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영애(49·뇌병변1급) 씨는 지난 5월 29일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갔다가 용산역에서 오후 5시40분 출발하는 KTX산천을 타게 됐는데, 롤경사로(ROLL-A-RAMP)를 직접 접하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사진에서 본 것과 같은 도구를 펴기 시작하더니 나보고 올라가라고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어느 정도의 높이여야 올라가든지 말든지 하지, 내 전동이 높이 상관없이 무조건 올라가라고 하면 올라가는 줄 아나보다.”
김 씨는 에이블뉴스를 통해 롤경사로를 이용하다 추락한 장애인의 사례를 접했기 때문에 롤경사로를 이용하는 줄 모르고 표를 끊은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주변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전동휠체어를 수동모드로 바꾸고 겨우 올라오긴 했는데, 광주로 돌아오는 내내 내려갈 일이 걱정돼서 잠도 못 이뤘다고 한다.
이렇게 걱정을 하고 있는데, 한 남성승무원이 김 씨 좌석으로 다가오더니 “용산역에 가서 드러누워 버려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다른 것 잘 하시잖아요”라면서 건네는 말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고.
결국 하차 때 김 씨는 큰 소리를 냈다. “이것 보세요. 여기는요 올라오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더 어렵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장애인일 뿐이지 곡예사인 줄 압니까? 그리고 여기 이렇게 만들어 놓고 우리보고 내려가라고 하면 어쩌란 말입니까? 다른 건은 모두 자문을 구하고 하더니만 이런 건 자문 같은 거 구하지도 않고 합니까?”
결국 김 씨는 수동휠체어로 바꿔 타고 내려왔고, 전동휠체어는 다른 승객 몇몇이 들어서 내려줬다. ‘용산역에 가서 드러누워라’고 말했던 남성승무원은 또 다시 옆으로 다가오더니 똑같은 말을 건넸다.
이번에는 광주역사 역무원이 다가오더니 “이거 이렇게 사람 손이 많이 가게 만들어서 어쩌자는 건지. 빨리 가서 동영상 촬영하게 사진기 들고 와"라고 말했고, 김 씨는 "그래요. 저번 건 경사로만 대 주면 우리 맘대로 올라가고 내려 왔는데 지금은 이게 뭡니까? 찍으세요"라고 답했다.
에이블뉴스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여객본부 영업설비팀측에 롤경사로와 관련한 대책이 무엇인지 물으니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과의 협의 사항이라며 휠체어장애인 이동편의설비 등의 개선 계획 자료를 보내왔다.
한국철도공사는 이 자료에서 “주요역에 배치된 안전인력(역무원 및 공익요원) 활동시 교통약자 특히 휠체어장애인의 열차승차에 불편이 없도록 각별히 배려하고, 무인역의 경우 정차열차의 열차승무원이 직접 승하차를 도와주고 장애인의 사전 신고 등 필요시 관리역에서 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는 목표아래 2010년의 경우 42개 역사에 150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2011년 이후에는 30개 역사에 107대의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인화장실은 남녀구분 등 교통약자를 배려한 역사 환경을 조성한다는 목표아래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총 24개의 역사에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하겠는 계획을 밝혔다. 역사 구조상 남녀 구분 설치가 불가능한 79개 역사의 경우, 역사 신축 및 개량 시에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장애인의 안전한 열차 탑승을 위한 설비 개선 계획으로는 KTX, KTX산천, 무궁화 등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2010년도에는 KTX정차역을 개선하겠다는 것을 단기대책으로, 2011년부터 수요를 조사해 연차적으로 모든 역사로 확대하겠다는 것을 장기대책으로 제시했다.
한국철도공사측은 오는 17일 장애인 이동 편의시설 개선관련 시연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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