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국가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까. 학계, 장애계는 등급제 폐지를 위한 구체적 방향, 활동지원제도의 내실화 등 장애계 주요 이슈부터, 주거, 고용 등 자립생활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 대한 의견들을 쏟아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3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 슈벨트홀에서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국가보고서’ 공청회를 통해 국가보고서 초안을 발표, 학계, 장애계 등 의견 수렴을 듣는 장을 마련했다.

국가보고서 작성 개요를 설명중인 국가인권위원회 조형석 장애차별기획조사팀장.ⓒ에이블뉴스

■국가보고서는 무엇=장애인 자립생활 국가보고서(이하 보고서)는 장애인의 자립생활 및 지역사회의 실질적 참여를 위해 국내 정책, 법률, 제도 등을 검토,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정부정책의 청사진 제시 및 정책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보고서는 총 5부이며, 구체적으로 제1부는 ‘국가보고서 개요’, 제2부는 ‘장애 정의 및 국내 장애인 현황’, 제3부는 ‘자립생활의 개념 및 기본원칙’, 제4부는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주요 과제, 제5부는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제언‘으로 구성돼 있다.

핵심추진과제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행정체계 개편 ▲이용자선택권 강화를 위한 일상적 생활 보장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사회환경 구축(주거·고용·소득·이동 및 접근 지원 등)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화 및 사회복귀 지원 ▲다중차별 장애인에 대한 지원 등이 중심이다.

인권위는 이번 공청회 및 장애단체 간담회 개최 등을 통한 의견 수렴과 관련부처 협의를 거쳐 금년 중 권고할 계획이다.

■임시방편 수준의 ‘등급제 2~3단계’ 도입=먼저, 장애등급제 폐지의 대안으로 정부가 내세운 최중증, 중증, 경증/ 중증, 경증 등 2~3단계 도입에 대한 문제점이 보고서에 담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은 “등급제 폐지 주장은 등급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일괄적용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등급만으로 선정하는 것을 폐지하고 개개인의 욕구, 상황을 파악하는 제도로 바뀌어야 하는 건데 정부가 주장하는 2~3단계로 나눠봤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적인 조치”라며 “신규제도를 적용할 시 중증위주로 만들어진다. 3단계인 최중증은 중첩되는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고, 최중증과의 경계선 급의 중증은 계속 서비스 대상에서 소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등급판정과 등록제도가 서로 엮어져 있는 현행제도에서 선별적으로 등급판정제도를 폐지하고 등록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이에 대한 논리적 설명도 보완되야 한다”며 “감면제도 같은 것은 적격성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정하기에 많은 행정력 도입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등록제정도는 유지해야 한다”며 “이 같은 등록제가 왜 유지돼야 하는지 보고서 안에 설명이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사자 입장으로 자리한 새날동대문자립생활센터 구근호 소장은 “보통 장애인은 특별하다는 인식이 느껴진다. 특별히 줘야 한다는 느낌에 장애등급제라는 것도 만들어진거다. 이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장애인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다. 비장애인이 필요에 의해 시설 이용하듯이 장애라는 특성 때문에 필요한 게 있다. 등급판정 기준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고, 등록 또한 장장기적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비스전달체계 개편을 놓고 성신여자대학교 이승기 교수는 전문기관의 설립을 통해 공공의 역할이 강화돼야 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장애인의 서비스 진입에서 서비스 제공 및 모니터링까지의 서비스 제공의 모든 과정에 대해 공공의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필수적인 업무수행은 장애인의 서비스 신청 접수, 서비스 욕구 및 필요도 사정, 서비스 결정 및 서비스 연계와 서비스 모니터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 업무는 지방정부의 책임보다는 공공 성격을 가진 전문기관을 설치해야 한다. 전문기관이 설치된 경우에도 지방정부와의 업무 분절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기관과 지방정부와의 업무 연계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자가 활동보조인 고용주 돼야=활동지원제도의 서비스 질 제고차원에서 이용자에 의한 활동보조인 고용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는 전적으로 제공기관에서의 연계 시스템에서 벗어나 당사자가 직접 고용하고 서비스를 요구,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는 “제공기관이 중개자 입장에서 활동보조인을 연계하는 경우 이용자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고 고용주가 기관장이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 활동보조인에게 서비스를 지시하고 요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을 스스로 직접 고용하고 교육시키며 서비스를 요구한다면 자연스럽게 서비스 제고가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활동지원제도 정책방향으로 ▲신청자격으로서의 장애등급 기준 폐지 ▲급여량 상한선 폐지를 전제로 한 개인별 급여산정 방식 전환 ▲개인소득에 근거한 본인부담금 ▲현실적인 서비스 단가 등도 함께 제안했다.

또한 김 교수는 장애인보조기구 활성화로 ▲보조기구 공적급여수준 확대 ▲가칭 장애인보조기구 위원회 조직 및 상설화 ▲체계적인 보조기구 사례관리 시스템 도입 ▲통합적인 보조기구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 등도 강조했다.

왼쪽부터 동의대학교 유동철 교수, 한양사이버대학교 박경수 교수.ⓒ에이블뉴스

■등급제 폐지 발맞춘 고용책=최근 장애등급제 폐지가 주 이슈로 드러나면서 고용도 마찬가지로 직업적 장애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양사이버대학교 박경수 교수는 “장애인고용 및 직업재활 서비스 제공시 기존의 의학적 진단기준과 별개로 의학적 기준에 더해 근로능력, 개인특성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반영한 직업적 장애판정기준을 개발 적용해야 한다”며 “주요 OECD 국가들도 이러한 근로능력평가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는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한 2017년까지 등급제 완전 폐지하고 개인의 욕구 및 사회,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장애판정기준으로 개편하겠다는 취지와도 부합한다”며 “직업적 장애기준이 정립된다 하더라도 개별화된 서비스 제공을 담보하기 위해서 합리적인 자정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주거 정책으로는 무엇보다 장애 당사자의 맞춘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는 의견들이었다.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유동철 교수는 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한 별도의 최저주거기준 도입과 함께 정기적 주거실태조사 안에 장애인에 대한 주택보급률, 장애유형별 주택의 선호도, 주거복지 욕구, 장애로 인한 주거의 어려움 등도 함께 추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주택법에서 정한 최저기준은 일반적인 가구 구성에 따른 면적, 방의 개수, 필수 설비 등을 정하고 있을 뿐 장애인 등 가구특성을 반영한 최저주거기준이 고려되지 못한다”며 “적절한 장애인 주거의 원칙으로는 점유 안정성의 원칙, 안전의 원칙, 시설 확보의 원칙, 접근권의 원칙, 쾌적성의 원칙, 비차별성의 원칙, 다양성 보장의 원칙, 사생활보장의 원칙, 사회통합의 원칙 등으로 세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열린 '장애인 자립생활 기반 구축을 위한 국가보고서 공청회' 모습.ⓒ에이블뉴스

■장애인복지법 개정 통한 ‘탈시설’=탈시설과 관련해서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시설종사자와 장애인거주시설은 시설에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탈시설 권리를 보장해야 하다는 제안이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거주시설 서비스 최저기준 등에서 시설거주 장애인의 장애인 인권 보장에 관한 규정을 하고 있지만 장애인복지법령 상 거주시설 기준을 변경하지 않는 한 시설거주 장애인의 사생활 보장은 구호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먼저 이용자 욕구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탈시설 임을 고려할 때, 장애인복지법 상 시설 운영자에게 탈시설 전환에 관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개정, 최소한의 인권 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 권리옹호 시스템을 구축, 장애인복지법 상 장애인 권리옹호 기관인 장애인인권센터의 설치 및 의무가 담겨야 한다고 더불어 설명했다. 이 기관은 서비스 제공기관, 특히 시설로부터 독립돼야 하고 인권 침해 발생시 신속하게 현장 대응 등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또한 조 교수는 “시설 이용자들이 외부와의 소통을 의무화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더불어, 장애인복지의 기본이념을 ‘자기결정에 의한 자립생활을 통해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실현’인 자립생활 원칙을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시설 퇴소 후, 탈시설 지원을 위한 탈시설전환조직의 설치, 자립정착금의 지급, 부양의무제 미적용 등을 통해 사회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미옥 교수는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지원과 관련, ▲발달장애인 자립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 ▲돌봄 지원 강화 및 가족부담 경감 ▲보호 및 옹호시스템 구축 ▲지역사회기반의 발달장애인 전문 개별지원시스템 구축 ▲사각지대의 발달장애인 발굴 및 지원체계 구축 ▲발달장애인지원법(가칭) 제정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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