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방송 고시 개정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장애인들이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단체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개정안(이하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에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장애인방송시청권 수호를 위한 연대(이하 연대)는 3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회의실에서 열린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 간담회’에서 장애인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채널사업자 가운데 장애인서비스의 대상을 완화하고, 지상파 방송사 등 장애인 서비스 의무달성 시점을 2014년에서 2016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시청자가 많이 보는 채널 위주로 장애인방송을 지원하고, 열악한 장애인 방송 제작환경을 고려해 장애인방송 고시의무사업자 지정기준을 변경 및 의무사업자의 편성목표치 달성시점도 2년 동안 연기한다는 것이다.

장애인단체는 이 같은 장애인방송고시가 개정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수화통역 방송을 해야 하는 유료방송사업자가 줄어들게 돼 장애인 시청권이 제약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방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KBS, MBC, SBS, EBS는 물론 지역 계열방송사가 장애인 방송시청서비스를 하도록 목표를 정한 횟수가 유예돼 장애인들이 원하는 방송을 볼 수 있는 기간도 2년 뒤로 밀리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단체는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이 지난 2일로 마감된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번 간담회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연대 소속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인단체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였다면 몇 달 전에 진행됐어야 한다. 이미 얘기를 다 끝내놓고 간담회를 갖는 것은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시키고 결과가 나온 다음 진행하는 양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연대 소속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도 “‘장애인들은 정보에서 소외돼도 상관이 없다’라는 식으로 장애인들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개정안을 발표해 놓은 다음 가진 이 자리는 우리를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 같다”고 덧붙였다.

연대 소속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개정안 자체를 만든 것이 잘못됐다. 개정안을 만든 것에 대한 사과와 함께 개정안을 철회하고, 처음부터 의견수렴을 거쳐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면 얘기할 수 있지만 이 자리는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개정안을 철회하고, 처음부터 장애인들의 의견수렴을 거처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간담회 자리를 떠났다.

마지막 까지 자리를 지킨 한국농아인협회 이미혜 사무처장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황덕경 센터장도 연대 소속 장애인단체들과 같은 의견을 쏟아냈다.

이미혜 사무처장과 황덕경 센터장은 “후퇴한 개정안이 준비되면서 당사자의 의견이 전혀 수렴되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개정안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을 철회하고 부도가 날 정도의 사업자들이라고 하면 예외규정을 두는 것으로도 충분히 구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담회에 앞서 연대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앞에서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철환 활동가는 “개정안이 철회되니 않는다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어떠한 싸움은 물론 장애인 방송 서비스를 중단한 방송사를 상대로 불매운동, 시청거부 운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방송시청권 수호를 위한 연대' 대표단이 장애인들의 의견수렴이 되지 않은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이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 철회'화 '형식적인 간담회는 수용할 수 없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 모습. ⓒ에이블뉴스

간담회는 장애인방송시청권 확보를 위한 연대가 참석하지 않은 채로 진행됐다. 사진은 이미혜 사무처장과 황덕경 센터장이 방송사 관계자들과 간담회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간담회에 앞서 연대가 '장애인방송고시 개정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기자회견에서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이사가 요식적인 간담회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요구서를 수화로 낭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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