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종로에서 열린 제10회 전국장애인대회.ⓒ에이블뉴스

3월26일 어김없이 열리는 전국장애인대회. 지난 2005년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서울 광화문에서 ‘장애해방열사 정신 계승!’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했던 전국장애인대회가 어느덧 10회째를 맞았다.

420공투단은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시켜온 정부가 만들어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투쟁으로써 장애 인권을 쟁취하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기 위해 구성된 연대투쟁체로, 매년 4월을 앞두고 정부 측에 요구안을 내걸고 지속적으로 투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의 열악한 이동권을 폭로하고 투쟁에 앞장서다 2002년 3월26일 심장마비로 별세한 최옥란 열사의 기일인 3월26일에 맞춰 열리고,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의 시발점이어서 장애인들에게 그 의미와 각오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3월26일 종로에서 열린 제10회 전국장애인대회.ⓒ에이블뉴스

■10회째 맞은 ‘전국장애인대회’=2005년부터 올해 10회째를 맞은 전국장애인대회는 일회적인 투쟁이 아닌 투쟁의 발화점이 되고자 최옥란 열사 추모제와 함께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차별철폐를 위해 투쟁하다 운명한 김순석, 최정한, 이덕인, 정태수, 이현준 열사 등의 투쟁정신을 기리기 위한 자리이자 4월20일을 앞두고 420공투단의 요구안을 발표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10회를 맞은 전국장애인대회, 달라진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일단 요구안부터 차이가 있다. 앞서 지난 2005년 전국장애인대회에서 요구했던 내용은 총 11가지.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한 법률 제정’, ‘장애인 생존권‧생활권 쟁취’, ‘장애인의 사회적 권리 확보 영역’ 등 크게 3가지 영역, 총 11개 요구안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올해 정책요구안은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발달장애인법 제정 ▲수화언어법 제정 ▲탈시설 권리 쟁취 ▲장애인 이동권 쟁취 ▲장애인 노동권 쟁취 ▲장애인교육권 쟁취 ▲장애인 정보, 문화권 보장을 위한 법 개정 등.

10년 전과 비교를 하자면, 특정과제들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구체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10년 전과 차이는 최옥란 열사 12주기를 맞이했고, 많은 노력 끝에 성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과제들이 점점 더 선명해지고, 근본적인 복지정책의 핵심문제를 지적하고 있는점”이라며 “적은 규모에서 시작된 인권이 현재는 전국 각지에서도 조직되고 앞으로 많은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남 실장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다 죽었던 최 열사의 12주기에도 여전히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투쟁이 커지는 만큼 정치적 세력의 탄압도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뜨거운 열정으로 투쟁했다면 이제는 많은 생각과 계산을 통해 투쟁해야 할 때다. 올해도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폐지 등 핵심 과제를 들고 정부와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대회에 참석한 황인현 활동가, 김정 활동가.ⓒ에이블뉴스

■“3월26일 어김없는 투쟁…핵심은 부양의무제”=3월26일이면 거리에 나와 투쟁을 시작하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10회째 꾸준히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김정 활동가(뇌병변1급, 36세)는 감회가 새롭기만 하다.

김 활동가는 “예전에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지도 않았고, 자유로운 분위기도 아니었다. 분위기도 한층 무거웠고 깝깝했다. 현재는 많이 자유로워진 분위기고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은 것과 같다”며 “장애인당사자로서 절박함 때문에 전국장애인대회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됐고, 이제는 꾸준히 참석할 수 밖에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현재 광화문 농성이 600일이 다 되간다. 10가지 요구안 중 특히 농성장에서 주장하고 있는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부터 가장 투쟁에 핵심을 둬야할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등급으로 매긴다는 자체가 말이 근본적으로 잘 못 됐으며,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무래도 돈이 아니겠냐. 이번 투쟁으로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5회째 전국장애인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황인현(뇌병변장애1급, 45세)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요구안 중 부양의무제를 핵심으로 꼽았다. 황씨는 현재 부모의 수입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황씨는 “수급자 신청을 했는데, 나를 돌보고 있지 않은 부모의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에서 계속 탈락한다. 현재 체험홈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빨리 부양의무제가 폐지되서 진정한 자립생활을 하고싶다”며 “답답한 마음에 전국장애인대회에 참석하게 됐고, 앞으로도 계속 활동하며 투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대회에 참석한 인천 민들레야학 박길연 교장, 윤국진씨, 김세식씨.ⓒ에이블뉴스

인천에 거주하는 박길연씨(지체1급, 51세)도 지난 2006년부터 전국장애인대회에 참석해온 오랜 멤버다. 그는 1990년 질병으로 와상장애인으로 살다가, 16년이 지나 복지제도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께 투쟁을 하고 있다.

박씨는 “집에서 재가장애인으로만 살았다. 아이가 크면서 나로인해 따가운 시선을 받을까봐 스스로 나를 집에 가뒀다. 이제는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투쟁을 하고 있다”며 “요구안중 부양의무제 부분이 투쟁의 중점이 되야 한다. 장애인이 진정으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것이다. 부양의무제가 폐지돼야 하고 나아가서는 시설까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4번째 전국장애인대회에 참석하고 있는 윤국진(뇌병변1급, 40세)씨도 마찬가지로 ‘부양의무제’가 가장 핵심 투쟁 공약임을 강조했다. 윤씨는 부모의 수입으로 인해 수급자 탈락 위기까지 겪었다가, 아버지가 직장을 그만둠으로 인해 수급자로 다시 선정됐다.

윤씨는 “장애인도 성인인데 부모님이 책임진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시설에서 살다가 나왔는데 갑자기 부모 수입이 있으니 책임져라. 이건 말이 안된다고 본다”며 “부양의무제가 폐지될때까지 함께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9회째 전국장애인대회에 참석 중인 청각장애인 김세식(청각2급, 57세)씨는 국회에 발의된 수화언어법 제정에 박차를 가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현재 수화언어법이 선거 때문에 움직이지 않고 있다. 수화언어법은 장애인 차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국회 차원에서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앞으로 차별문제가 해결될때까지 대회에 어김없이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3월26일 종로에서 열린 제10회 전국장애인대회.ⓒ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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