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판정체계 개편 연구결과 간담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인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사진 좌)와 변경희 교수.ⓒ에이블뉴스

5일 장애판정체계 개편 연구결과 간담회가 일부 장애계와 연구진과의 계속된 입씨름으로 인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맺고 말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총 52개 단체는 이날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판정체계 개편 연구결과 간담회’를 열고, 장애계와 연구진들과의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10월 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주최로 마련된 설명회에서 일부 장애계가 “추진단 구성부터 잘못됐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항의방문으로 인해 무산된 이후, 정부관계자를 제외한 연구진과 장애인단체가 연구결과에 대해 우선적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그러나 처음부터 간담회는 원활하지 못했다. 일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성희 연구위원이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 방향, 변경희 교수가 장애종합판정도구, 의학적 판정부분에 대해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이경석 교수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고영진 교수가 발표하기로 준비돼 있었다.

그럼에도 김 연구위원과 변 교수의 설명만 있을뿐, 장애계가 “15개 유형을 왜 유지하냐”는 비판 속에 있던 의학적 판정 부분에 대해 두 교수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유인 즉슨, “의사선생님은 진료가 중요하다. 진료가 있으셔서 참석 못했다”는 답변 뿐.

어쨌든 이번 간담회에서는 개편 방향과 장애종합판정도구가 설명됐다. 이날 의학적 판정부분은 설명을 하지 않은 채 넘어갔다. 이날 연구진이 맡은 판정도구에 대해서만 논의하게 된 것.

간단히 정리를 하자면, 장애종합판정체계 개편은 기존 장애등급제를 벗어나 장애인 개인의 사회‧환경적 요인, 욕구 등을 반영한 종합적인 사정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도입됐다.

출산지원금 등 단순서비스를 지원하는 경우 복지욕구와 사회 환경을 종합해 인지하고 있는 희망서비스의 경우 서비스로 인계하고, 인지하고 있지 않은 서비스를 희망하는 경우 정보제공과 함께 서비스로 연계한다.

반면, 활동지원서비스 등 통합적 서비스 지원을 희망하는 경우 복지욕구, 사회환경는 물론, 통합적 지원을 위한 장애인서비스 지원조사표를 통한 평가를 종합해 정보 제공 및 서비스를 연계한다.

그렇다면 장애인서비스 지원조사표는 어떻게 구분됐을까? 크게 기본정보, 복지욕구, 서비스 필요도(62개 항목), 개인별 서비스 제공 계획 등 4영역으로 구분된다. 이중 서비스 필요도에는 일상생활 평가(26개), 장애 특성(19개), 재활 평가(17개)로 구성됐다.

먼저 기본정보에는 장애유무, 장애유형, 발견시기, 신체상태, 건강상태, 보장구 등으로 구성됐으며, 사회환경에서는 가구특성, 주거상황, 차량 소유 등 사회활동, 등교활동 유무 등의 교육활동, 근로취업, 건강상태, 경제상황 등 7가지다.

복지욕구는 소득, 의료, 주거, 교육, 직업/고용, 차량/이동, 일상생활, 할인/감면, 각종세금 공제, 문화여가, 기타 등 11가지 구성으로 서비스 희망 여부를 묻고 있다.

서비스 필요도는 이동이나 동작의 어려움, 일상생활의 어려움 등 기초평가와 함께 옷 갈아입기, 목욕하기, 음식물 넘기기, 잠자기에서 자세 바꾸기 등으로 지원 불필요, 방법 등 지원 필요, 부분적 지원 필요, 전적 지원 필요 등 4가지 부분중에서 체크할 수 있도록 됐다.

5일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판정체계 개편 연구결과 간담회.ⓒ에이블뉴스

30여분의 장애종합판정도구 설명이 끝나자 일부 장애계 측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하게 일어났다. 이미 정해진 공원 내에서 완장을 차고 줄 세우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는 의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장애등급제 최대 쟁점은 전달체계 문제와 예산문제, 무료감면 혜택 어떻게 할 것인가다. 그 나중에 얘기되어져야 할 부분이 판정도구”라며 “단순히 잠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단순한 판정도구를 놓고 논의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한 상황이다. 연구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연구는 등록제를 기본 전제해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상임대표는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등록을 안 하는 나라가 있다. 복지부가 등록제를 기본으로 하는 것과 등록제 없이 가는 것과 같이 연구해서 심사숙고해서 장애인 인권과 발전을 위해서 연구가 있어야 하는데 한쪽만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라며 “이 자리는 부적절한 자리”라고 피력했다.

또한 박 상임대표는 개편추진단에 대해서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복지부 부서의 추진단으로는 안된다. 복지부 과장이 주재하는 추진단에서는 권한이 안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야기 안된다”고 덧붙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도 “연구결과에 대한 내용이 많았으면 했는데 아쉬웠다. 그 정도로 폐쇄적인 추진단이다. 장애인 단체가 정보조차 얻기 힘들었고 논의 결과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합시다로 합의한 것으로 알고있다”며 “연구용역 자체가 너무 비밀리로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 정책실장은 “전달체계가 없다. 사실은 장애판정체계 개편 연구결과가 아닌 조사표에 대한 간담회다. 조사표는 순서로 보면 7번째여야 한다. 등록제를 포함한 전체 장애에 대한 이야기, 그다음이 판정, 그다음 체계, 마지막이 도구여야 한다”며 “왜 표가 1번이냐 불편하다. 추진단 논의부터 문제가 많았고 의견을 안주는게 최선의 방법인 것같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변경희 교수는 “장애등록이 아닌 장애유무만 있다. 유무까지 안보는 나라는 없지 않으냐. 장애에 영역이 넓고 좁음은 있지만 유무를 안 보는 나라는 없다”며 “대안없는 비판만 되면 안 된다. 이렇게 불만들이 많으면 정부측에서는 장애등급제 폐지 안하는 것으로 가버리면 된다”고 받아쳤다.

이들의 입씨름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결과물 자체가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다는 또 한차례의 공방이 펼쳐진 것.

박 대표는 “복지부에서 장애판정체계 개편위한 결과물에 대한 간담회로 알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하라고 하니까 대한민국 보건복지부가 전문가와 일부 장애인단체 몇 명이랑 만든 것이 이 결과물이다”라며 “결과물 보니까 이미 이것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지 않냐. 공원에 집어넣고 완장질 차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에 변 교수는 “등록은 하되 등급은 안한다는 것이다. 일부 등급제를 폐지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왜 앞서가냐는 의견도 있다. 너무 소수의 의견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냐”고 답하자, 박 대표는 “등록제를 전제로 얘기하지말고 범정부적으로 공식적으로 논의하라”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반복된 입씨름에간담회에 참석했던 장애계 단체 실무자들도 하나 둘 자리를 뜨기도 했다. 겨우 마이크를 쥐어든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은 소득보장 부분, 조사표 속 중경증 기준, 소외된 내부장애인 등의 지적을 잠깐씩 했을 뿐이었다.

척수장애인협회 소속 최혜영 센터장은 “기분이 불쾌하다. 개편 연구에 대해 궁금해서 왔는데 한쪽단체에서 너무 말꼬리를 잡고 계속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다”며 “그쪽 단체에서 자꾸 우리라는 단어를 하는데 정말 기분 나쁘다”라고 불쾌감을 표하며 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변 교수는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고 목도 쉬면서 정말 열심히했다. 아무도 안한다고 한 연구를 누군가를 해야한다고 해서 맡은 연구인데 너무 억울하다”며 “우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만든 자린데 부족한 부분이 아닌 원론적인 부분을 계속적 지적하신다면 너무 힘들다. 진실성 갖고 일해도 늘 불만이다. 채찍만 주니까 너무 힘들다”며 울먹이며 끝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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