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를 상대로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장을 제출한 김준형씨.ⓒ에이블뉴스

“탑승하시면 안 됩니다. 시각장애인이라서 위험하십니다” 지난 5월15일 여자친구를 동반한 채 친구들과 함께 에버랜드를 찾은 김준형(24세, 시각1급)는 어이없는 차별을 당했다.

평소 티엑스프레스가 재밌다는 친구들의 말에 놀이기구 장애인우선탑승을 위해 장애인복지카드를 제시하자, 직원이 그를 가로 막은 것이다. 안전상의 문제로 시각장애인을 태워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티엑스프레스는 시속 104km의 엄청난 속도와 낙하각 77도의 아찔함으로 에버랜드 인기 시설 중 하나다. 몇 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티엑스프레스를 탄 채 ‘짜장면먹기’란 게임까지 진행했던 곳인데, 시각장애란 이유로 거부하다니 어이가 없는 건 당연했다.

“만약 놀이기구에서 긴급정지를 하면 어떻게 탈출하실 거냐”고 함께 묻는 직원의 말에 그는 쓸쓸히 물러서야 했다. 스릴 넘친다는 롤링 엑스트레인, 더블락 스핀 등의 놀이기구도 모두 타지 못했다. 기분 좋게 찾은 에버랜드에서 기분만 상한 것.

실제로 에버랜드는 그간 여러 차례 장애인당사자의 놀이기구 이용을 제한해왔다. 장애인차별상담전화에 따르면 다수 상담이 접수되있지만, 에버랜드 측은 성실한 답변은커녕 상황을 시정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또 지난해 지적장애인 탑승을 거부로 진행한 법정공방도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그들이 “시각장애인 제한을 하는데는 이유가 있다”며 제시한 것은 내부적으로 만든 ‘어트랙션 안전 가이드북’이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티엑스프레스의 경우는 시각장애인 탑승 금지였다. 범퍼카도, 두 번의 공중회전이 있는 롤링 엑스트레인도 마찬가지였다.

이외에도 더블락 스핀, 렛츠 트위스트, 챔피언 쉽 로데오, 허리케인 등은 보호자 동승 시 탑승할 수 있도록 부분적 제한을 두고 있다.

“누구나 차별 없이 비용을 지불하고 차별 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놀이시설에서 가이드북 하나로 제한하다니.” 울분을 참지 못한 준형씨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닌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19일 서울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이용 거부에 대한 차별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 모습.ⓒ에이블뉴스

함께 차별행위를 당했던 그의 여자친구 등 5명, 또 소송대리를 맡은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 등 총 4명의 변호사가 힘을 보탰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에버랜드(제일모직 주식회사)를 상대로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장을 제출한 것.

김준형씨는 “놀이기구가 긴급정지할 시 장애인 뿐 아니라 비장애인 어느 누가 대처를 침착하게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시각장애인인 나는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비장애인이 모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하고 시각장애인만 태워주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소송을 통해 탑승이 제한되지 않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맡은 희망법 김재왕 변호사는 “시각장애인 탑승을 거부한다는 것은 자기결정권 침해와 함께 고객에게 시설물을 제공하는 업자로서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가이드북이라는 지침으로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시각장애인 탑승제한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자기결정권은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위험할 것을 스스로 감수할지말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에버랜드의 뿌리 깊은 편견과 잘못된 인식이 바로 잡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희망을만드는법 김재왕 변호사.ⓒ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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