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1시 열린 ' 故송국현 추모 분향소 설치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여기, 잊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죽음이 있습니다”

29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 슬픔이 가득한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과 몇 발자국 안 되는 거리에 또 하나의 분향소가 마련됐다. 집안에 홀로 있다가 발생한 화재로 생을 마감한 故송국현씨의 추모 분향소다.

앞서 중복장애 3급으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신청자격이 제한된 송 씨는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지 못해 열린 문으로 탈출하지 못했으며 치료를 받던 중 상태가 악화돼 17일 오전 6시 40분경 숨을 거뒀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동지 장례준비위원회,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추모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발언마다 이어지던 투쟁구호 없이 애도하는 분위기 속 차분하게 진행됐다. 분향소에는 故송국현씨를 기억하는 장애인을 비롯한 활동가 20여명이 찾아 헌화하며 고인의 죽음 앞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황인현(45세, 뇌병변1급)씨는 “국현이 형이랑은 같이 밥도 먹고 잠도 같이 자고 했었는데 일요일 아침에 갑자기 사고 소식을 듣게 됐다. 참담한 심정이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고 애도해서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수(64세, 지체1급)씨도 “세월호 어린학생들의 죽음도 가슴 아프지만 같은 장애인으로 제도적 문제 때문에 발생한 죽음도 가슴 아팠다”면서 “책임이 있는 복지부가 사과하고, 제도가 개선 돼 필요한 사람 모두가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한다”고 전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공동상임대표는 “세월호 어린생명들의 죽음도 한 장애인의 죽음도 정부의 무능함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면서 “이 같은 죽음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조문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유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동지 장례준비위원회는 문형표 복지부 장관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문형표 장관 집 앞 1인 시위와 촛불추모제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29일 오전 11시 열린 ' 故송국현 추모 분향소 설치 기자회견' 전경. ⓒ에이블뉴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애인단체가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국가인권위 앞으로 이동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황인현씨가 故송국현씨 영정사진이 놓인 분향소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이 흰 국화 한 송이를 들고 분향소로 이동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김진수씨가 故송국현씨 분향소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묵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27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마련된 故송국현씨 분향소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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