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중학교 앞에서 발달장애인직업능력개발센터의 설립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에 들어간 장애부모들. ⓒ에이블뉴스DB

[2015년 결산]-④발달장애인직업개발훈련센터(서울커리어월드)

다이내믹했던 2015년이 끝나간다.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장애인연금, 장애인 시외이동권, 서울커리어월드 등 올해 장애인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

에이블뉴스는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2015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한다. 네 번째는 서울커리어월드이다.

올해 하반기 장애계를 강타한 이슈는 단연 발달장애인직업개발훈련센터(이하 서울커리어월드) 였다.

이를 반증하듯 본지에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2015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 설문조사'에서도 171표를 받아 4위에 랭크됐다.

서울커리어월드는 학령기 이후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평생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동대문구 성일중학교에 설립되는 서울커리어월드는 14개의 직업체험 실습실과 4개의 테마존으로 구성된다.

일부 주민의 반대로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학교 내 ‘발달장애학생 직업능력센터’ 건립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서울커리어월드는 추진 초기부터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발달장애인의 돌발행동으로 인한 안전 문제와 교통혼잡 등의 우려를 나타낸 지역주민들이 설립 추진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0일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열린 사업설명회. 이날 설명회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차질을 빚었다. 이어진 8월 20일 2차 사업설명회와 9월 10일 3차 사업설명회 역시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결국 교육청·공단과 주민들의 간극은 좁혀지지 못했고 9월 21일 계획했던 착공일은 10월 4일과 11일로 연기가 반복됐다.

교육청·공단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10월 6일 4차 주민간담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으려 했지만 참석한 주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딛쳤다.

간담회를 지켜보던 지역주민은 “야! 너 네 집에다 갖다 차려!”, “무슨 간담회를 한다 그래”, “주민투표 하자고요! 주민투표 해!”, “물러가!”라고 항의하는 통에 회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게 신체가 아니고요. 정신이 지체면 이건 좀 다르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만약 비가 왔어, 회 까닥 갔어 그럼 누가 책임질꺼냐고요”라는 장애 비하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지난 10월 15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직업능력개발훈련센터 설립을 위한 장애인계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공사재개 촉구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공사가 지연되면서 서울커리어월드의 착공이 불투명해졌고, 결국 10월 15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발달장애인직업능력개발훈련센터 설립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출범했다.

이날 출범한 공대위는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위한 공사 재개를 강력히 촉구하고 설립을 방해하는 동대문구 일부주민에 대해 공동대응하기로 결의했다.

당시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위해 책정된 서울시교육청과 장애인공단의 예산은 연말까지 집행되지 않으면 불용됐기 때문에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설립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어 10월 20일 진행된 5차 주민간담회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진척을 보이지 않았고 11월 2일 진행된 6차 주민설명회는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여기서 발달장애인 가족이 서울커리어월드 설립을 호소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자 주민들도 발달장애인 가족들을 향해 무릎을 꿇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성일중 내 포크레인이 투입돼 공사중인 모습.ⓒ에이블뉴스DB

장애인들과 지역주민들 간의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자, 7차 주민설명회에는 급기야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이 직접 나섰지만 결국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주민들의 반대 속에 11월 30일 공사가 재개됐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재개된 서울커리어월드. 그러나 남은 과제는 산적해 있다. 여전히 수많은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적응과 자립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2, 제3의 서울커리어월드가 다른 지역에 설립돼야 한다는 것이고, 성일중학교의 사례처럼 지역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와 또다시 맞서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릇된 장애 인식에 따른 장애인 시설 설립 반대, 10년 전이나 현재나 변함 없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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