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고 있는 故김주영활동가 영정사진.ⓒ에이블뉴스

“휠체어에 피켓을 앞뒤로 건채, 대중들에게 장애인 자립생활을 홍보하겠다던 예쁜 주영아! 널 외롭게 죽게해서 너무 가슴아프다. 잘가거라 주영아!”

지난 26일 새벽, 자택인 서울 행당동 주택에서 질식사로 숨진 故 김주영 활동가(34,뇌병변1급). 3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평생 장애인 자립생활을 꿈꿔왔던 그녀의 넋을 기리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녀의 죽음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급여문제. 그녀는 죽음으로써 다시 한번 장애인 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을 세상에 알렸다. 이날 광화문에는 중증장애인의 고달픈 삶을 외면한 정부를 향한 장애계의 통곡소리로 가득 찼다.

■“죽어도 자립생활 꿈꾸던…”=1979년 6월 14일,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김주영 활동가는 평생 자립생활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2005년, 당시 활동보조 제도조차 없었던 환경에서 그녀는 가족의 짐이 되는 삶도 시설에서 한평생을 보호받는 삶도 거부하고 목숨을 건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혼자서는 살림은 물론, 식사나 용변, 옷 갈아입고 휠체어에서 내리기도 어려운 중증의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서 누구보다 활동보조인의 절실함을 알았던 그녀였기에, 활동보조제도화 투쟁에 누구보다 열심히 참가하기 시작했다.

활동보조제도화 뿐이 아니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투쟁, 장애인 이동권 투쟁, 장애등급제 폐지투쟁, 부양의무제 폐지투쟁까지 장애인권운동의 맨 앞에서 그녀는 온몸을 내던져 투쟁했다.

투쟁을 알리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2005년에는 자신과 같은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 이야기를 다룬 작품 ‘외출 혹은 탈출’을 연출했으며, 2006년부터 2007년까지 RTV에서 방영된 ‘나는 장애인이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녀와 프로그램을 함께했던 장애해방열사 ‘단’ 박김영희 대표는 “중증장애인으로 홀로 움직일수 없는 주영이었지만, 영상공부를 배우고 싶다는 등 하고 싶은게 많았다”며 “나는장애인이다 MC를 하면서도 가장 먼저 와서 기다리고, 멘트 하나하나 고민한 친구”였다며 눈물지었다.

장례식에서 만난 중증장애인인권실천연대 임재신(42)씨도 “직접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투쟁현장에서 몇 번 뵙고, 인터넷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자립생활을 위해 힘쓰던 동료가 참변으로 세상을 떠나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토로했다.

■그녀의 슬픈 이름, ‘363시간’=활동보조인이 없으면 거동이 힘든 최중증의 장애를 가진 김주영씨가 이용하던 활동보조 시간은 하루 12시간 정도였다. 이는 지자체의 추가제공시간까지 합쳐져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제공받았지만, 참사 속에서 그녀는 ‘무방비 상태’일 수 밖에 없었다.

장애계에서는 이 같은 중증장애인을 위해 활동보조 하루 24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절실한 요구를 정부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요구에 답은 커녕,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사이 인공호흡기가 빠져 생을 마감한 故 허정식씨에 이어, 그녀의 억울한 참변까지 연이어 벌어지게 된 것.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와상장애인 윤국진(37)씨는 “현재 190시간에 지자체 지원 10시간 포함 총 290시간, 하루에 6시간정도 활동보조를 받는다. 너무나 턱없이 부족하다”며 “김 활동가의 참변은 남일이 아니다. 누워서 생화하다보니 활동보조인이 퇴근을 하고 나면 무방비상태로 남겨져있는데 너무 힘들고, 두렵다”고 토로했다.

180시간을 받고 있는 지체1급 중증장애인 박정선(51)씨는 “하루에 4시간 정도 받다보니, 로봇처럼 생활하고 있다. 하루에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데 몰아서 그 시간동안 몰아서 받으려다 보니 힘들다”며 “실제로 활동보조인이 퇴근했을때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아무도 도움을 청할 수 없어 가족이 올때까지 넘어져 있어야 하는경우도 있었다. 정말 사고는 남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대론 절대 못참는다!”=이번 사고에 장애인들은 이를 외면한 정부에 대한 화가 치밀었다. 이날 장례식에 함께했던 장례위원들은 저마다 휠체어를 끌고, 복지부 장관의 공식사과와 활동보조 24시간 제공을 요구하기 위해 복지부로 향했다.

하지만 복지부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복지부로 향하는 장애인들과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의 대치는 3시간동안이나 계속됐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일부 장애인들은 차에 뛰어들기도 하며, 경찰과의 욕설이 난무한 몸싸움도 서슴치 않았다.

실랑이 끝에 결국 복지부 규탄은 물거품이 됐으며, 규탄 기자회견 대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원교 대표 등의 대표단만이 복지부에 요구안을 전달하는데 일정이 마무리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2005년 추운겨울날 수도관이 터져서 장애인이 얼어죽어도 복지부는 ‘돈없다’라는 핑계만 대고 있다. 언제까지 추운겨울에 나가서 서명해달라고 이야기 해야 하냐”며 “오늘 결국 철옹성같은 야비한 권력의 복지부 벽을 넘을 수 없다. 복지부 장관의 사과와 함께 24시간 제공의 약속을 해주지 않으면 이대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질타했다.

한편, 이들은 복지부 사과, 24시간 활동보조제공 약속 등이 담긴 요구안을 복지부에 전달했으며, 오는 31일까지 답변을 보내주지 않을 시 11월1일 유엔에스캅 고위급회의에 참석하는 복지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향해 규탄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활동보조 24시간 제공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에이블뉴스

눈물이 멈추지 않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진영 소장.ⓒ에이블뉴스

"발로 헌화합니다".ⓒ에이블뉴스

복지부로 향하는 장례위원들.ⓒ에이블뉴스

활동보조 24시간 제공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에이블뉴스

그녀의 죽음에 묵념하는 장애인.ⓒ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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