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개최한 수화언어 권리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모습. ⓒ에이블뉴스

농교육이 올해로 100년을 맞이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농교육이 시작 된 것은 1913년 사회복지기관인 ‘재생원(濟生院)’ 맹아부(서울맹아학교 전신)였다. 맹아부는 한글 점자를 창안했고, 성경전서의 점역을 비롯해 76종의 점역도서를 제작했다. 본격적인 농학교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어렵지만, 한글 점자 창안 등을 고려하면 농교육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2008년 비준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수화를 사용하는 농아인의 정체성 보장과, 수화의 독립적인 언어 인정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농교육 100년을 맞은 지금도 여전히 농아인의 교육환경은 취약하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전국 18개 농 특수학교 교사 6%만이 수화통역 자격증이 있었고, 3개 학교 교사들에서는 수화통역 자격증이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화언어 권리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수화공대위)’가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관계자에 따르면 농학생 2명이 다니는 ㅅ초등학교에는 수화를 하지 못하는 엉터리 특수교육실무원고용으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집단 등교거부 등 시 교육청과 큰 홍역을 치른바 있다.

이처럼 농아인들은 교육을 제외한 가정, 취업, 문화 등의 영역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으며 살아오고 있다.

수화공대위는 18일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농아인과 관련해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줄 것을 요구했다.

농교육 100년, 여전히 달라진 것 없어 ‘우울’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농교육의 역사는 100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여전히 농아인들은 100년 전과 지금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우울’하다고 토로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처럼 강산이 10번이나 바뀌어야 할 지금 여전히 ‘수화’는 언어권에서 소외당하고, 전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수화를 사용하면 비장애인보다 못한 삶을 살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농학교의 조기교육에서 수화가 배제되고, 통학교육에서 수화통역사 지원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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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애인정보화문화누리 김재철 이사는 “올해로 우리나라의 농교육이 벌써 100년을 맞이했다. 1세기를 맞이하는 농교육을 기쁨으로 맞이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다. 100년이라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농교육의 현실은 너무 우울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장애인정보화문화누리 함효숙 회원이 과거와 현재의 농교육 현실을 지적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정보화문화누리 함효숙 회원은 과거 자신이 농학생으로서 느꼈던 어려움과 농아인 아들을 둔 어머니의 입장으로 과거와 현재의 농교육 현실을 전했다.

함효숙씨는 “과거 농 특수학교를 졸업했었는데, 당시 수화를 하는 교사가 전혀 없어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수화를 할 수 있는 교사가 있었다면, 공부에 대한 흥미나 이해도가 더욱 높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교사가 수화를 할 수 없어 나와 소통이 안 되니 답답해 할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함씨는 “(아들이 다니는)지금 통합학교를 보면 수화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주변의 학생들도 많이 답답해하고 있다”면서 “지금 통합학교에서 농아인들은 (소통이 되지 않으니)왕따 당하고, 외롭게 혼자 지낼 수 밖에 없다. 말썽 부리지 않고 있으니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통합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장애인 학교에서도 기본적인 수화를 배울 수 있는 과정이 생겨 농아인과 비장애인 학생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박근혜 당선인 ‘약속’ 이행 위해 로드맵 제시 요구

수화공대위는 농교육 개선 및 수화언어기본법 제정, 농학교 조기교육에 수화교육 도입, 특수교사 양성 교과과정에 수화과목 도입 등을 요구하며 1년여간 활동해왔다.

이후 박근혜 당선인으로부터 ‘농교육 개선과 수화언어지원법 제정’ 공약 수용의 결실을 맺었다. 현재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를 꾸리기 위해 인수위 활동이 한창이지만, 농아인에 대한 차기 정부의 계획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후보 시절 농아인과 관련된 공약으로 한국수화의 언어적 지위 보장, 수화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소통 등을 위해 ‘(가칭)한국수화언어기본법 및 농문화지원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애인정보화문화누리 김재철 이사가 수화로 농교육의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농교육의 현실은 너무 우울하다고 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김재철 이사도 “박근혜 당선인은 농교육 개선을 위해 공약했던 수화언어기본법 제정을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정보화문화누리 안세준 고문도 “농아인은 세상과 소통 할 수 없어 항상 분리된 삶을 살고 있다. 동 주민센터나 은행을 가더라도 농아인은 담당 직원과 대화 할 수 없어 엉뚱하게 일을 해 불이익을 받을 때가 많다”면서 “농아인이 비장애인과 소통 할 수 있도록 박근혜 당선인의 약속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수화공대위는 ‘국민행복제안센터’ 관계자에게 ‘농교육 환경 개선 및 수화언어기본법 제정’을 위한 로드맵 마련 요구를 위한 김용준 인수위원장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18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농아인들이 수화에 맞춰 수화언어기본법 제정을 위한 로드맵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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