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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해소(?), 세모녀법의 ‘덫’

잇따른 생활고 자살, ‘복지 사각지대’ 수면위

‘세모녀 3법’ 통과…‘부양의무자’ 한계는 여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12-26 16:47:13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갖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DB 에이블포토로 보기 기초법개정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갖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에이블뉴스DB
[2014년 결산]-③국민기초생활보장법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끝나간다. 특히 6‧4 지방선거, 2년째 접어든 박근혜정부의 정책 중 올해 장애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무엇이었을까?

에이블뉴스가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한 ‘2014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해를 결산하는 특집을 전개한다. 세 번째는 올 초 우리사회를 흔들어 놓았던 세모녀 자살사건과 관련,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다.

송파 세모녀는 올초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으며, 세상에 빚을 지기 싫다는 이유로 번개탄을 피워 자살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으며 이른바 ‘세모녀 3법’을 발의,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모녀법으론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데, 이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가 되지 않은 이상 사각지대 해소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발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에이블뉴스가 실시한 ‘2014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 설문조사 속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들여다본다.


세모녀 자살, 복지 사각지대 ‘수면 위’=올 초 대한민국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한 문장, ‘죄송합니다’. 지난 2월26일 서울 송파구 작은 지하방에서 세모녀가 연탄불을 피우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아버지가 남긴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돼 취직을 못하던 두 딸, 그리고 식당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팔을 다쳐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어머니 박씨. 그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공과문 한 번 밀린 적 없었다. 그랬던 그들이 생활고 끝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편지봉투에 적힌 유서에는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하다’는 말과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인 70만원이 들어있었다.

세모녀는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들은 긴급복지지원제도가 있는 줄도 몰랐으며, 세상에 빚을 지기 싫다며 꼬박꼬박 공과금을 제때 내와 관할기관인 송파구청에서도 세모녀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극단적인 자살은 끝이 아니었다. 지난 4월 동두천시 상패동에서 생활고와 우울증을 앓던 윤 모(37)씨와 아들(4)이 숨진 채 발견됐으며, 그 이후에도 경기도 광주 초월읍 한 다세대주택에서 이모(44)씨가 딸(13,지체2급), 아들(4)이 숨진 채 발견기도 했다.

10월에도 인천 남구 한 다세대주택 안방에서 이모(51)씨와 그의 부인(45), 중학교 1학년인 딸(13)이 나란히 숨졌다. 이들의 자살 원인은 생활고. 자살사건이 이어지자 세모녀의 자살과 맞물려 ‘복지 사각지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1만4천여명 가운데 경제생활문제로 죽음을 택한 이들은 무려 2460명. 4년6개월간 기초생활수급을 받아온 사람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238명에 달했지만 누구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던 그들만의 생활고 문제가 드디어 수면위로 떠오른 것.

세모녀 자살사건은 대한민국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건 당시 여당과 야당은 물론, 박근혜대통령까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뜻을 같이 하는 등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른바 ‘세모녀 3법’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의 발굴 지원법 제정안이 국회에 속속 제출된 것. 이후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여야의 입장차로 인해 9개월간 표류하던 세모녀법은 결국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세모녀법.ⓒMBC뉴스캡쳐 에이블포토로 보기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세모녀법.ⓒMBC뉴스캡쳐
■국회통과 세모녀법, 사각지대 해답 맞나=1년 6개월 만에 통과된 세모녀법, 과연 진정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법안일까?

먼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가 골자다. 현재 부양의무자 가구 최저생계비의 130%(4인가구 기준 212만원)가 넘는 소득이 있을 경우 부양의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을, 부양의무자 가구의 중위소득(4인가구 기준 404만원)으로 완화한 것.

또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장애로 인해 생계비가 추가로 소요(의료비, 장애용구)되므로 생계부담이 커 추가적인 부양의무가 과중한 점을 반영, 부양의무자가 중증장애인인 경우 부양의무 소득재산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교육급여의 경우 맞춤형 지원이라는 급여체계 개편 취지를 고려해 예외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위기상황에 처한 가구를 신속하게 지원하도록 하는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근거를 마련해 수급권자 보호를 강화하는 사회보장급여법까지.

그러나 국회를 통과했지만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점이 많다. 기초생활보장법 속 장애인단체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것은 성과인 반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주거급여 등 빈곤층의 소득보장과 긴급한 욕구에 직결된 급여에서는 진전이 되지 않았다. 비수급 빈곤층 117만 명 중 겨우 12만 명이 혜택을 볼 수 있어 그 효과 미미하다는 것. 즉, 내용물은 없이 홍보로만 가득찬 ‘질소과자’에 비유하며 진정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투쟁 계획을 밝혔다.

장애계는 지난 2012년 8월21일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라” 외치며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800일이 훌쩍 넘은 현재 장애등급제 폐지는 2016년부터 적용된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낸 반면, 함께 주장한 부양의무제 폐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그 끝은 어디까지일까. 장애계는 언론의 떠들썩한 ‘세모녀법 통과’에도 쓴웃음만 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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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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