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 간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제18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 당일인 19일 오후 1시경.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원시 매탄구 인계동 제 5투표소인 매여울초등학교는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매여울초등학교에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한경숙 소장(49세, 지체장애 1급)과 그녀의 남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매서운 날씨에 스카프를 꽁꽁 두르고 휠체어를 타고 있는 그녀는 한 눈에 들어왔다.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한경숙 소장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고, 투표용지를 받기 위해 주소록 서명하는 것도 역시 그녀의 남편 몫 이였다. 그는 한 소장의 휠체어를 투표소 안까지 밀어 주었고, 그녀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투표를 마친 뒤 한 소장은 “추운 날씨 때문에 쉽게 나오기 어려웠지만, 앞으로 대한민국의 5년이 한 표, 한 표에 달려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해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한 소장은 “유력 후보로 뽑히는 두 후보의 공약을 잘 살펴봤는데,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장해줄 수 있는 인물인가를 생각했다”면서 “'국민명령 1호'로 '장애인등급제 폐지'를 내세운 후보에게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선관위에서 이번 대선에서 장애인유권자를 위한 투표편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여기 투표소만해도 투표하기 어려웠다”면서 “투표소 안의 선반도 너무 높고, 가로 간격도 좁아 투표대에서 찍을 수 없었다. 결국 무릎에 올려놓은 가방 위에 용지를 올려두고 찍었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최대한 노력했다고 하지만 입구만 잘 되어 있었고,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점이 또 보였다. (장애인 투표 편의를) 장애인 입장에서 사소한 것까지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녀는 새로운 대통령이 故김주영 활동가와 파주 장애남매 사건으로 인해 대두 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확대가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장애인들이 기본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 24시간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소장은 “수원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복지부에서 받는 시간과 독거특례까지 모두 다 받아도 월 최대 340시간이데, 하루 받을 수 있는 시간이 11시간 꼴”이라면서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되는데 그러다 제2의 김주영 활동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소장은 “김주영 활동가도 바로 옆에 전동휠체어가 있었지만 움직이지 못해 그런 참변을 당한 것”이라면서 “나도 활동보조인이나 남편이 없어 혼자 있을 때 항상 두려움을 느낀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으니 무섭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장애인들이 기본적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해줄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며 “더 이상 장애인의 목숨과 정책을 바꾸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투표를 마치고 난 뒤 인증샷을 찍는 한경숙 소장.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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