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도서를 읽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점자로 된 가전제품 설명서가 없어 조작방법을 알기 힘듭니다. 정작 제품을 구입해도 시각장애인은 사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군산시에 사는 시각장애인 류모씨(시각1급·43)는 3년전 전자렌지를 샀다가 곤혹을 치렀다.

점자로 된 설명서가 따로 있지 않아 사용하는 방법을 알 수 없었던 것. 결국 그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전자렌지의 사용법을 숙지할 수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번은 녹음기가 고장 났지만 점자설명서가 없어 수리서비스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다. 모델명을 말해달라는 판매처 직원의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류 씨는 "녹음기를 샀을 때 점자설명서가 있었다면 설명서를 읽고 모델명을 알려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결국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가전제품을 구입한 업체로부터 설명서의 내용이 담긴 PDF파일을 받아 화면낭독프로그램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방법도 있지만 컴퓨터 활용 능력이 낮은 류 씨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렇다보니 점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가전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품목들에 점자설명서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게 법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류 씨와 같이 점자를 통해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어떤 제품을 사도 사용법과 주의사항 등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LG전자가 시각장애인용 점자사용설명서를 요청 시 제공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류 씨는 "점자설명서가 없다보니 어떤 제품을 사용할 때 다른 사람들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가전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제품에 점자설명서가 함께 제공되도록 하는 법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총장은 "요즘 제품들은 버튼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점자 설명서를 비롯한 대체 텍스트가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고 설명한 후 "시각장애인이 제품을 사거나 요청을 할 경우 점자설명서, 대체텍스트 등 원하는 것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완식 팀장도 "권리 측면에서 시각장애인이 가전제품을 살 경우 점자설명서를 제공받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나 아직까지는 힘든 점이 많다"면서 "시각장애인이 제품을 구매하거나 점자설명서를 요구할 때 제공하는 것을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가전제품에 점자설명서를 함께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만약 이와 관련해 시각장애인분들의 민원이 들어오면 검토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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