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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인들 ‘헌법재판소’ 두드리다

척수협회 ‘일상홈’ 견학…장애인편의는 ‘글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10-21 16:55:26
21일 헌법재판소에 방문한 척수장애인들 모습.ⓒ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1일 헌법재판소에 방문한 척수장애인들 모습.ⓒ에이블뉴스
헌법재판소가 뭐하는 곳이지?” 살면서 헌법재판소를 접할 일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지만 헌법재판소는 국민들, 특히 사회적약자의 기본권 보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곳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21일 헌법재판소를 방문한 척수장애인 10여명이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쓰인 글자를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심판정을 오고가는 총 9명의 재판관들이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다.

이날 견학을 온 척수장애인들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중도 중증장애인의 일상의 삶 복귀 프로그램(일상홈)’ 수료자와 그 외 관계자들. 헌법재판소의 의뢰에 따라 이날 방문한 척수장애인들 중에서는 일상홈 7,8기 수료자 김진형(지체1급, 34세)씨와 권오중(지체1급, 39세)씨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상홈’은 척수장애인의 신속하고 준비된 사회복귀를 위해 병원 퇴원 전, 4~6주 동안 가정과 유사한 환경 속에 머무르면서 지역사회에 다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복귀 훈련으로, 사고 전 일상의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가교역할을 해오고 있다는데. 지난해 11월 시작해 벌써 8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진형씨와 오중씨도 일상홈을 통해 영화 관람, 뮤지컬 관람 등 평범한 삶을 만끽해왔다. 이번 헌법재판소 방문도 일상을 찾기 위한 또 하나의 끈이 되길 기대한단다.

헌법재판소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사람들은 잘 모르잖아요. 저도 잘 몰랐는데 장애인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더라고요. 잘 봤다가 헌법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당했다? 그러면 써먹을 수 있겠죠.”

헌법재판소의 기능은 총 5가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을 해결하기 위한 권한쟁의심판, 법률의 위헌여부를 겨루는 위헌법률심판, 권리구제를 위한 헌법소원심판, 탄핵심판, 위헌정당해산심판까지.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9명의 재판관석이 있는 심판정에 들어서니 탄성도 함께 터진다. 장애인들도 익숙한 공간이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합헌, 장애인의무고용률 합헌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판례들이 쏟아져 나온 공간이기도 하다.

“장애인석도 있네요?” 방청석을 둘러보다 뒤쪽 ‘장애인석’이라고 테이프가 둘러진 곳이 눈에 띈다. 총 휠체어 4석이 들어가는 장애인석은 한 달에 2번 변론과 선고가 열리는 날 자유롭게 방청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단, 1시간 30분의 지루한(?) 시간을 견딜 수 있다면 말이다.

심판정과 헌법소원을 할 수 있는 민원실, 헌법재판소 앞에 자리 잡은 백송까지. 나무를 관리하는 공무원까지 총 300명 가량의 다양한 직군이 일하고 있는 헌법재판소. 이중 장애인 공무원 또한 몇 명인지 너무나 궁금할 터.

(위)헌법재판소 초입에 쓰인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아래)심판정 안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방청 가능한 장애인석이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위)헌법재판소 초입에 쓰인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아래)심판정 안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방청 가능한 장애인석이 있다.ⓒ에이블뉴스
“여기서 일하는 장애인 수는 몇 명인가요?”란 질문에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5분 정도 계십니다”란 허탈한 답변이 돌아왔다.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거네요. 많이 채용 좀 하세요”까지 이어지기도.

일상홈 수료 이후 장애인공무원을 꿈꾸는 진형씨의 기분도 그리 유쾌하진 않다. 진형씨는 “한국복지대학교 장애인행정학과에 수시를 넣고 면접까지 보고 왔다. 장애인공무원을 꿈꾸는데 장애인고용률이 너무 낮은 것 같다. 장애인들에게 기회가 많아야 할 텐데..”고 토로했다.

마지막 방문한 곳은 5층에 위치한 헌법재판소 도서관. 1997년부터 일반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이곳은 공법전문도서관으로서 헌법재판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구비하고 있다. 장애인의 편리한 이용을 위한 탁상용 및 휴대용 독서확대기, 점자정보단말기 등을 갖추고 있지만 외부 이용인들이 극히 저조한 편이라는데.

도서정보과 최인수 사무관은 “워낙 딱딱한 전문도서가 주로 있다 보니 내부 직원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누구나 개방된 곳이고 장애인 편의를 위해서도 각종 보조기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서관 홈페이지(http://library.ccourt.go.kr/information02.do)를 통해서도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전화(02-708-3822)로도 문의 가능하단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을 위한 보완점은 필요했다. 서가 사이의 공간이 너무나 좁아 휠체어가 드나들기에는 불편했다. 실제로 이날 견학에서도 척수장애인들은 서가와 서가 사이를 드나들기보다는 바깥쪽 서가를 중심으로 도서를 열람해야 했다.

도서관을 둘러본 오중씨는 “헌법재판소도서관이라는 것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된 것 같다. 이번 견학을 계기로 일상을 찾기 위한 노력이 추가된 것 같다”며 “앞으로의 목표는 취업이다.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취업의 길은 너무나 좁다. 제발 취업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상홈을 담당하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최혜영 센터장은 “헌법재판소가 장애인 편의를 위해 힘쓰고 있다고는 하나 재판소 앞쪽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 없고 도서관 서가가 좁아서 휠체어를 돌릴 수가 없다”며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1일 헌법재판소에 방문한 일상홈 척수장애인 수료자 및 그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21일 헌법재판소에 방문한 일상홈 척수장애인 수료자 및 그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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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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