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에이블뉴스

활동보조인과 이용자 간 마찰로 인해 서로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성격 상의 미세한 부분부터 직접적인 폭행 등 형사 사건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조금이나마 풀기 위한 다소 ‘불편한’ 인터뷰를 기획했다.

본지는 활동보조인, 이용자, 중계기관 각각 3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마지막은 활동보조 중계기관인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지체1급, 56세)이다.

■“갈등 드러내기, 지금이 적절한 시기=활동보조인과 이용자 간의 풀리지 않는 갈등, 최 소장은 부담스러운 다소 부담스러운 인터뷰 자리에도 본지의 취지에 깊은 공감과 응원을 보냈다. 곪아 터진 갈등 문제를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며, 지금이 문제제기할 적절한 시기라는 것.

최 소장은 “갈등이라는 것은 분명 문제가 많다. 그런데 현재 구조상 표면화 될 수 없는 구조”라며 “제공기관 옮겨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실을 모르는 이용자들이 태반이다. 막대해도 항상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부터 많다.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첫 마디를 뗐다.

최근 활동보조인연대에서 열린 워크샵에서 활동보조인과 이용자 간의 뒷담화, 성비불균형, 활보 부족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쏟아진 바 있다. 그렇다면 최 소장의 센터에서는 그런 갈등 문제는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었을까.

“예전에 한 활동보조인이 이용자한테 종교를 강요하는 일이 있었어요. 이용자 뿐이 아니라 그 집 가족들 모두에게요. 갈등이 생기니까 이용자는 바로 센터 측에 교체시켜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1달 정도 뒤에 교체가 됐어요. 초기에 빠른 신고가 들어와서인지 빨리 대응할 수 있었죠. 그 밖에도 시간을 안 지킨다, 근무시간 임에도 가봐야 한다 등의 사소한 것들은 모든 센터에서 보통 발생하는 문제구요.”

중증장애인인 최 소장도 현재 한 달 530시간의 활동보조를 받고 있는 상태다. 총 2명의 활동보조인과 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점이나 갈등 문제는 없었을까. 최 소장은 “이렇다할 갈등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활동보조인과 최 소장간 서로 지켜야 할 매너나, 너무 지나친 부탁 등은 자제하는 등 서로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 인터뷰를 하는 중간 중간에도 최 소장의 활동보조인은 최 소장을 꼼꼼히 케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65세 악마 사건, 큰 충격이었다=지난달 본지가 보도한 ‘장애인 가정 덮친 65세 악마’라는 기사는 장애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활동보조인이 이용자를 폭행하다니..’최 소장도 사건에 대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어떨까. 갈등이 생기면 무조건 초기 대응에 나선다는 대답이다.

서비스 시작에 앞서 이용자에게도 철저히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려라’는 교육을 시킬뿐더러, 문제가 되는 활동보조인이나 이용자에 대한 해고를 재빠르게 시행, 큰 불로 번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것.

“센터 초기에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40대 정도의 남성 이용자가 관음증이었던 거예요. 성희롱의 일종이죠. 활동보조인이 그 사실을 센터 측에 빨리 알려서 우리도 조치를 빨리 했어요. ‘우리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 하겠다’고 통보했죠. 그 이용자는 다른 곳에서 계속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재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동료상담가는 3명, 코디는 단 2명 뿐이다. 이들이 총 150명의 이용자를 케어하기란 쉽지 않다. 즉, 코디 한 명당 50명을 담당. 그렇다면 사소하고, 구체적인 갈등 부분까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다.

“코디의 역할은 행정적인 매칭이 커요. 갈등의 문제에 대해서 기본적인 것 밖에 되지 않아요. 우리 센터의 경우 동료상담가가 그런 갈등의 문제를 중재하는 편이죠. 주간 회의를 통해 갈등 사례가 발생한다 치면, 코디 선에서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을 동료상담가가 개입을 하죠. 그 후에 해고를 하든 서비스 기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이야기해요.”

활동보조인-이용자 갈등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광훈 소장.ⓒ에이블뉴스

■갈등의 1차 책임은 ‘제공기관’=과연 제공기관인 센터가 바라보는 갈등 문제는 어떨까. 최 소장은 갈등 부분의 1차 책임은 센터에 있다고 꼬집었다. 서비스가 수익과 연관이 되다보니 갈등문제는 ‘쉬쉬’하게 된다는 것.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을 자립시키기 위한 제도지 않습니까. 그런데 현재 제공기관들은 장애인들을 수익 대상으로만 봐요. ‘1급이면 몇 시간짜리냐’ 이런 식으로요. 그렇다보니 갈등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려 하지 않죠. 문제가 생겨서 활동보조인을 해고하거나 이용자를 다른 기관으로 보내면 제공기관 측에서는 손해거든요. 솔직히 저도 사람 자르기 결정하기가 어려운 부분이에요.”

이렇다 보니 제공기관을 대표하는 관련 협회의 책임도 막중해진다. 하지만 현재 관련 협회 측에서는 갈등 문제를 위한 이렇다 할 대안이나 매뉴얼들이 존재하지 않는 게 현실.

“협회 안에 활동보조 담당하는 위원회 측에서 작동이 제대로 되야 하는데 가동이 안되요. 갈등에 대한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종합적인 대안이 없어서 아쉽죠. 갈등에 대한 사례를 조사하거나, 매뉴얼들을 만들어준다면 훨씬 갈등문제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풀리지 않는 실타래와 같은 갈등, 최 소장은 시급한 것은 ‘이용자-활동보조인의 교육’이라고 들었다. 현재 서초센터의 경우, 활동보조인 보수교육은 물론, 이용자에게도 철저한 교육을 시키고 있지만, 교육이 부실한 제공기관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것.

“우리센터의 경우, 활동보조서비스가 무엇이고, 서비스를 얻기 위해 희생한 중증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해줘요. 특히 개인적인 서비스를 강조합니다. 예를 들면, 가족이랑 사는 경우, 자기(이용자)방 청소는 요청할 수 있지만 가족이 있는 거실 같은 공간은 부탁해선 안된다라는 것들이죠. 근데 제공기관이 교육을 안 시키는 부분도 있어요. 수익성만 강조하다보니 신경 안쓰게 되죠. 그렇다면 차라리 교육 같은 것을 국민연금공단에서 판정을 하면서 교육도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어요.”

갈등 사례의 데이터를 수집하냐는 질문에 ‘아니요. 해야되는데..’라고 답한 최 소장은 정부차원에서의 개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태조사를 하면서 대안도 나와야하는데, 엄청 어려울 것 같아요. 서비스 단가도 좀 조정해야죠. 이용자를 가리는 활동보조인들이 많으니까, 중증도나 활보의 숙련도에 따라 다가를 차등지원 한다던지요. 야간 할증료보다 더 중요하다고 봐요. 활동보조인도 직업의식을 갖고, 일할 필요가 있고, 이용자도 문제에 대해서 ‘NO’라고 판단할 역량도 갖춰야 하구요. 참 문제가 많은 것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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