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조선일보,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는 지난 6월 24일부터 8월 26일까지 ‘제13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을 공모했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소속도로 휴게소, 철도공사, 학교, 군부대 등이 응모했으며 총 185건이 접수됐다. 이후 서류전형, 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현장심사를 마치고 지난 15일 ‘아름다운 화장실’을 확정했다.
확정된 ‘아름다운 화장실’은 대상 1곳, 금상 1곳, 은상 5곳, 동상 18곳, 특별상 6곳 등 31곳이다. 이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25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이 ‘아름다운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부산장애인총연합회와 경북지체장애인협회 경주지회 편의시설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대상 KTX신경주역(코레일 대구본부), 금상 금련산청소년수련원(부산), 동상 부산지하철 1호선 중앙역(부산교통공사)과 롯데키즈마트를 점검해 봤다.
■대상: KTX신경주역=좌·우측에 남녀 비장애인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또한 장애인화장실도 좌·우측에 남녀로 구분돼 마련돼 있다.
우측 장애인화장실의 경우 출입문이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편한 터치식자동문이다. 내부에는 용변기 뒤 등받이, 비상호출버튼이 사용하기 편한 위치에 설치돼 있는 등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좌측 장애인화장실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먼저 출입문은 중증장애인들이 이용하기 힘든 미닫이문이다. 내부를 살펴보면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없는 문고리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고, 용변기 뒤 등받이가 없었다. 또한 휴지걸이, 비상호출버튼 등 사용하기에는 너무 높은 위치에 설치돼 있었다.
비장애인 남자화장실은 시각장애인, 목발 장애인 등이 이용하지만 소변기 양 옆에 손잡이가 없어 불편을 초래하고 있었다. 더욱이 목발 장애인의 경우 손잡이가 없으면, 안전사고를 당할 위험까지 있다.
특히 비장애인 남녀화장실 중앙에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부딪칠 위험이 있고, 휠체어장애인이 소변을 보기 위해 이용하려 할 때에도 방해가 됐다.
이에 대해 경주지회 편의시설지원센터 관계자는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해도 고쳐 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경주역 관계자는 “예산이 없어 이렇게 됐다”면서 “좌측 장애인화장실은 추후 고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레일은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이 건립한 신경주역 인수를 보수 등의 문제 때문에 2년이 다 되어 가는 데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상: 부산금련산수련원=부산시 수영구 황령산 내에 위치해 있다. 금상을 받게 되는 화장실은 수련원 내 공중화장실이다. 따라서 남녀장애인화장실은 각각 공중화장실 안에 들어가 있다.
공중화장실 안에는 장애인화장실 출입구까지 저시력 장애인들이 구분하기 힘든 대리석 색상의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다. 점자유도블록은 휠체어 장애인들의 이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은 터치식자동문이다. 내부는 넓고, 창문을 통해 광안대교 및 바닷가 고층 건물이 다 보인다. 하지만 용변기 뒤 등받이, 비상호출버튼이 없고 세면대 거울은 휠체어장애인들이 전신을 볼 수 없다.
이 밖에도 사람들이 옥상, 배란다에서 장애인화장실 창문을 보면 이용자의 모습을 희미하게 볼 수 있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장애인 인권 문제이자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수련원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불편한 사항을 고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상: 롯데키즈마트 부산점(롯데마트)=8층 건물이다. 8층∼5층까지는 주차장으로1층∼4층까지 비장애인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반면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은 1층과 4층에만 설치돼 있다.
4층 장애인화장실은 출입문이 미닫이문으로 휠체어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다. 내부는 넓으나 세면대 손잡이가 고정식으로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의 용변기 접근을 방해하고 있으며, 용변기 뒤 등받이와 비상호출버튼이 없다.
1층 장애인화장실도 출입문이 미닫이문이다. 내부 공간 또한 넓다. 그렇지만 용변기 뒤 등받이가 없고, 비상호출버튼이 전화기인터폰으로 설치돼 있어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은 사용이 힘들다. 세면대 손잡이도 없어 목발 이용 장애인들의 이용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동상: 부산지하철 1호선 중앙역=비장애인 화장실 입구에 점자유도블록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있어 휠체어장애인들의 출입을 방해하고 있었다. 즉, 입구에 가로로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는 것. 점자유도블록은 벽면 점자촉지판 앞까지만 설치하면 된다.
또한 입구 벽면에 설치된 점자촉지판의 밑에는 정작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점자유도블록이 벽면으로 오는 중간에서 끊긴 것.
남녀로 구분된 장애인화장실의 출입문은 터치식자동문으로 사용 불편이 없었다. 내부는 공통적으로 용변기 뒤 등받이가 없었고, 용변기 손잡이도 넓어 사용하기 힘들었다. 비상호출버튼은 사용이 불편한 위치에 설치돼 있었다.
특히 장애인화장실에서 무엇보다 큰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흰색 선팅이 돼 있다는 점으로, 이용 장애인들의 모습은 불빛을 받아 그대로 밖으로 노출된다. 물론 희미하지만 인권 및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중앙역 담당자는 “올 여름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했다”면서 “지적된 문제점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동상을 받은 인천 장경리해변(옹진군청)의 경우에도 남녀공용 장애인화장실이 설치돼 있고, 출입문이 중증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힘든 미닫이문인 것으로 확인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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