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 기자회견에 참가해 취약가구 요건 확대를 요구하는 장애인.ⓒ에이블뉴스DB

오는 8월부터 활동지원제도가 일부 개선되지만, 취약가구 요건에 대한 사각지대는 여전히 다가가지 못 하는 현실이다.

8월부터 시행되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활동지원 급여비용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심야, 공휴일에 제공하는 활동보조의 시간당 금액을 인상했다. 현행 시간당 1만260원의 금액을 1만2830원으로 2570원 인상했으며, 근로자의 날에도 인상된 금액을 적용하도록 했다.

활동지원등급별 기본급여도 1등급의 경우, 91만9000원에서 101만원 등 등급별로 각각 인상했으며, 인정점수 400점 이상의 독거가구와 취약가구의 경우도 234만1000원으로 추가급여도 각각 인상했다.

문제는 ‘취약가구’ 요건이다. 현재 취약가구는 가구구성원이 1~2급 장애인, 18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인 가족만으로 구성돼야만 가능하다. 이들에게는 월 최대 약 250시간의 추가급여를 제공하는 반면, 이 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추가급여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지난 3월 개정을 통해 나아진 것이다. 3월전까지만 해도 취약가구의 연령 요건은 6세 이하 또는 75세 이상이었다. 현재는 18세 이하 또는 65세 이상으로 완화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있다.

추가급여가 절실히 필요함에도 취약가구에 해당하지 못하는 가구들에게는 취약가구 요건이 ‘독소조항’으로 불리울 수 밖에 없는 현실.

19년간 누워 지낸 와상장애인 이상선씨(지체1급, 60대)도 뇌수술 후 몸이 불편한 62세 아내와 생활하고 있음에도 취약가구로 인정받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씨는 “아내는 3년 전 2010년도 뇌경색으로 쓰러져 뇌수술 후 겨우 살아났다. 거동은 하지만 건망증이 심하고, 만성피로 등 70세 노인과 같은 몸이지만, 65세 이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약가구에 제외됐다”며 “월 107시간 하루 5시간 서비스 받는데, 나머지 19시간은 아내가 나를 돌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씨는 “65세 이상을 ‘65세 이하라도 장애인을 돌볼 수 없는 사유, 불치병, 건망증, 만성피로 등인 경우는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하거나, 목만 움직이는 와상장애인은 취약가구로 인정해야 한다. 와상장애인 가족의 고통과 애환을 누가 알아주겠냐”며 “8월 개정안 수정이 어려우면 내년도는 꼭 취약가구 요건을 수정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3급 장애여성과 결혼을 희망하고 있지만, 역시 ‘취약가구 요건’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1급 중증장애인도 있다. 3급 이하 장애인 가족과 거주하는 경우, 자신의 활동을 보조할 수 없음에도 취약가구에 속하지 못해 추가급여를 단 한 시간도 못 받는 것.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스포츠연맹 모경훈 사무국장은 “최근 목 디스크 수술을 했다.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재판정을 통해 사지마비 독거로 총 550시간의 활동보조를 받고 있다”면서 “문제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여자친구 장애가 3급이다. 간신히 늘렸는데 결혼이라는 이유로 삭감되면 생활이 너무 어려워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 사무국장은 “여자친구가 나를 활동보조할 급수도 아니다. 결혼하고 나서 시간이 삭감되는 경우가 어딨냐. 아예 결혼하지 말란 것 같다”며 “결혼해서 한 가정의 가장, 아이도 낳고 싶다. 활동보조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 같은 취약가구 규정에 대해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정책권고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65세 이상의 고령자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 취약가구로 간주돼 추가급여의 대상이 되지만, 3급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는 취약가구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복지부에다가 ‘결혼을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피하더라. 결혼하지 말라는 뜻인데, 이는 납득할 수 없는 행정편의적 규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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