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 설치하겠다던 '임시 기표소'도 없는 곳 많아

장애인들 인권위 긴급구제 신청·항의 성명 '반발'

(전국종합=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사전투표소 다수가 읍·면·동사무소 건물 2~3층에 설치된 탓에 장애인이나 고령 유권자들이 투표하러 갔다가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사무원과 참관인을 통해 투표를 돕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곳이 많았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갔다가 좌절감을 맛본 장애인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 투표소 거의 다 2~3층에

광주 95개 투표소 가운데 2층 이상에 설치된 곳이 85곳, 전남은 298곳 가운데 272곳에 달했다.

부산은 210곳 중 지하 5곳·2층 이상 194곳이었으며 대전은 79곳 중 지하 3곳·2층 이상 70곳, 강원은 196곳 중 2층 이상 141곳이었다.

다른 지역들도 2~3층 투표소 비율이 70~90%를 보였다.

사전투표소는 공공기관 전산망이 필요해 학교나 마을회관이 아닌 읍·면·동사무소에 대부분 설치됐다.

각 사무소 1층에는 민원실 등 사무실이 있는 탓에 평일에 투표 전용 공간을 마련할 수 없어 2~3층에 있는 회의실이나 강당에 주로 마련됐다.

저층 건물이 많은 특성상 엘리베이터도 없어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장애인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선관위 "임시 기표소 설치 장애인 투표 지원"

선관위는 1층에 임시 기표소를 설치해 장애인들의 투표를 돕도록 했다고 밝혔다.

투표 참관원과 사무원들이 신원을 확인해서 투표 용지를 대신 받아 오면 장애인이 1층에서 투표해 용지를 다시 전달하는 방식이다.

3층에 마련된 충북 청원군 오창읍 투표소에는 복지시설 입소자 25명이 방문, 투표했으며 과수원에서 작업하다 갈비뼈가 부러진 노인은 이동식 침대에 누운 채 투표를 마치기도 했다.

울산시 남구 무거동의 한 투표사무원은 "사전투표에 앞서 수차례 모의시험을 하면서 지침에 따라 장애인 투표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 인권위 긴급구제 신청·항의 성명

그러나 장애인의 불편은 컸다. 임시 기표소가 아예 없거나 관련 안내가 부족해 투표에 어려움을 겪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곳곳에서 나왔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매산동 주민센터 투표소에서는 장애인들이 투표를 하지 못해 몇 시간 동안 항의했다.

주민센터 측은 "용지를 대신 받아와 투표하도록 해주겠다"고 밝혔지만 장애인들은 "비밀투표, 직접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투표를 못한 장애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부산 서구에는 사전투표소 13곳 중 휠체어를 타고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어 장애인단체에서 항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춘천시 한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 10여명은 이날 오후 3시께 동내면사무소를 찾아 때마침 도착한 강원지방경찰청 의경들에게 업혀 겨우 투표했다.

선관위가 마련하겠다던 임시 기표소가 없는 곳도 많았다.

화순군 동면에 사는 박모(64)씨는 "계단이 3개만 있어도 오르지 못할 정도로 다리가 불편해 투표를 포기했다"며 "나 말고도 할머니 2명이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 투표안내문에 적힌 선관위 번호로 전화했지만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가 나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남 한 면사무소의 관계자는 "임시 기표소 설치에 대한 이야기를 선관위로부터 듣지 못했다"며 "몸이 불편한 주민들은 될 수 있는 대로 6월 4일에 투표하도록 사전에 홍보했다"고 말했다.

손상원, 김선호, 한종구, 강창구, 변지철, 최종호, 이재현, 김선경, 허광무, 전창해, 홍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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