더 문의해본 결과, 좀 더 튼튼한 제품을 발견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가격입니다. 60만원이었습니다.

60만원, 기초생활수급자인 광섭씨에겐 너무나 큰 돈입니다. 현재 광섭씨는 장애인연금, 수급비 등 포함해 총 월 91만원의 수입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세금도 내야 하고, 월세도 내야하고, 건강도 좋지 못하다보니 매달 비급여 의료비도 나갑니다. 아무리 아껴도 6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이 것이 끝이 아니죠. 핸드폰비도 내야 하고, 장애인콜택시 비용도 내야 합니다. 월 91만원으로의 생활은 팍팍하기 짝이없죠. 이 상황에서 60만원을 어떻게 내야 할까요? 같은 장애인 가족에게는 전혀 지원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돈을 벌어야 할 텐데. ‘아르바이트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중증장애인이다보니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죠. 동료상담 교육도 수료했고, 장애인 편의시설 모니터링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문의했던 센터에서도 모니터링 요원도 추천했고요. 한 달 일하고, 60만원의 수리비를 해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는가 싶었죠.

망가진 ‘콘트롤러 브라켓’ 임시 방편으로 업체에서 나사를 박아줬지만, 이는 응급처치에 불과하다. 광섭씨에겐 수리비 60만원이 필요한 상황.ⓒ에이블뉴스

“혹시나 몰라서 도봉구청에 전화를 했어요. 근데 안 된다고 합니다.” 마음을 놓은 것도 잠시, 도봉구청에서는 광섭씨의 아르바이트를 말렸습니다. 1원이라도 통장에 돈이 찍히면 수급자가 탈락이 된다는 것이 이유였죠.

광섭씨도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합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수급자에게 돈을 쥐어줄 필요는 없었으니깐요. 그런데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라는 건지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다시 집에서만 생활했던 ‘AGAIN 2006’이 될 뿐이죠.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매일이 바쁜 광섭씨에겐 비상사태나 다름없었습니다. ‘콘트롤러 브라켓’이 없으면 외출을 다닐 수 없는데요. 일주일에 4번 이상 찾는 병원, 일요일 마다 찾는 성당, 그리고 사람 만나는 단순한 즐거움조차 누릴 수 없이 꼬박 5일을 방 안에 엎드려 있어야만 했습니다.

현재는 응급처치 방편으로 업체에서 나사를 하나 박아줬습니다. 하지만 이는 임시일 뿐이죠. 자유롭게 콘트롤러를 움직이지도 못할뿐더러, 언제 또 떨어질지 모릅니다. 때문에 광섭씨에겐 수리비 60만원이 절실하죠.

다시 보건복지부에 문의했습니다. 특수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한 후 제안도 했습니다. “돈을 버는 즉시 수급을 끊지 말고, 2~3년 유예 기간을 두고, 이 사람이 먹고 살 수 있겠다 판단될 때 수급을 중지해도 되지 않겠느냐”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통장에 돈이 찍히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서 또는 현금을 받아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수리비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섭씨는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진 않다는 겁니다.

광섭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딱한 사정에 도봉구청에서는 수리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는 연락이 없습니다. 광섭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뾰족한 수가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광섭씨는 에이블뉴스를 통해 이렇게 토로합니다.

“장애인들도 각자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그런데 수급비 탈락이라는 무서운 말에 능력개발을 키울 수 가 없어요. 저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저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너무 가혹해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거주하는 이광섭씨는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소위 최중증장애인이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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