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을 당한 장애인 가정이 자살하려고 전동차에 뛰어든 석계역 현장. ⓒ박종태

경제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명예퇴직을 당한 장애인 가장이 지하철 전동차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해 미수에 그쳤으나 한쪽 팔을 잘라내고 더 큰 장애를 입게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지체장애 2급 박모(54)씨는 지난 19일 오후 2시 19분경 서울 노원구 월계동 1호선 국철 석계역 승강장에서 성북발 병점행 전동차에 뛰어들어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곧 바로 인근병원으로 후송돼 목숨은 건졌으나 오른쪽 팔을 절단하는 중상을 입은 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두 다리에 장애가 있는 박씨는 그동안 KT 월곡지점에서 네트워크 유지 보수일을 해왔는데, 명예퇴직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지난해 12월말 사표를 내면 6월말까지 월급지급을 하고 그 때가서 사표 수리를 하기로 회사측과 약속하고 집에서 쉬던 중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우울증 증세가 심해져 병원치료를 계속 받던 중이었고, 사고 당일에도 병원에 갔다 오겠다고 부인과 마지막 전화를 한 후, 자살을 하려고 전동차에 뛰어 들었다.

박씨의 부인도 장애인으로 현재 간병을 하면서도 몸도 가누기 힘든 상황이었고, 늦게 결혼해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두고 있었다. 노모까지 합해 총 다섯 가족이 살았는데, 집마저 뉴타운 재개발 관계로 묶여 가정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씨는 사고 후 우울증이 더욱 심해져 식사와 치료 거부를 하고 있어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재 입원 치료를 받는 병원에는 정신과가 없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큰 병원으로 옮겨야하는 상황이다.

박씨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직장에서 내팽개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박씨의 한 지인은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아무런 대책도 없이 공공기관조차 열심히 일을 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는 장애인들조차 명퇴로 내몰아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 하는 작금의 현실에 장애인들은 울분을 토한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고 정부에서도 빠른 대책을 세워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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