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폐지의 핵심인 장애인연금 수급요건으로 근로능력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장애계가 찬반으로 나뉘는 양상을 보였다.

충북대학교 윤상용 교수는 2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연금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 장애인연금의 수급 요건으로 직업적 장애 개념 및 근로능력평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충북대 윤상용 교수,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류정진 국장.ⓒ에이블뉴스

■“장애인연금 근로능력평가 도입돼야”=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연금은 의학적 기준만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지급되는 방식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과는 다른 기초적인 수준의 방식에 불과한 것.

때문에 장애인연금을 단순 장애등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윤 교수는 장애인연금이 제도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학적 손상 중심의 장애 등급 체계가 아닌 장애가 개인의 노동시장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의미하는 근로능력(소득활동능력) 중심의 장애등급체계로 개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선진국의 장애관련 사회보장제도를 살펴보면, 우선 공적연금 가입 기간 중에 장애가 발생해 이전 수준의 소득활동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 및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인 장애연금에서의 장애란 노동능력 혹은 소득능력의 심각한 제약으로 정의되고 있다.

장애판정과정에서는 의학적 손상 평가, 근로능력에 초점을 둔 기능적 능력 평가, 직업 및 사회 복귀를 목표로 하는 재활가능성 평가 중 하나 이상의 방법으로 장애판정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장애연금의 기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노동시장 진입 이전에 장애가 발생해 소득활동을 하지 못해 원천적으로 장애연금에서 배제돼 있는 저소득층 장애인 및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인 장애부조에서의 장애란 장애연금과 마찬가지로 주로 노동능력 혹은 소득능력의 심각한 제약으로 정의된다.

장애판정과정에서도 의학적 손상 평가 및 근로능력 초점을 둔 기능적 능력 평가 등 장애연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방식으로 판정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도 장애 평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

윤 교수는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기여방식이든 비기여방식이든 동일한 장애정의와 판정을 두고 있다. 의학적 능력 이외에 별도로 근로능력평가를 동일하게 뒀다”며 “국제비교적 관점에서도 가장 후진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의학적 손상 평가만을 통해 노동능력의 심각한 손상을 규명하고 있는 현재의 장애판정 방식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교수는 “의학적 손상 외에 근로능력에 초점을 둔 기능적 능력 평가 요소와 재활가능성 사정 요소가 함께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류정진 국장도 “현재 고용서비스를 하는 적격성이 의학적 손상에 맞춰서 진행된다. 그렇다보니 경증은 대우받으면서도 서비스를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들이 있고, 그 반대의 부분이 있다”며 “직업적 장애 개념을 연구해오고 있지만, 사회 여러 분야의 합의를 이끌어낼 만큼 정교하지 못하다.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국장은 “의학적 손상률만으로 국가의 지원, 수급을 받는다면 당사자로서 손해가 아닌가 생각된다. 근로능력평가가 제대로 되려면 소득과 고용이 잘 연계돼야 한다”며 “근로능력평가 이후 취업이 어렵다 평가되면 저소득 장애인연금을 받으면 되지만, 부분적으로 판정될 경우에는 고용서비스 연계가 바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 대구대 조한진 교수.ⓒ에이블뉴스

■“장애인연금, 소득보전만 보면 된다”=반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장애인연금의 수급 요건으로 직업적 장애 개념 및 근로능력 평가 체계 도입은 환영할 만하지만 기존의 의학적 기준에 따른 수급 요건 평가에 추가적으로 이 체계를 고려하자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반대의 입장을 표했다.

김 사무처장은 “장애인연금은 장애로 인해 일을 할 수 없게 되거나 제한적인 노동에만 종사하게 돼 소득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거나 다른 사람에 비해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 제공되는 소득 보장제도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런 사람들의 장애인연금 수급 여부는 장애상태, 근로능력이 아닌 어느 정도 소득보전이 필요한지만 판단하면 된다. 의학적 기준을 굳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도 “장애인연금, 장애수당 등 소득보장 정책이기 때문에 소득과 재산만 보면 된다. 굳이 의학적 손상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며 “벨기에, 덴마크, 판란드 등 국가에서 장애정도를 굳이 고려하지 않고서도 장애인 소득보장 제도를 잘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토론회를 준비하면서 갖고 있던 생각은 ‘중증일수록 더 가난할 것이다’ 였다. 그래서 장애인연금 수급자, 장애수당 수급자들을 소득계층으로 정리해본결과 장애가 심해질수록 가난했다”며 “굳이 장애정도도 보고 소득도 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직접적인 소득계층만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9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장애등급제 폐지와 장애인연금제도 개선 토론회’.ⓒ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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