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프리웰 박숙경 이사장.ⓒ에이블뉴스

“퇴근하는데 옆에 탄 할머니가 흰머리 뽑아준다고 했어요. 기분 나빠요. 아이~”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프리웰의 자립지원 지원주택 입주자 지적장애인 안미영씨(40세)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과일을 하나 집어먹다가도 “아유~ 그 할머니!” 하며 연신 뾰루퉁한 표정이다.

가만히 듣던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박숙경 이사장도 “미영씨, 뿌리염색하면 될 것 같은데? 나랑 같이 하러가자~”며 그녀를 다독인다. 퇴근 후 자신의 방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이하용, 장기명씨도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 달려왔다.

직접 당근쥬스를 대접하기도, 자립생활 후 무엇이 좋냐는 질문에 “혼자 살아 좋아요”라며 배시시 웃는다. 마지막 배웅까지 나와 손을 흔드는 이들. 박 이사장은 “사람이 자신의 집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냐. 시설은 없어져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 시설 해체에 힘쓰는 모습이 아직까진 낯설기만 한데. 그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7년이다. 이른바 ‘그 사람의 왕국’이었던 석암재단(현 프리웰)은 서울시 감사에서 회계부정이 발각되며 장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국가보조금, 장애수당 횡령 등은 물론, 거주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 의혹까지.

시설 장애인과 직원, 인권단체는 ‘석암재단 비리척결과 인권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 각종 비리 사실을 2008년 1월 검찰에 고발했으며, 이사진 전원은 해임됐다.

이후 2009년 프리웰로 법인 명칭을 탈바꿈했으며, 서울시가 인권, 교육, 법조계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투명성 있는 이사진을 재구성했다. 그 중 하나였던 박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0월 이사장으로 선임되며 지난해부터 탈시설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애인 인권’ 가치를 반영한 법인 정관 변경을 시작으로, 탈시설‧자립지원을 위해 모든 이용인 탈시설 욕구조사 실시, 20개 관련 기관 및 전문가가 모인 탈시설‧자립 네트워크, 매주 1회 시설장회의를 통한 소통 등을 해나간 프리웰.

총 209명의 거주인 전수조사 결과 66명의 자립의지를 확인했다. 그중 자립의지가 강한 발달장애인 3명을 선발해 지난 7월29일 지원주택 모델 입주를 실시한 것. 총 3가구로 구성된 지원주택은 지원주택센터, 여성 입주인방, 남성입주인 2명 방으로 나눠졌다.

강서구에 위치한 자립지원 지원주택 입주자 장기명?안미영씨, 이들을 지원하는 박현순 담당자와 함께.ⓒ에이블뉴스

지원주택센터에는 전반적 서비스 지원을 맡은 박현순 담당자와 퇴근지원을 하는 발달장애인 박찬 담당자가 상주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가구는 물론, 식사를 어떻게 할지, 장애인 당사자가 모든 일에 주체가 되며 담당자들은 그저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방에 대한 출입도 거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생활까지 꼼꼼히 지켰다. 지도가 아닌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것.

박 이사장은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사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적 주거가 필요하다. 그룹홈이나 공동생활가정의 경우 진정 자립이라고 볼 수 없다. 장애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이다. 사생활 부분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8100만원을 지원받아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지원주택 입주인들을 늘리기 위해서는 꾸준한 재정 확보가 우선. 매일 오전 7시15분에 출근해 12시간을 넘게 꼬박 근무하는 박현순 담당자의 노동을 덜기위해선 입주자 확대와 함께 인력확보도 늘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박 이사장은 “현재 모금회에서 올해 사업으로 8100만원을 받았는데 앞으로도 지원주택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예산 확보가 절실한 부분”이라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집 구하기였다. 구하는 데만 6개월이 소요됐다. LH의 경우 그룹홈만 지원을 하고 있는데 지원주택 부분들도 지원토록 제도적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전국 최초로 사회복지법인의 탈시설화를 이끌었다. 최근 청암재단도 탈시설화를 선언하며, 장애계에 부는 탈시설화 바람에 “법인이 주도해서 자립생활을 선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박 이사장은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시설의 입장에서는 탈시설에 대한 한계가 있다. 법인에서 나서서 개혁할 필요가 있다. 기존 대규모 집단시설에서 벗어나서 산하 시설을 축소화하고 적극적으로 자립생활을 선도해야 한다”며 “자립한 분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주거공간과 소득, 의료다. 자립 후 안착해서 살 때까지 사후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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