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중도, 중증. 3중고를 겪는 척수장애인의 애환을 아시나요.’

갑작스런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하지마비나 사지마비가 된 척수장애인들의 일상 복귀를 위한 직업재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실과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일상의 삶을 위한 척수장애인 재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척수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에이블뉴스

■억울한 장애, 사회복귀 ‘산 넘어 산’=먼저 척수장애 당사자인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척수장애인의 특성을 ‘사각지대 장애, 억울한 장애’라고 설명하며, 현재 7만여명의 척수장애인을 대표해 사회복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총장은 “척수장애인은 갑작스런 사고와 질병으로 인해 하루 아침에 하지마비나 사지마비가 되는 것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 부정적 자아개념을 체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무기력과 통제능력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며 “갑작스런 장애로 인해 현저한 환경의 변화를 경험해 재적응의 과제를 안게 되는데, 이는 다른 장애와 구별되는 특수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 총장은 척수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부족, 짧은 주기로 입원, 퇴원의 반복하는 의료시스템의 문제, 퇴원 후 수급자로 전락하는 사회적인 문제 등 척수장애인의 재활의 현주소를 설명하며, “척수장애인으로서 당당히 세금내면서 권리와 의무를 다 하고 싶다”며 사회복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총장은 “사고로 인해 장애가 발생한 직후 척수장애인들은 막막할 수 밖에 없다. 병원 선택에서부터 일상생활동작훈련, 재활방향, 사회복귀에 이르는 길을 전혀 모르고 말 그대로 막장에 다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며 “지금도 척수장애관련 인터넷 카페들을 살펴보면 초기 척수장애가 발생된 당사자나 가족들의 다급한 문의가 아주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후천적 원인에 의해 척수장애를 입는 사람의 경우, 본인은 물론 주변 가족들에게까지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즉, 병원에서 지역사회로 돌아온 척수장애인들이 사회적응에 실패하게 되면서 본인은 물론, 지극히 정상적이고 건강했던 한 가족의 체계와 기능에 치명적인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

이 총장은 “척수장애인에게 있어 직업은 재활의 꽃이다. 비록 사고와 질병 등 중도에 장애를 입게 돼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낙심을 하게 되지만 남아있는 신체적, 정신적, 직업적 능력을 끌어올려 남은 삶에 그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일반 및 중증장애인들도 몇 가지 환경적인 요건만 갖추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직업재활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에 이 총장은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의 예산 확대 ▲공공기관에서의 척수장애인 고용확대 ▲특수고가형 휠체어 구입을 위한 수가의 현실화, 도뇨카테터 보험 수가 지급 ▲의료비 지원 등 근로유인제도 필요 등을 제언했다.

이 총장은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사업이 올해로 5년째인데 예산 증액이 지지부진하다. 사업의 안정적인 수행을 위해 전국적으로 센터가 설치 운영되도록 총 11억7천만원정도로 활성화시켜야 한다”며 “몸에 맞고 예방차원의 기능들이 있는 특수고가형 휠체어의 구입이 용이하도록 수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장은 “아직 척수장애인의 통계가 없고, 법적인 지지가 없어서 불이익을 받고 사회복귀에 대한 기를 꺾어놓고 있는 등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다. 일을 해왔고, 자신이 있지만 장애라는 이유로 노동에서 배제돼왔다”며 “세금내는 당당한 역할을 하고 싶다. 권리와 의무 다 할 수 있도록 사회복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나사렛대학교 박종균 외래교수.ⓒ에이블뉴스

■장애 후 ‘이혼’…사회복귀 체계 바꿔야=중도장애 이후 20년 동안 척수장애인으로 살아온 나사렛대학교 박종균 외래교수도 척수장애인으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당사자 중심의 사회복귀 체계를 강조했다.

박 교수는 “중도장애로서 척수장애인들은 20, 30대에 사고로 많이 발생된다. 저도 척수장애 이후 이혼하고 가정이 해체되고, 지금도 20대 중반의 자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척수장애는 사회경험이 있어서 접근성, 심리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우리사회에서 얼마든지 제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사회적으로 방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교수는 “사회복귀는 당연히 해야함에도 많이 어렵다. 당사자 중심의 재활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터넷 까페를 보면 ‘수술이 끝나고 퇴원하라는데 어떻게 해야하냐’라는 질문이 많다. 재활병원에서는 일상생활동작만 습득할 수 있게 하고 사회복귀에 대한 계획은 여전히 당사자 몫”이라며 “의사는 의료적인 치료, 물리치료사는 물리치료, 작업치료사는 작업치료만 제공해준다. 어쩔 수 없이 병원만 전전하고 병원을 탐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박 교수는 “척수장애인의 재활은 치료에서 사회통합까지 장기적이고 일관적 계획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재활계획은 전문가들과 장애당사자가 함께 하는 당사자관점, 장애를 가진 사람 중심으로 해야 한다”며 “그 사람이 가진 환경에 적합한 재활을 사회통합을 할 수 있는 사람중심 즉 장애당사자 관점의 재활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차현미 과장,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에이블뉴스

■“척수장애 준비 없는 직업재활 현장 반성”=한편, 직업재활전문가인 한신대학교 재활학과 변경희 교수는 현재 직업재활 현장에서 조차 척수장애인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반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변경희 교수는 “척수장애인의 직업재활 원칙은 원 직장 복귀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직업재활에서는 척수장애인에 대한 준비가 안 된 거 같다. 직업재활시설도 발달장애인이 위주다. 현재 시설의 ‘뭔가 만들어놓고 해라’라는 접근은 아닌거 같다”며 “직업재활의 새 판을 짜야 한다. 직업재활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차현미 과장은 “척수장애인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장애 특성상 사회복귀를 위해 의료 및 사회복지 서비스의 다양한 서비스의 다양 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다른 장애인보다 의료적 지원의 필요성과 사회복귀를 위한 심리적 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 척수장애인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위해 보다 많은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차 과장은 “현재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가 중앙 1개소와 지역 4개소가 있고, 확대가 돼야하는 건 맞지만 우선 사업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며 “현재 국립재활원 및 권역별 재활병원을 통해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이 지원되고 있는 상황으로, 이를 보다 활성화 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척수장애인에게 사회복귀 지원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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