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부담에 눌린 근육장애인 가족들"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에이블뉴스

내년도 본격 호흡보조기 대여 유료화를 앞두고, 자부담 폐지를 향한 근육장애인과 가족들의 피끓는 절규가 각 정당에 전달됐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는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호흡보조기 자부담 폐지를 촉구하며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을 방문해 청원서를 전달했다.

이는 복지부가 재가 호흡보조기 대여료에 대해 급여화를 추진함으로 인해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자부담 10%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원 대상자가 확대됨과 동시에 그간 희귀난치성질환 11종에 해당하는 1812명에게도 최대 12만1000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을 통해 최저생계비 300% 미만에게는 현행과 같이 국가에서 전액 부담할 방침을 세웠지만, 900여명의 대상자가 무거운 자부담의 짐을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월 소득으로 따지면 4인 가구 기준 504만원. 이는 4인 가구 기준 2명 이상이 소득활동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넘어가는 수준이라는 것이 근육장애인들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변화는 있었다. 복지부는 당초 11월 중순 시행 계획을 세웠지만, “검토할 부분이 있다”며 시행을 내년 1월로 미룬 것. 근육장애인과 그 가족은 하루하루 간절한 마음으로 자부담 폐지의 목소리가 담기기를 고대하고 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절절한 사연은 계속됐다. 눈물을 훔치기도, 가슴이 아파 차마 발언하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겨울이면 추워 벌벌 떠는 딸을 위해 난방비를 일반 사람보다 더 벌어야 했고, 여름이면 움직일 수 없는 몸에 난 땀띠를 없애기 위해 냉방비도 벌어야 했다. 가족 끼리 그 흔한 외식 한번 할 수 없고, 동네 공원 한 바퀴 돌 시간까지 내어주며 딸의 목숨 값을 가져다 바쳐야 한다.”

(위) 인공호흡기를 낀채 발언하는 이명주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활동가 (아래) 이명주 활동가의 발언에 눈물짓는 동료.ⓒ에이블뉴스

호흡기를 낀 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A4용지 한 가득 쓰인 발언을 읽어나간 이명주 한국근육장애인협회 활동가.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같은 근육장애인 동료들은 눈물을 훔쳤다. 한참을 읽어 내려간 이 활동가는 “정부는 당장 호흡기 자부담 정책을 철폐하라!” 외치곤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근이영양증환우보호자회 박미순씨도 “우리 아이는 겨우 13세다. 태어나면서부터 옆에 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다”라며 눈물을 쏟아 내렸다.

박씨는 “호흡기에 의존해서 단 3분만이라도 해보세요. 당신들이 자유롭게 숨을 쉬기 때문에 우리의 고통을 모를 겁니다. 오죽하면 희귀난치질환이라고 불리겠습니까”라며 “나의 새끼를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을 막지 말아주세요. 한번만 뒤를 돌아봐주십시오”라고 통곡했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영만 회장은 “11월 중순에 시행되기로 했던 것이 내년으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용자의 의견 반영을 물었더니 복지부는 그건 생각이 없었다고 답하더라”라며 “우린 12월까지밖에 시간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죽을힘을 다해서 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부담을 없애라!" 퍼포먼스를 펼치는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연대.ⓒ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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