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위인들을 다루고 있는 위인전들.ⓒ네이버책

김대중 대통령, 헬렌 켈러, 강영우 박사, 에디슨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장애를 가진 위인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게임에 관심을 빼앗기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일지라도 들어봤을 이름, 하지만 위인전 속 장애위인들은 ‘장애극복’만 부각되고 있었다.

장애여성네트워크 김효진 정책위원과 경계너머교육센터 백혜련 교육컨텐츠팀장이 최근 발표한 ‘장애위인전에 반영된 지배이데올로기의 비판적 고찰’ 속 연구 내용이다.

먼저 연구에 활용된 장애위인은 총 19명. 장애의 대표적 유형인 ‘지‧농‧맹’이라 일컫는 지체, 시각, 청각장애인이 전부였다.

세계 장애위인의 경우 지체 6명, 시각 2명, 청각 2명으로 총 10명. 한국 장애위인은 지체 4명, 시각 3명, 청각 2명 등 9명이다. 이는 소수 장애인들이 사회참여를 하기엔 제약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장애위인들의 직업으로는 정치가, 사회운동가가 가장 많았으며, 한국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황대중 장군, 세계인물로는 닉 부이치치, 루스벨트, 로자 룩셈부르크, 헬렌 켈러가 해당됐다. 이는 장애차별로 인해 사회참여가 제한됐다는 점도 함께 알 수 있다.

성별로 분류해보면 한국의 장애위인 중 여성 2명(이씨 부인, 이희아)을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세계 장애위인도 여성 3명(프리다 칼로, 로자 룩셈부르크, 헬렌 켈러)를 제외한 7명이 남성.

‘장애위인전에 반영된 지배이데올로기의 비판적 고찰’.ⓒ한국장애인재단

특히 한국의 경우 위인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는 이희아, 최근에서야 발굴된 이씨 부인 두 명 뿐인 것은 장애인 중 더욱 소외된 장애여성의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수식어 또한 ‘장애극복’이 부각됐다. 장애극복, 노력과 성취, 강점부각, 인간적인 면모의 네 가지 중 한국은 주로 장애극복과 성취에 초점이 맞춰진 것.

세계위인 중 에디슨, 베토벤, 헬렌 켈러의 경우 성취 외에도 끈기와 의지 등 강점과 덕목이 강조됐다. 반면, 한국 장애위인 중 김대중 대통령과 김기창 화백 외에는 제목에서 강점과 덕목이 드러나지 않았다.

‘말은 더듬지만 그림은 완벽해’, ‘세상을 밝힌 한국 최초 맹인 박사’, ‘장애를 딛고 선 천재작가 김기창’ 등이었다.

연구팀은 “국내 장애위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인물 분석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며 “장애 감수성이 바탕이 된 내면 분석이 빠진 채 위인전이 쓰였다. 내밀한 탐구 없이 외적으로 드러난 행적과 성취만이 강조돼서 독자인 어린 아이들은 장애위인들을 타자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용면에서 장애극복, 불굴의 의지를 강조하는 계몽적, 교훈적 주제에서 벗어나서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래지향적 가치를 반영하는 장애위인전이 나와야 한다”며 “능력과 성취보다는 그런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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