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화문광장에서 있었던 故김주영 활동가의 장례식 속 영정사진.ⓒ에이블뉴스DB

지난해 10월26일, 34세의 어여쁜 나이로 한 줌의 재가 된 故김주영 활동가의 1주기가 지났다. 평생 자립생활을 꿈꾸며 고군분투했던 그녀는 우리 사회에 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을 던져주고 떠나갔다.

당시 그녀가 이용하던 활동보조 시간은 하루 12시간. 지자체 추가제공시간까지 합쳐져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제공받았지만, 아무도 없는 불길 속 그녀는 무방비 상태일 뿐이었다.

장애계도 이 같은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넋을 잃었었다. ‘그녀의 참변은 남 일이 아니기에, 나도 무섭고 두렵기에’.

죽음 당시 최중증 독거장애인이 추가급여를 적용 한다 해도 월 최대 180시간, 하루 평균 6시간에 불과하는 등 서비스 시간 부족에 대한 문제점은 더 이상 입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마 후, 뇌병변 장애인 동생을 챙기다가 또 다시 불길에 휩싸여 죽음을 맞이한 파주남매의 사건이 일어난 것. 장애계는 분노했다. 끌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장애계는 정부에 활동지원제도의 급여문제를 지속적으로 규탄하기 시작했다.

빗 속에서 활동보조 24시간을 외침은 물론, 국회 정론관에서도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1박2일 노숙투쟁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응도 뜨거웠다. 많은 언론은 물론, 대중들도 이들의 활동에 주목하기 시작하자 국회와 정부에서도 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했다.

결국 이 같은 노력은 올해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예산을 615억원 증액, 총 3829억원을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국회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활동지원제도의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 것.

특히 815억원을 최중증장애인의 하루 24시간 활동보조지원에 사용하도록 하며, 중증장애인들에게 큰 희망을 던져주기도 했다.

복지부도 이에 발맞춰 부랴부랴 2월초 행정예고한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본급여가 눈에 띄게 올랐으며, 취약가구 연령요건 완화, 최중증 수급자의 추가급여를 확대하도록 했다.

하지만 장애계는 최중증 기준을 인정조사표 점수 400점 이상에서 410점으로 인상했다며 이를 지적했고, 의견서를 통해 다시 400점으로 내리는데 성공했다.

다시 희망을 불러일으켰지만, 또 한번 8월, 장애인들은 보건복지부 앞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8월부터 시행될 고시를 내걸었지만, ‘취약가구 요건’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자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 취약가구로 간주하지만, 1~2급이 아닌 3급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 취약가구로 인정하지 않은 것.

이처럼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그녀의 죽음을 통해 분명 달라진 점은 있다.

기본급여가 ▲1등급 101만원 ▲2등급 81만원 ▲3등급 61만원 ▲4등급 41만원 등으로 인상됐다.

또한 취약가구와 독거장애인의 추가급여도 234만1000원으로 인상하며, 400점 이상 최중증장애인일 경우 기존 253시간에서 273시간까지 추가급여를 받을 수 있게됐다.

즉, 기존 최대 180시간에서 391시간으로, 2배 이상 늘어난 활동보조 급여. 그녀의 죽음 이후, 활동지원제도의 급여량 부분에선 많은 개선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장애계는 그녀의 죽음 이후, 달라진 활동지원제도를 어떻게 평가할까?

먼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많은 활동가들이 가슴아팠던 것은 김주영 동지가 급여량이 더 많이 필요한 사람인데 총 360시간의 급여량에 스스로 안주한 게 아닐까 싶다. 되돌아보니 2007년부터 4년간 기본 180시간의 급여량이 늘어난게 없더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며 “연말에 국회에서 예산이 확보되고 복지부에서도 급하게 추가급여 늘려서 현재는 두 배까지 늘어났고, 지자체에서도 일부 24시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 정책실장은 “내년 지자체 지방선거도 있고 해서 지자체의 급여량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더 이상 급여량 늘릴 계획이 없다”며 “내년 예산이 12% 올랐지만 서비스 시간외적인 대상자 늘어나는거 할증수당에 따른 수가인상 반영 뿐이다. 서비스 늘어날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남 정책실장은 “활동보조 문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다. 이제는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려야 한다. 중증장애인을 기피하는 활동보조인 등 서비스 질 관리 등이다”며 “부정수급문제도 애초에 서비스 질적인 부분이 해결된다면 없어질 문제다. 앞으로는 개인의 환경을 반영한 개인지원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투쟁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협의회 박홍구 활동보조위원장은 “일단은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에 대해서는 좋다고 할 수 있지만, 보편적으로 많은 장애인들에게 늘어난 게 아니라, 일부 취약, 독거가구에 대해서만 늘어나서 안타깝다”며 “여전히 24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필요한 사람에게 24시간 보장이 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현재 활동지원제도의 자부담 문제도 개선할 문제다. 급여가 늘어나면 자부담 문제는 큰 걸림돌이다. 현재 복지부가 활동보조 제도개선위원회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부담 폐지에 대해 미온적인 상태”라며 “내년에도 별반 달라질게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 밝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태현 정책실장은 “김 활동가의 죽음 이후 급여 조금 인상된 거 정도 밖에 안된다. 1,2급이 아닌 3급장애인에게도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예산의 틀에 갇혀 실현되지 않는 거 같다”며 “활동지원제도의 활동보조인을 세분화해서 가사도우미, 육아도우미, 이동도우미 등 전문적인 인력도 필요하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아직 가야할 길은 멀다. 이용자에게 직접 급여를 주도록해서 활동보조인에게 급여를 주도록 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갈등에 대한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라며 “정부에 대해 기대는 안되지만 우리가 어떻게 싸워나가느냐에 따라서 정부도 움직일 거 같다. 정부에서 알아서 해주는 경우 절대 없지 않냐.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서 서비스 양, 질이 달라질 거 같다”고 강조했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김주영 활동가의 죽음이 이슈가 됐지만, 죽음 이후 이렇다할 변화는 못 느끼겠다. 급여량 늘어난 것은 죽음과는 관계가 보기어렵고, 장애인 안전과 긴급상황 대처 시스템을 만들겠다 했지만 아직 만들지도 않았다"며 "이슈가 된건 확실하나, 별 변화를 못 느끼겠다는 것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활동지원제도는 가야할 길이 멀다. 복지부 제도개선위원단에서 현재 올라온 복지부 안건은 가족의 활동보조, 본인부담금 등"이라며 "본인부담금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전면 폐지가 맞다고 본다. 현재 급여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부담 얘기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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