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각주의 장애인용 번호판(출처: 라이프스타일 홈페이지 캡처). ⓒ샘

차를 세우려는 데 자리가 없다. 장애인전용주차장에 이미 다른 차들이 서있다. 그 중 차 한 대에 장애인 플래카드가 보이지를 않는다. 깜짝 놀랐다. 미국에 와서 처음이다. 감히 장애인 파킹스페이스에 비 장애인이 차를 세우다니.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웬일인가 싶어서 아내가 차 앞으로 가 보았다.

“있네.”

아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보통은 백미러에 걸어 높는데 차 주인은 대시 보드 위에 그냥 놓고 간 모양이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돌아나와야 했다.

그렇다, 미국은 장애인전용주차장에 플래카드 없이 세우는 것은 거의 보지 못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불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장애인의 플래카드를 빌리거나 훔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플래카드 분실 신고를 하고 또 하나를 발급해 부정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일리노이주는 이런 범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천명했다.

지난 7월 23일 일리노이 정부 뉴스 네트워크에 따르면 주지사 퀸은 장애인전용주차장 부정 주차에 대한 두 개의 법률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들은 가짜로 플래카드를 만드는 경우 벌금을 현재 500달러에서 1000달러로 대폭 인상하고 그 외의 주차 위반에 대해서도 몇 백달러씩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퀸 주지사는 전 일리노이 장애 옹호 전부 기관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법률을 더 강력하게 시행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가짜 플래카드로 선의의 장애인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며 “앞으로 가짜 주차 카드와 강력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리노이는 육십만명이 장애주차 플래카드를 가지고 있고 8만 2천명이 장애 번호 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단속이 그렇게 만만치는 않다. 장애인전용주차장에 세워지는 차에 모두 검사를 할 수도 없을뿐더러 장애 종류도 천차 만별이어서 버젓하게 걸어 나온다고 해서 장애인이 아니라고 판명할 수도 없어서 단속에 애로를 겪고 있다.

* 샘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전 미상원 장애인국 인턴을 지냈다. 현재 TEC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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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지체장애인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사회학과를 졸업, 미국 탐 하킨 상원의원 장애국 인턴을 역임했다. 또한 서울장애인체육회 워싱턴 통신원, 서울복지재단 워싱턴 통신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출간한 수필집 ‘사랑, 그 빛나는 조각들’은 1992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2009년에는 워싱턴 문학 수필부문 가작에 당선됐다. 각종 미국 장애인 소식을 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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