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동수 소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에이블뉴스

활동지원제도 최중증장애인 사각지대 해소 방안 중 하나인 ‘차등수가제’를 두고 장애계 의견이 극명히 엇갈렸다. 활동보조인의 노동 처우 개선이 우선이라는 반대의견과 “한만큼 주는 건 당연하다”는 찬성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활동보조, 얼마면 되니?’ 토론회를 통해 최근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차등수가제를 두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본지는 지난 2월6일 ‘“활동보조인 없어 방치…죽고 싶은 마음 뿐”’라는 제목으로 최중증장애인 배성근씨의 사례를 들며 최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활동보조인 현실을 알렸다. 이어 KBS, MBN 등의 방송사에서도 같은 사례를 들며 그 해결점을 장애정도에 따른 차등수가제 도입을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차등수가제 도입은 “서비스 수급 불안정의 문제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토론회를 통해 반박하고 나선 것.

■최중증만? 시각장애인 활보도 힘들다=먼저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은 차등수가제 도입 문제를 두고 ‘비인간적’이라고 표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고 사무국장은 “최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중증장애인이기 때문에 구하기 어렵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경증이라서 시간이 짧은 사람도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렵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가장 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정부에서 일하는 A씨의 경우 시각장애인에게 6개월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일을 너무나 심하게 시키는지 소문이 났다는 것. 이 이용자의 집에 가면 현관부터 창틀까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때문에 활동보조인은 반 년 만에 근골결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자신의 집안일은 거의 포기상태라는 설명.

고 사무국장은 “정부에서 최중증장애인에게 차등수가를 적용해야 한다고 매번 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2010년에도 서비스별 차등수가를 이야기했었고, 그때는 가사보조에 대한 기피가 심해서 가산수가를 적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며 “그만큼 차등수가의 적용 기준과 방식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 사무국장은 ‘돈이면 다 된다’는 자본주의적 발상으로 차등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너무나 비인간적임을 강조했다.

고 사무국장은 “뽀빠이의 시금치처럼 돈만 더 주면 갑자기 활동보조인의 알통이 나오고 힘이불끈 솟는 것은 아니다. 결국 돈이 더 절박한 활동보조인이 몸이 상하더라도 이 일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며 “차등수가제로 남성들의 비율이 약간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여성의 임금 차별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고 사무국장은 차등수가제보다는 상시근로제 도입, 2인 활보 현실화가 대안임을 제언했다.

고 사무국장은 “최중증장애인을 혼자서 케어하기 힘들기 때문에 2인이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75%의 임금을 주고 이용자에게는 150%의 바우처를 소모하기 때문에 서로 꺼리고 있는 제도”라며 “복지부는 추가 사용 없이 100% 수가를 지급할 경우 예산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상시근로를 도입한다면 고민을 덜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신중 필요…처우 개선 ‘우선’=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도 수가차등화 보다는 활동보조인의 임금 보장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정책실장은 “수가 차등화 방안이 현재 단계에서 서비스 수급 불안정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최우선 과제”라며 ”활동보조의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함께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임금수준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복지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활동보조인의 월평균 근무시간은 121시간, 월 평균 보수는 85만4263원. 법정 최저임금 이하의 수입을 가져가고 있다는 설명. 또 해외의 경우 미국은 2009년 한화 기준 1만1128원, 영국은 2013년 1만1424원, 호주는 2013년 2만1928원이라는 것.

조 정책실장은 “최저임금을 상회할 수 있도록 하는 즉각적인 수가인성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생활임금의 도입을 통한 활동보조인의 임금안정화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전덕규 교육선전부장도 “차등수가제는 현행 활동보조인 제도를 개선한 대안이 될 수 없다. 활동보조인에게 안전한 노동환경과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최적의 해결책”이라며 “2인케어 활성화, 생활임금제 도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활동보조, 얼마면 되니?’ 토론회.ⓒ에이블뉴스

■‘노력의 대가=보상’ 기본 전제 깔아야=반면,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동수 소장은 남이 힘들어하는 일을 할 때는 반드시 보상이 필요하다며 ‘차등수가제’ 도입에 찬성을 표했다.

이 소장은 “최중증장애인 차등수가제가 삭막한 자본주의로 치부되야하나. 내가 일을 더 했으면 보상을 더 받고, 강도가 높았으면 그에 대한 노력의 대가를 보상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깔려야 한다”며 “업무강도가 다르다면 반드시 보상도 달라야 한다.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했기 때문이라면 못한 사람은 덜 받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장은 “나는 대소변도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척수장애인이다. 대소변을 받아낼때나 목욕할 때나 밥을 먹여줄 때 같은 시간에 일했다고 똑같은 급여가 나간다면 활동보조 선생님한테 너무 죄송할 것 같다. 남이 힘들어하는 일을 할 때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와야 한다”라며 차등수가제 찬성의 입장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차등수가제를 도입할 때 모든 업무에 대해 차등하기 보다는 장시간 소요되면서 다른 직무와 확연히 그 강도가 구분되는 경우에 분리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며 “단순히 최중증장애인이 아닌 그 누구든 업무 강도가 높다면 가산수가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주최 측에서 섭외를 요청했으나 일정상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주최 측 관계자는 “아침까지 토론문으로 대처하겠다고 했지만 도착하지 않았다. (복지부 측에서)일정상 작성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며 "토론문이 도착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협의 후 건의서를 제출해 차등수가제에 대한 추후 복지부 의견을 받아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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