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 우리 아이들 너무 사랑해요".ⓒ에이블뉴스

“우리 아이가 가족중에 혼자 농아인이다 보니까 저한테 ‘날 왜이렇게 잘 못 키웠냐’고 울면서 청인인 언니처럼 만들어달라고 조른적이 있어요.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제 귀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랄까요.”

농아인들의 문화축제 ‘제7회 서울시 수화문화제가’ ‘수화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주제로 26일 서울시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청명한 가을날씨 답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 청계천에는 수화문화제와 더불어, 다양한 체험행사가 마련된 부대행사들로 가득 찼다. 길 가던 비장애인들도 부스 앞에 멈춰서서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수화를 배우고, 퀴즈를 맞추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중, ‘수화는 언어다’라는 퍼즐을 맞추느라 낑낑 대고 있는 박홍식(15)군이 눈에 띄었다.

학교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CA를 통해 수화를 배우고 있다는 박 군은 “담임선생님을 따라서 행사에 오게됐다”며 “CA를 하고 있지만 수화에 관심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이곳에 와서 다양한 게임들을 하다보니 관심이 간다”고 활짝 웃었다.

수화로 만들어진 지화명함을 받고 활짝 웃는 이도 있었다. 송은하(42)씨는 “자녀가 성심학교에 다닌다. 평소 수화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내 이름을 지화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더욱 수화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우리 청인들이 언어를 자랑스러워 하는 만큼 농아인들에게도 수화가 가장 자랑스러운 대표적인 언어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수화는 언어다’라는 말이 참 와닿는다”며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수화를 열심히 배우고 싶다는 강용원씨.ⓒ에이블뉴스

체험자들에게 하나하나 손짓으로 수화를 알려주는 부스 안에서 유난히 수화교육에 열띤 관심을 보이는 중년의 여성. 알고보니 청각장애 4급의 농아인이었다.

강용원(61)씨는 “청각장애인이지만 수화를 전혀 모른다. 수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배울 곳이 없어서 고민했는데 이 같은 기회가 생겨서 너무 좋다”며 “수화를 잘 모르니까 같은 청각장애인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렵다. 이번 수화문화제를 참가하면서 협회를 통해 수화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으려고 한다”고 미소지었다.

게임을 통해 언어가 아닌 행동으로 퀴즈를 서로 맞추는 게임 부스. ‘닭’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온갖 제스쳐를 쓰고 있는 누나와 이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린 남동생, 이를 바라보는 부모님과 봉사자들은 흐믓하기만 하다.

누나 권아윤(12)양은 “동생과 함께 수화문화제에 참석해서 퀴즈를 맞췄다.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다”며 “수화문화제를 통해 수화를 배우는 기회가 생긴거 같아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수화문화제는 유공자 포상으로 이뤄진 1부 기념식과 2부 수화문화공연 및 경연대회로 진행됐다. 특히 경연대회 대기실에는 화려한 검정 의상으로 멋을 낸 5명의 어머니들이 경연을 위해 막바지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바로 농아인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한국청각장애인부모회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항상 웃으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페스티발’이란 곡으로 수화 공연을 준비했다.

한국청각장애인부모회 김명수 회장은 “우리 부모회는 40여명으로 이뤄져 수화교육도 하고,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단체”라고 소개하며 “아이들이 열병 등 후천적의 이유로 청각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까 ‘나는 왜 언니랑 달라’라며 아이들이 물으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회장은 “농아인들은 특히 노동권, 교육권에서 소외받고 있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 듣지 못한다고 무시 당하는 우리 아이에게 귀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 가면 버스에도 자막이 안 뜨는 경우가 있다. 택시를 타면 기사 분께 쪽지를 쥐어주는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사회가 무섭다보니 너무나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하루빨리 우리 농자녀들이 마음편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20년 전부터 학교에서 수화교육을 하고 있다는 김 회장은 “현재 도봉중학교에서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가르치는 아이들도 이번 경연에 참석을 했다. 수화를 통해 아이들이 청각장애인들을 향한 인식을 바로 세워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 잘하나요?" 도봉중학교 수화사랑반 학생.ⓒ에이블뉴스

교복을 나란히 입은 채 풋풋한 얼굴로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수화공연을 펼친 도봉중학교 수화사랑반 학생들은 무대를 내려와서도 찍어준 동영상을 보며 “어떡해, 어떡해”라며 상기된 표정으로 신이 났다.

수화사랑반 성유정(15)양은 “1주일에 한번씩 벌써 18번정도 수화를 배우고 있는데 너무 재밌다”며 “이번 수화문화제를 통해 수화공연도 하고, 청각장애인과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길을 물어보시길래 최대한 아는대로 수화로 설명을 해드렸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공연을 지켜보던 대학생 김상윤(27)씨는 “작년 영화 도가니를 보고 청각장애인들에게 관심이 생겼는데 지나가다 이런 문화제가 있어서 둘러보게 됐다”며 “여러 행사에서는 노래와 춤으로 공연이 이뤄지지만, 수화문화제는 청각장애인들의 언어인 수화로 모든 공연이 펼쳐지는게 인상깊다. 청각장애인들이 수화를 언어로 인정받기 위한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7회째 맞고 있는 서울시 수화문화제는 수화보급 및 수화인구 저변 확대 등 농아인과 청인과의 사회통합을 목적으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저와 같이 수화배우실 분!".ⓒ에이블뉴스

"내 행동을 맞춰봐".ⓒ에이블뉴스

"수화 어디한번 봐볼까?".ⓒ에이블뉴스

서울시 수화문화제 기념식에서 케익커팅을 하고 있는 내빈들.ⓒ에이블뉴스

"농아인들에게 박수는 이것!".ⓒ에이블뉴스

"수화는 우리의 언어입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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