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아인대회'에 참석한 한국농아인협회 박두칠 고문(왼)과 청각장애인 마술사 최성윤씨(오).ⓒ에이블뉴스

“수화를 언어로 인정받는 한국수화기본법이 어서 빨리 제정되서 당당하게 이 사회를 살아가고 싶어요.”

11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제17회 전국농아인대회’에서 만난 농아인들이 입 모아 대답한 말이다. 농아인들은 음성정보 중심의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장애와 정보취득의 제약으로 인해, 가정, 교육, 고용 등 사회생활 전 영역에서 차별받으며 살아왔다.

이에 지난해 한국농아인협회를 주축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수화언어기본법’ 제정의 불씨가 당겨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전국농아인대회’에서 올해 제정을 목표로 결의를 다진 것.

이날 농아인대회에서 만난 농아인 최성윤(40, 청각1급)씨는 6년째 청각장애인 마술사로 활동하고 있다.

최씨는 “대부분 농인분들이 어려서부터 고열로 인해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비장애인과의 의사소통이 안돼서 사회, 문화 등 모든 것에서 이해를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장 절실한 부분은 아무래도 직업적 부분이다. 의사소통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고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한국수화기본법 제정을 통해 수화가 모국어로 인정받고, 농아인들이 떳떳하게 살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도 태백시에서 출발한 조미숙씨와 동료들.ⓒ에이블뉴스

강원도 태백시에서 왔다는 조미숙씨(청각1급, 50세)도 “아무래도 통역서비스가 많이 없다보니까 의사소통 부분에서 너무 힘들다, 통역을 요청해도 원활히 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한국수화기본법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지만, 법 제정을 통해 수화가 언어로 인정되면 통역부분도 해결되서 좋을 거 같다. 속히 제정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대회의 가장 최연장자인 한국농아인협회 박두칠 고문(91세)도 한국수화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감회가 남다르다.

박 고문은 “예전보다 농인들의 차별문제가 많이 해소됐다. 옛날에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욕설부터 들었어야 했다.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면서도 “나이가 많은 농인들을 위한 농아인복지관 시설 등이 더욱 확대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고문은 “한국수화기본법은 예전부터 농인들이 주장해왔던 것이고 꼭 필요한 부분이다”며 “수화도 언어의 하나로 꼭 인정받아야 한다. 농인 후배들이 열심히 투쟁해서 속히 제정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자를 도와 농인들의 수화를 하나하나 설명해준 성동구수화통역센터 임쥬리(27세)통역사는 “대학전공을 통해 6년동안 수화 통역을 하고 있다. 아직 수화통역에 대한 비장애인의 시선은 좋지 못하다”며 “아무래도 순차통역이다 보니 1~2초씩 차이가 나는데 성격급한 비장애인들은 그걸 참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화통화 통역을 해도 보이스피싱인줄 알고 성급히 끊는 부분도 많고, 통역에 대한 홍보가 많이 필요할 것같고, 인식개선도 필요할 것 같다”며 “수화는 언어다. 농인의 언어를 비장애인이 인정해줬음 좋겠다”고 말했다.

제17회 전국농아인대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는 신성철, 송우리씨.ⓒ에이블뉴스

애국가를 수화로 부르고 있는 농아인들 모습.ⓒ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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