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학교 조한진 교수.ⓒ에이블뉴스

“사람 답게 살고 싶다”며 시설에서 나오고자 하는 장애인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기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바로 지원책이 지자체별로 편차가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는 19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수립 토론회’에서 16개 광역시·도 시설거주 장애인 자립지원 현황 조사를 발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황을 보면, 장애인거주시설 퇴소 장애인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자립정착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7개 광역시도에서만 시행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2005년부터 도입해 가장 먼저 시행한 이후, ▲2010년 대구, 전북, 경남, 충북 ▲2011년 광주 2012년 강원도, 경기도 성남시가 시행한 것. 반면, ▲부산 ▲인천 ▲대전 ▲울산 ▲충남 ▲전남 ▲경북 ▲제주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

체험홈, 자립생활가정과 같은 초기 주거공간 지원은 민간 지원을 제외하고 8개 시도가 시행 중이었다. 시군구에서는 경북 경주시, 경산시, 경기도 성남시 3군데였다.

지자체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체험홈 자립생활가정 ▲부산 체험홈 ▲인천 체험홈, 자립주택 ▲대구 체험홈 ▲대전 체험홈 ▲경기도 체험홈 ▲충북 체험홈 ▲전남 체험홈 ▲경북 체험홈(경주, 경산) ▲경남 자립홈 등이었다.

무엇보다 시설거주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지자체 내 부서와 별도 기관에 대해서는 어떨까. 서울시만 유일하게 ‘서울시복지재단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 이외의 지자체는 장애인 부서 내 자립 관련 팀 또는 시설 관련 팀에서 정착금, 체험홈 등에 관한 업무를 집행하는 정도였으며,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독립적인 부서나 기관은 전무한 것.

이들 지자체는 “예산이 없고, 인프라가 없다”, “준공공성이라도 가질 수 있는 서울시복지재단과 같은 출연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설립하는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지역별 편차가 너무 심하고 대부분이 지자체의 예산 상황에 의존적이며 우선순위에 밀려 시스템으로 정착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지자체는 ‘정부의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 인프라만으로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 어렵다’, 정부는 ‘복지 지방 이양으로 지자체만의 책임이다’라며 서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교수는 “현재 중앙정부는 탈시설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없다. 탈시설전환기관도 설립돼 있지 않고,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자립정착금도 지원되고 있지 않다. 자립정착금 예산 확보가 거론되긴 했으나 번번히 기재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현황 파악과 집행 계획 수립, 지원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 교수는 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탈시설전환 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장애인복지법 상 제10조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조항 안에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제11조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심의사항으로 탈시설전환 계획에 관한 사항을 추가해 복지부 주도로 탈시설전환 계획을 작성해야 한다는 것.

서울에만 존재하고 있는 장애인전환지원센터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정부는 탈시설 자립생활 장애인에 대해서 지자체에서 책임질 것을 권고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탈시설전환기관 설치를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확히 할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해 탈시설전환기관의 설치와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열린 ‘탈시설자립생활 정책 수립 토론회’.ⓒ에이블뉴스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청란 활동가도 “중앙정부에서 자립생활지원 계획, 주거지원 계획 등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시도 중증장애인 자립실태와 관련한 정기적 조사 수행과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지원 내용 등을 포함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계획 수립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이어 제 활동가는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의 중앙정부 정책과제에 대해서는 센터에 대한 효과성이 지속적으로 확인이 될 때 중앙차원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적으로 시에서 설립할 수 있게끔 검토가 필요하고, 타 시도에서 시행중인 자립정착금에 대해서도 지원가능하도록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허곤 정책조정위원장은 “시설에서도 혼자서 살 수 있다고 판단되는 분들에게 자립을 권유하고 있지만 활동보조시간의 부족 등을 이유로 혼자 사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해 나가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중앙차원의 자립정착금 지원이나 주택정책, 자립 전환기관의 설치 등 정부정책이 반드시 수반되야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허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자립에 대한 논의의 중심은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로 거주시설의 이용자는 발달장애인이 많다. 발달장애인도 지역에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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