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일중학교 내 서울커리어월드 건립 공사가 일부 주민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인근에 붙여진 지역 한 고등학교 학생의 호소문. ⓒ김남연 페이스북

일부 지역 주민 반발로 서울 성일중학교 내 발달장애인직업능력개발훈련센터(가칭 서울커리어월드) 건립 공사가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 한 고등학생이 주변에 붙인 호소문이 작지만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김남연 대표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호소문 사진을 게재, “어른보다 나은 학생의 글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면서 “그래도 세상에 ‘희망’은 있다”고 파이팅을 외쳤다.

이 학생은 호소문에서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종암초등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히며, “얼마 전 장애인직업재활시설(서울커리어월드)을 반대하는 피켓을 보며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종암초등학교에서는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저희 학생들은 장애인들에 대한 여러 편견들을 떨쳐낼 수 있었다”면서 당시 봐왔던 장애 친구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초등학교 6학년 당시, 같은 학급에 지적장애인 친구가 있었는데, 사회부적응자가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인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또 승가원에 다니는 후배는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타인을 돕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모두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인격체이며, 따라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 학생은 또한 장애인시설을 혐오시설로 여기고,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들며 “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들이 살아가기에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고 꼬집은 뒤 무서움도 나타냈다.

“전체 장애인 중에서 선천적 장애인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비장애인인 자녀들, 혹은 성인들 모두 잠재적 장애인입니다. 저는 무섭습니다. 만일 내가 낳을 아이가, 혹은 내 친구가 낳을 아이가 장애인이라면...”

특히 이 학생은 “‘분리’와 ‘격리’가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통합’이 절실하고, 아이의 스펙을 위한 장애인 봉사활동이 아니라 진정한 어울림이 절실한 시대”라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언제나 나, 혹은 자신의 가족, 친구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어린 나이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함께하며 이를 깨달아야 한다”면서 “우리 모두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한편 서울커리어월드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서울시교육청,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동으로 설립·운영하는 발달장애학생 직업훈련센터다.

성일중학교의 유휴시설을 개조해 총 14개의 직업체험실습실과 4개의 테마존으로 탈바꿈 될 예정이지만 현재 일부 주민들이 발달장애인의 문제행동에 따른 마찰 우려, 교통 혼잡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나서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교육청, 장애인공단은 커리어월드 건립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를 돕고자 지난 7월 20일부터 11월 2일까지 3차례 사업설명회와 3차례 주민간담회를 갖고 논의를 진행한 결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 11월 11일 저녁 성일중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자리한 가운데 지역주민들과 ‘끝장토론’이 벌어졌지만, 오는 22일까지 공사 중단 이외에 뚜렷한 ‘끝장’은 보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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