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 참가한 중증장애인 김탄진씨.ⓒ에이블뉴스

24일 서울의 낮 기온은 평년보다 크게 웃도는 26도였다. 햇볕이 내리쬐는 서울 반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에서 자신의 몸 조차 가누지 못하는 중년의 중증장애인 김탄진씨(47세, 뇌병변1급)를 만났다.

‘장애등급제가 송국현을 죽였다’라는 살벌한(?) 1인 시위 팻말을 앞에 건채 전동휠체어에 앉아있는 그를 주민들은 잠시나마 시선을 멈췄다. 팻말 속 글자들을 읽어 내려가던 그들은 ‘쯔쯧’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 채 가던 길을 향했다.

‘어떡해, 어떡해’라고 소근대던 한 30대의 여성은 김씨에게 “우리 엄마도 중풍으로 뇌병변장애예요. 도움 주고 싶은데 어떻게 참여해야 되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내리쬐는 태양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김씨는 그들의 작은 관심이 너무나 기쁘고 고맙다.

“안녕하세요” 라는 기자의 인사에 땀이 맺힌 김씨는 온몸을 비틀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뇌병변 1급의 중증장애 탓에 소통이 힘들었지만 그는 송국현씨의 죽음에 함께 아파하고, 분노했다.

지난 13일 원인 모를 화재로 중태에 빠졌던 송국현씨(53세, 중복3급). 온몸에 3도 화상을 입었던 송씨는 자립생활을 꿈꿨지만 활동지원제도에 가로막혀 끝내 사고 사흘 뒤 눈을 감았다.

송씨와 김씨의 인연은 3개월 전이다. 같은 노들장애인야학에서 처음 마주했다. 김씨 보다 6살 많은 형이라 쉽게 친해지긴 힘들었지만, 공부 하는 내내 꼬박 눈인사를 하면서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야학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김씨는 마음이 아프다.

김씨는 “(송국현씨 죽음에)마음이 너무나 아팠고, 성질이 너무 났다. 바로 거꾸로 가는 활동지원제도 때문이었다”며 “활동지원제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돼야 하는 것이 맞는데 1,2급만 제공하니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1인 시위 중인 김탄진씨.ⓒ에이블뉴스

이어 김씨는 “내가 알기론 국현이형의 경우 시설에서 나올 무렵 1급 판정을 받았다. 의사선생님한테도 1급 판정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자립을 위해 활동지원제도를 받으려고 재판정을 받았는데 3급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 활동지원제도가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기본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중증장애인과 지난 4년 전 결혼한 김씨는 취약가구에 해당해 월 460시간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동료들 걱정에 1시간이 넘는 거리의 반포동까지 와 1인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김씨는 “이렇게라도 안하면 제2의 송국현이 또 나올지 모른다. 동지들이 또 언제 죽을지 모른다. 함께 공부하고 활동하는 동지들이 오래오래 곁에 남았으면 좋겠다”며 “복지부 장관도 필요한 사람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 오죽 했으면 이렇게 나와서 1인시위를 하고 있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그는 지난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의 버스타기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액을 정면으로 맞았다. 경찰의 진압으로 인해 그의 전동휠체어의 컨트롤러까지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김씨는 “시위에 앞쪽에 있어서 최루액을 정통으로 맞았다. 너무나 화가 났고 슬펐다. 전동휠체어의 컨트롤러까지 떨어져 나가 오늘 새로 달았다”며 “최루액부터 잘못된 제도까지, 이 것이 우리나라의 장애인 현실이다. 복지부 장관의 사죄가 없는 한 1인시위에 끝까지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더운 날씨에 김씨의 땀을 닦아주는 활동보조인 양현우씨.ⓒ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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